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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주택시장, 어둠의 끝은?

    입력 : 2008.12.23 03:32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 유보
    강남 3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안풀려
    급매물 쌓이는 등 다시 소강상태 빠질 듯
    실물경제 불안… 주택 수요자들 투자 미뤄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다시 위축될 전망이다.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이 당분간 유보됐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22일 청와대에서 가진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민간 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유보하기로 했다. 또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도 당분간 풀지 않고 미분양 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5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도 보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급매물이 거의 다 회수되고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던 강남 아파트 시장에 급매물이 쌓이고 거래가 끊기는 등 다시 소강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급매물 위주로 매매

    서울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 주 정부의 규제 완화 소식이 나온 직후 급매물로 나와 있던 112㎡(34평형) 4~5가구가 거래되며 가격이 7억7000만원에서 8억7000만~8억8000만원으로 1억원 정도 훌쩍 뛰었다. 현재는 급매물이 거의 다 사라지고 9억원대를 호가하는 매물만 남아 있는 상태.
    이달 초 5억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던 개포동 주공1단지 42㎡(13평형)도 최고 5억4000만원에 3~4가구가 거래됐다. 다른 강남의 아파트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6억8000만원대에 급매물이 나와 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31평형)는 호가가 7억2000만원까지 올랐고 도곡동 도곡렉슬 126㎡(38평형)도 6억7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상승했다.

    이 같은 집값 반등 현상은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춘 데 이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및 부동산 규제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런 점에서 '집값의 본격적인 상승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시장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분양가 상한제·투기지역 지정 그대로 유지

    그러나 정부는 시장의 예측과 달리, 현재 남아 있는 대부분의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청와대 업무보고 후 가진 브리핑에서, 당초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던 민간 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강남 집값이 규제 완화의 기대감에 들썩이는 것을 보면서, 부동산 규제를 한꺼번에 풀 경우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대신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당첨돼 재당첨금지기간(3~10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라도 내년 3월부터 2년간 민영주택 청약 기회를 주기로 했다. 3~7년인 수도권 공공주택의 전매제한 기간도 1~5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썰렁하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센터장은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어 주택 거래 활성화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강남 = 집값 상승의 진원지'라는 부담이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가격이 한 차례 껑충 뛰고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아파트 거래는 이미 소강 상태에 빠졌다. 개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매도·매수자 간 가격차가 벌어진 상태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유지 방침이 전해지면서 매수세는 더욱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변화 없이는 주택침체 지속될 듯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시장의 본격적인 반등은 당분간 시작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크게 내려간 것이 주택시장에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부동산 핵심 규제가 유지되는 한 투자가 되살아나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실물경제 침체가 내년에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이번 강남의 주택 가격 상승은 낙폭 과대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데 따른 일시적인 반등"이라며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시장의 침체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당분간 주택 수요자들은 정부의 후속 대책과 집값 하락을 기다리며 투자를 뒤로 미룰 것"이라며 "더욱이 분양권 전매기간 완화로 판교 아파트 매물이 쏟아지면서 인근 지역의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강남권의 소형 아파트는 낮은 가격에 매수하려는 대기 수요자들이 있어 당분간 가격이 내리면 샀다가 가격이 오르면 거래가 끊기고 다시 급매물이 나오면 거래되는 '바닥 다지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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