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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 부동산

    입력 : 2008.12.11 21:19 | 수정 : 2008.12.12 08:53

    아파트 매매·경매·청약·분양권… 4대시장 완전 마비
    불황때 가장 호황이라는 경매
    4시간 걸리더니… 7분만에 끝
    '새 집'도 '헌 집'도 거래 실종
    전문가들 "盧정부 뛰어넘는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필요"

    지난 8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경매 법정. 법원 관계자들은 오전 경매를 진행하다 깜짝 놀랐다. 이날 주택·오피스텔 등 모두 57개의 매물이 경매에 나왔지만, 이 매물 중 하나라도 사겠다고 응찰한 사람은 마감 1분 전까지 딱 두 명에 불과했던 것. 당황한 법원 측이 '곧 마감입니다'라고 다시 안내했지만, 응찰서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평소 3~4시간씩 걸리던 경매가 이날은 불과 7분 만에 끝났다. 두 사람이 경합해 낙찰된 한 아파트 가격도 감정(鑑定)가격 대비 66%에 불과한 2억3600만원. 주인을 찾지 못한 56개 매물은 한 달 뒤 열리는 다음 경매 법정으로 넘어갔다. 법원 관계자는 "이렇게 응찰자가 없는 경매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연일 집값이 폭락하면서 기존 아파트는 물론 경매, 신규 분양(청약), 분양권 등 주택 매매와 관련된 4대 거래 시장이 마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거래시장 마비가 심화됨에 따라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이사업체·중개업체 등도 연쇄적으로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한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거래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지 않으면 주택시장의 침체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젠 경매 시장까지…

    실제 최근 주택 경기가 급랭하면서 '불황 때 가장 호황을 누린다'는 경매 시장마저 마비되고 있다. 신한은행 고준석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서울 동부지법 경매는 송파구·광진구 아파트 등 인기 매물이 많아 사람들이 몰리는 현장"이라며 "올 여름만 해도 40~50건 매물에 응찰자가 100명은 가뿐히 넘었다"고 말했다. 경매 시장은 올 1월 서울 남부지법에서 13 대 1의 응찰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으나 하반기 들어 급속도로 냉각됐다.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월 8.7명이었던 서울·수도권 경매 물건당 응찰자 수는 9월 5.7명으로 떨어졌고 12월에는 다시 3.9명까지 하락했다. 경매에 나온 매물 가운데 주인을 찾은 매물의 비율을 뜻하는 낙찰비율 역시 52.9%(1월)→38.6%(9월)→24.6%(12월)로 급락하고 있다.

    ◆'청약률 제로' 등장

    신규 청약 시장 역시, 인기 단지마저 3순위까지 가서도 절반 이상 미분양될 정도로 썰렁하다. 지난달 공급된 인천 광명메이루즈는 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인데도 0.4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미달됐다.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대우월드마크(0.64 대 1)와 강북구 미아뉴타운 두산위브(0.85 대 1) 등 인기지역조차 청약이 미달될 만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급기야 수도권에서도 청약률 제로(0)를 기록하는 단지까지 나왔다. 이달 초 인천시 서구 오류지구에서 공급된 풍림아이원 아파트(207가구)는 109~110㎡ 등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택형으로만 구성됐지만 단 한 사람도 청약하지 않았다. 최근 허용된 분양권 매매 시장 역시 마찬가지. 은평뉴타운의 경우 일부 대형 아파트가 분양가 수준으로 나오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경기도 용인에서는 몇몇 계약자들이 분양권을 팔기 위해 매수자 취득·등록세를 부담해준다는 조건까지 내걸고 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13억짜리 아파트, 6억 8000만원에 나와

    기존 시장은 '거래 중단→가격 급락'이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거래가 안 되면서 다급한 집 주인들이 더 싼 값에 집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구입을 미루고 있는 것. 실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울 강북지역 14개 구의 매매 거래 건수는 올 4월 4401건을 기록했으나 10월에는 9분의 1 수준인 464건으로 급감했다.

    5개 신도시 거래 건수도 같은 기간 1890건에서 298건으로 감소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까지 급락한 아파트도 나왔다.

    경기도 분당구 이매동 A 아파트 162㎡(49평) 소유자 중 한 명은 최근 이 집을 6억8000만원에 팔겠다고 인근 중개업소에 내놨다. 이 아파트의 호가는 2006년 13억원에 달했다.

    경기 침체기에 과감하게 규제 풀어야

    전문가들은 거래 중단이 인테리어·이사업체·중개업소·건설업체뿐 아니라, 국내 경제의 다른 부문에도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는 "유례없는 경기 불황기인 만큼 정부가 과감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내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워야 한다"며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나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이미 발표한 정책조차 제대로 시행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지금은 정부가 신념과 소신을 갖고 정책을 펼쳐야 할 때"라며 "과거 노무현 정부의 규제 안에서 맴돌 게 아니라 이를 뛰어넘는 과감하고 신속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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