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심층 분석] 뒷북만 치는 부동산정책 시장에서 약발이 안먹혀

    입력 : 2008.10.29 03:43

    3개월새 4번 '찔끔 대책' 발표… 효과 못봐
    "한 발 앞선 선제적 조치로 집값 폭락 막아야"

    정부가 지난 6월 이후 다섯 차례나 부동산 경기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1만3854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달 9분의 1 수준인 1643건으로 줄었고, 서울에서도 고점 대비 30% 이상 집값이 떨어진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엔 "가격에 상관없이 일단 팔아달라"는 투매(投賣)성 매물까지 등장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거래 중단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집값 하락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급격한 가격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주택 시장 담보대출비율은 집값의 평균 48% 정도로 외국에 비해 낮다. 그러나 낙폭과 속도가 예상보다 커지면 주택담보 대출의 부실화·건설업체 연쇄 부도 등이 발생, 실물경제와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의 단기 급락이 아닌 중장기적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정책 타이밍도 실기(失機)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발 뒤늦은 '찔끔씩' 대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의 매달 부동산 정책을 내놓음에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책이 시장보다 한 발 늦는 데다, 정책 내용도 지나치게 눈치보기 혹은 부분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세 달에 4번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분양권 전매 금지 기간 단축,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종합부동산세 완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해제 등 평상시라면 파장을 미쳤을 것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시장보다 한 발 늦은 데다, 이른바 '찔끔씩'으로 나오면서 시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경제학과)는 "세계 경제와 국내 주택 시장 움직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이보다 두세 달은 빨리 선제적으로 정책을 내놨어야 했다"며 "정부가 심각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정치 문제 등으로 인해 정책 타이밍을 놓쳤고, 내용도 지나치게 눈치보기식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락세 지속되면 우리도 안심 못해= 문제는 이런 가파른 하락세가 계속되면 우리도 부동산발 금융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 JP모건체이스 임지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간에 집값이 급락하면 집값 대비 담보대출비율도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자연히 기존 대출이 양호한지 우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2006년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에 나간 대출과 담보대출비율 규제를 덜 받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을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승환 교수는 "2006년 이전 높은 담보대출 비율을 적용 받아 실행된 대출의 만기가 차례로 다가오는데, 금융기관들이 집값 하락에 따른 담보 부실을 이유로 대출 연장을 거부할 경우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집값이 대출액보다 더 떨어지는 부실 자산이 나오면 금융권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 주식·외환·자금 시장 등에 극도의 불안감이 퍼진 상황에서 주택 부문마저 문제 징후가 포착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정석 박사는 "불과 다섯 달 사이에 거래량이 9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만큼 거래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며 "일단 거래의 숨통부터 틔워야 한다"고 말했다.

    선제(先制)적으로 규제 풀고 발표한 건 신속히 실행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그동안의 '뒷북식' 정책에서 벗어나 이제라도 시장보다 한 발 앞서 선제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경제학과)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집값 급락 문제는 이제 단순히 주택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더 이상 주택 경기가 위축되기 전에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폭락으로 이어지기 전에, 집값 폭등기에 만들어졌던 과도한 수요 억제책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 유정석 박사는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처럼 과도한 수요 억제책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성대 이용만 교수(부동산학과)는 "지금은 자산 가치 급락 시기인만큼, 신규 수요가 일어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분야의 과도한 규제해제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미 발표된 정책 역시 조속히 실행해 한시라도 거래 공백 상태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해제 조치 같은 경우 조속히 해제 지역을 확정, 정부 발표 시점과 실제 시행 시점 사이에 중단되는 거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대신 부실 건설업체에 대한 지원은 자구(自救) 노력 이행 여부를 전제로 선별 지원하는 등 업계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