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금융권이 '부동산 버블' 키운다

    입력 : 2008.10.21 03:39 | 수정 : 2008.10.21 08:27

    금리 뛰고 집값 떨어져도, 일부선 주택담보대출 경쟁
    집값 계속 하락땐 연체율 늘고
    금융사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
    한국판 서브프라임 위기 올수도

    미국의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부동산 버블(거품) 문제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일부 금융회사들이 아직도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경쟁으로 주택 버블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 문제에 대해 그동안 정부와 금융권은 "LTV와 DTI규제 덕에 집값이 떨어져도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성은 낮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느슨한 캐피탈·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규제가 강화된) 2006년 이전에 높은 담보 비율이 적용된 은행권 대출자들을 중심으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집값 하락세가 더 심해지면 집값 하락→대출 연체율 증가→금융회사 부실→신용경색→금융위기로 이어지는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 로비의 홍보 전단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로비에 아파트 시세의 80~90%까지 대출해 주겠다는 제2금융권 대출업체들의 홍보 전단이 줄줄이 붙어 있다. (업체명과 연락처는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브레이크 없는 대출 경쟁

    지난 18일 입주자 초청 행사가 열린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엔 휴일인데도 K은행·S은행·외국계 S은행·N협동조합의 직원들이 몰려나와 입주 예정자들의 팔을 붙잡으며 영업경쟁을 벌였다. 한 입주예정자가 상담석에 앉자 은행원은 "(대출)수수료 면제에 (2006년 이전 계약이므로) LTV 적용도 없이 최저 금리 조건"이라며 대출을 권유했다. 집값 하락에도 아랑곳 않고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8월 말 기준 약 233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3%나 급증했다. 올 들어 매달 1조4000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주택 가격이 급락해도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LTV 비율이 48%에 불과해, 집값이 '반 토막' 나야 손해가 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비교적 약한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은 주로 개인 사업자 등 대출 상환 능력이 높은 사람들에게 80~90%의 높은 LTV를 적용하도록 돼 있는데, 실제로는 대출상환능력 심사를 엄격하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8월 말 현재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7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8%나 늘어났다.

    이에 대해 B캐피탈사 관계자는 "대출 상환 능력이 높은 우량 고객을 선별해 대출해 주고 있고, 회사 전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주택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서울 강남 지역에선 2006년 LTV 규제 적용 직전 집값의 70~80% 이상을 빌려 집을 샀다가, 집값이 급락하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 아파트'가 등장했다.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에서 이미 1억~2억원씩 대출금을 떼였다"는 은행과 제2금융권 회사도 나오고 있다.

    위험 수위에 도달한 금리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담보 대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3개월 변동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는 불과 2개월여 만에 0.3%포인트 이상 급등하면서 연 6.1%를 기록했다. 지난 2001년 1월 20일 연 6.13% 이후 7년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CD금리가 연 4.1% 내외일 때 2억원의 대출을 받았다면 연간 약 400만원, 월 33만원 이상의 이자 부담이 늘었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이 안 팔리고, 대출금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매물을 쏟아내게 되면 주택 가격 급락은 피할 수 없게 된다.

    LTV

    (Loan To Value ratio·주택담보대출비율)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낼 때 최대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지를 뜻한다. 5억 원짜리 집을 담보로 최대 3억 원까지 빌릴 수 있다면 이 집의 LTV는 60%다. 은행권은 40~60%이하로 규제돼 있다.

    DTI (Debt To Income ratio·총부채상환비율)

    대출을 내는 사람의 연간 총소득에서 대출로 인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연봉이 3000만원인 사람이 연간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이 총 600만원이면 DTI는 20%다. 은행권의 경우 DTI 40~50%를 적용하고 있다.

    그래픽=이동운 기자 dulana@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