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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가 만든 '4대 기(奇)현상'

    입력 : 2008.11.24 21:40 | 수정 : 2008.11.25 09:00

    ① 중소·중대형 전세가격 차이 없어 ② 대단지 아파트 값이 더 크게 하락
    ③ 아파트 분양금 환급 신청 줄이어 ④ 분양권 전매 허용에도 미분양 넘쳐

    일러스트= 송윤혜 기자 ssong@chosun.com
    주택 시장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침체기를 겪고 있다. 주된 이유는 지난 2003~2006년 주택경기가 활황일 때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세계 금융시장 위기와 실물경기 침체가 겹쳐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극심한 침체를 경험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향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현상들을 투자자의 상황에 따라 잘만 활용하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85㎡나 109㎡나 전세가격 비슷

    지난 9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아파트의 85㎡형 전세금은 1억9000만~2억1000만원. 그러나 이보다 큰 109㎡ 주택의 전세금도 2억~2억5000만원 수준이다. 지난 7~8월까지만 하더라도 109㎡의 전세금은 2억7000만~2억8000만원으로 85㎡(2억~2억5000만원)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잠실의 B부동산공인은 "85㎡의 주택 수(1150가구)가 109㎡(4200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일부 집주인들이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싼 값에 전세 매물을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신규 아파트들도 비슷한 상황. 서초구 반포동 '반포 자이' 역시 84㎡ 전세금에 1000만~3000만원만 더하면 116㎡ 전세 물건을 찾을 수 있다. '닥터아파트' 이진영 팀장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가급적 관리비가 저렴한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격이 중소형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면서 전세금 차이도 줄었다"고 말했다.
    ◆대단지가 가격 하락 더 커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주변 시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주변에 상가·학교·도로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선 대단지가 주택 경기가 활황일 때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닥터아파트'가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0.33% 떨어져 서울 평균(-0.19%)보다 두 배 가까이 하락했다.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도 대단지 아파트의 인기는 시들해진 모습이다.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고, 6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가 풀린 후, 수도권에서 첫 분양에 나선 경기도 부천약대 두산위브 아파트의 경우 1122가구 모집에 844가구가 미분양됐다. 이진영 팀장은 "단지 규모가 클수록 매물량도 많아 빨리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이 집값을 경쟁적으로 내리면서 더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대금 환급 요구 쇄도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이 공사가 늦어진다며 중도금 등 분양대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도 급증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은 올 들어 분양대금을 계약자들에게 되돌려준 금액(환급액)이 지난 9월 말 기준 1118억원으로 지난해 환급액(984억원)을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과 주택보증 내부규정에 따르면, 아파트의 실제 공정률이 당초 계획보다 25% 이상 늦어지고 분양 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분양대금 환급을 요구하면 분양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에 따라 대구시 시지동에 공사 중이던 C아파트의 계약자들이 분양대금 환급을 요구해 주택보증은 최근 428가구에 대해 864억원의 분양대금을 되돌려줬다. 전남 목포의 D아파트 분양 계약자 역시 3분의 2 이상이 분양대금 환급을 요구해 291억원을 환급해 주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가 공식적으로만 16만 가구에 이르는 데다 주택경기 위축으로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 분양대금 환급 요구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규 풀고 혜택 줘도 미분양 속출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아파트 분양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0·21 건설 대책' 이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아파트의 경우 계약과 동시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대출 한도도 집값의 40%에서 60%로 확대됐지만 최근 전국에 분양한 28개 단지 가운데 27곳이 미분양됐다.

    특히 광주시 수완지구와 하남2지구에 공급한 부영 1·2차와 경북 김천시 대동 다숲, 울산 울주군 회야 리버 등 지방의 7개 단지는 청약률 '제로(0)'를 기록했다. 서울에 공급된 강북구 미아동·강서구 방화1동 동부센트레빌과 은평구 불광동 힐스테이트 7차 등도 순위 내에서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분양권 전매 허용으로 분양가보다 싼 급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신규 청약에 대한 매력이 줄어든 것 같다"며 "건설사들도 분양가 할인 등 미분양 주택에 대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지만 한번 잘못 구입하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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