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2.26 03:10
주택시장 침체 속 내년 1월부터 본격 입주
전세금 1억 가까이 떨어져 인근의 분당·용인까지 영향
지하철·벤처단지 완공되면 인기 신도시로 다시 부각될 듯
◆1월부터 입주 시작= 판교에선 내년부터 2011년까지 약 2만7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가 들어선다. 내년 첫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는 268가구 규모의 한성필하우스. 이후 풍성신미주(2월, 1147가구), 한림리츠빌(3월, 1045가구) 등 입주가 잇따른다. 하반기에도 휴먼시아 아너스빌(8월, 492가구), 휴먼시아 e-편한세상(10월, 348가구) 등이 입주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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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인근 분당 중개업소에는 입주를 앞둔 판교 아파트들의 전세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 분당 야탑동 H부동산 관계자는 "분당에 살면서 판교에 당첨됐던 사람들도, 자신이 살고 있는 분당 집 전세가 빠지지 않는 바람에 판교 이사 계획을 못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분당 집을 팔고 판교로 들어가려고 했던 사람들 중에도 기존 집이 처분되지 않아 잔금 마련에 애를 먹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입주 예정인 99~109㎡(30평 초반대) 아파트의 경우 당초 2억5000만원까지 호가했던 전세금이 최근에는 1억7000만~1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분당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올 하반기 입주 물량이 몰렸던 서울 잠실 인근 아파트 전세금처럼, 판교도 내년에 전세금이 더 떨어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매매 시장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정부는 내년 중으로 공공택지 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추가 단축키로 했다. 이에 따라 판교신도시 내 중대형(전용 85㎡ 초과) 아파트는 대부분 입주 후 전매가 가능하다. 부동산뱅크 신경희 팀장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로는, 전매 제한 기간 단축이 매물 증가를 가져와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근 분당과 용인에도 큰 영향= 판교 입주는 이미 인근 분당과 용인 주택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 아파트 매물도 소화가 안 되는 판에 대규모 새 아파트 입주까지 다가오자 매매·전세 가격이 더 떨어지고 있는 것.
실제 분당 야탑동 A아파트 105㎡(32평)형의 전세금은 한때 2억3000만원까지 나갔으나 요즘엔 1억7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이 아파트 매매가는 같은 기간 7억5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까지 추락했다. 이매동 B아파트 161㎡(49평)형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매매가는 올 초 8억3000만원에서 최근 6억7000만원으로, 전세금은 2억6000만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용인 신봉동 C아파트 109㎡(33평)의 매매가는 올 초 4억8000만원에서 최근 3억3000만원으로, 전세금은 1억7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하락했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팀장은 "국내 주택시장의 거래 경색 사태가 풀리기 전까지는, 판교 입주가 분당·용인 등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회복되면 차별화된 신도시로 부각"= 하지만 전문가들은 판교신도시의 입지적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주택 경기가 좋아지면 판교신도시의 가치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자족(自足) 기능 강화를 위해 도시 내에 조성되는 첨단 기업들의 밀집단지인 판교테크노밸리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약 3조8000억원을 들여 66만㎡ 규모로 조성되는 테크노밸리에는 내년 3월 완공 예정인 파스퇴르연구소를 비롯해 삼성테크윈, SK케미칼, 안철수연구소컨소시엄, 한국바이오벤처협회 등이 대거 입주한다. 또 국내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상업몰 '알파돔 시티'(연면적 121만6000㎡)가 2012년에 완공되면 백화점, 할인점, 쇼핑센터, 호텔, 갤러리 등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경희 팀장은 "내년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 개통과 2010년 완공 예정인 신분당선이 들어서면 서울 강남까지 20~30분대에 도달할 수 있다"며 "자금 여력이 되는 실수요자는 앞으로 가격 하락 추이 등을 잘 살펴 매입 여부를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