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현장 Close up] 강북 3구(區)에 불어닥친 한파

    입력 : 2009.01.12 04:04

    작년 집값보다 30% 내린 급매물 쏟아져
    "중소형 밀집… 실물경제 침체에 더 타격"

    회사원 박모(45)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 B아파트 92㎡(28평)를 급매물로 내놨다. 주식 투자로 1억원 넘게 손해 본 데다 만기가 된 은행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박씨는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 아파트를 팔지 못하고 있다. 작년 가을, 최고 3억8000만원까지 올랐던 아파트 가격을 2억8000만원까지 낮췄는데도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 박씨는 "2000만~3000만원은 더 깎아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경기 침체가 시작되던 지난해 상반기에도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서울 강북3구(노원·도봉·강북)가 최근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집값이 지난해보다 많게는 30% 이상 떨어졌는데도 매수세가 종적을 감춘 데다 방학 특수를 맞은 전세 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 등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반등세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집값, 최대 1억원 이상 하락

    지난 9일 노원구 상계동의 P부동산중개업소에는 한두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온 게 고작이었다. 이마저도 주변 아파트 시세만 물어본 뒤 현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더 떨어지면 연락해 달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A중개업소 김경숙(여·49) 대표는 "아파트 값이 작년에 비해 크게 내렸지만 수요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려는 모습"이라며 "그렇다 보니 거래는 거의 없고 가격만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파로 지난해 가을 6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노원구 중계동 K아파트(105㎡·31평)의 경우 최근에 이보다 1억8000만원 하락한 가격에 급매물이 나왔다. 노원구 월계동 H아파트 109㎡(33평)의 급매가 역시 지난해 9월(4억9500만원)보다 30% 이상 낮아졌다.

    방학 특수에도 얼어붙은 전세 시장

    주택 매매시장의 침체는 전세 시장으로 이어졌다. 특히 노원구 중계동의 경우 강북권에서도 인기 학원이 밀집해 있어 매년 겨울이면 자녀 학원 목적 이사 수요자들로 인해 2000만~3000만원씩 전셋값이 오르던 지역.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전세 수요자들이 실종상태이다. 이런 여파로 중계동 C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여·49)씨도 최근 이사를 가지 못했다. 김씨는 "강남 전세 가격이 떨어졌을 때 강남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었는데,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찾지 못해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침체의 골 더욱 깊어질 듯"

    강북3구 주택시장이 더 크게 위축되는 주된 이유는 지난해 다른 지역이 가격 조정을 받거나 조금씩 떨어질 때 오히려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송파가 5.8%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였지만 강북3구는 노원이 20.7% 올라가는 등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을 기록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강남 아파트는 많게는 2년 가까이 가격 조정을 받았지만 강북3구는 가격 하락이 시작된 지 4개월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가 추가로 풀리더라도 서울 강남 아파트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다 서민들이 주로 생활하는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돼 있다 보니 최근에 불어 닥친 실물경제 침체에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강북3구의 아파트 값은 대부분 6억원 미만이기 때문에 주택대출담보인정비율(LTV)이 60%까지 가능했었다"며 "1~2년 전 무리하게 집을 샀던 투자자나 서민들이 대출 부담에 집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