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심층분석] 엉터리 통계에 부동산 시장은 "헷갈려"

    입력 : 2008.10.20 03:14

    국민銀 시세정보 수천만원씩 차이는 보통
    청약미달 잇따라도 통계는 '미분양 제로'

    A건설사는 작년 말 서울 성북구에서 아파트 120가구를 분양했다. 당시 1~3순위 청약에 분양을 신청한 사람은 31명. 비슷한 시기, 같은 지역에서 공급한 B아파트 역시 38가구 모집에 4건만 청약이 들어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매달 발표하는 전국 미분양 아파트 현황에서 성북구는 작년 12월 이후 미분양 아파트가 한 가구도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정책을 마련할 때 근간이 되는 주택 관련 통계들이 실제 상황과 동떨어진 수치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최근 내놓은 미분양 지원 대책이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로는 팔리는 경우 거의 없어

    회사원 이모(41)씨는 지난 4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 C아파트 106㎡(32평형)를 매물로 내놓았다. 매도 가격은 7억5000만원. 그러나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집을 사려는 사람이 나왔다"는 연락은 한 번도 못 받았다. 한 달 전에 가격을 7억원까지 낮췄어도 상황은 같다. 국민은행 시세에는 적정가격이 7억6000만원이고 상한가는 8억원인데도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3개월 전 단지 내 같은 크기의 아파트는 6억원에 팔렸다.
    이는 정부의 공식 통계로 활용되는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정보가 실제 집값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과 신도시에 2006년 고점 대비 30% 가량 떨어진 아파트들이 수두룩한데도 통계에는 1~2%만 내린 것으로 집계된 경우가 많다.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는 정부 공식 통계로 활용되고, 주택 시세는 은행의 담보대출, 국세청의 주택 양도가격 조회 및 세금 부과 자료로 이용된다.

    하지만 최근 강남구 대치동 D아파트 102㎡(31평형)는 최근 8억5000만원에 팔렸는데도, 국민은행은 일반거래가 9억3000만원, 하한가 8억6500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분당·용인에서도 국민은행 시세보다 수천만원 낮은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고 있다. 송파구의 T부동산공인 김모(여·36) 실장은 "국민은행 시세만 보고 집을 내놓으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아파트 수두룩해도 통계는 안잡혀

    지난 3월, 서울 성동구 뚝섬에서는 두 개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사상 최고(最高)의 분양가로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두 아파트는 주택경기 침체와 고분양가에 대한 부담으로 전체 공급물량의 3분의 2 이상이 청약에서 대거 미달됐다. 인근 지역에 공급된 E아파트도 82가구 모집에 절반 이상이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작년 11월 중랑구 묵동에서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 411가구 역시 60% 가까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상태.

    그런데 국토해양부가 최근에 발표한 미분양 아파트 현황(지난 7월 말 기준)에서, 성동구와 중랑구는 작년 12월 이후 미분양 아파트가 한 채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도 마찬가지. 작년 12월 이후 경기 광주시 송정·장지·태전동 등에 8개 단지가 잇달아 공급돼 줄줄이 청약 미달됐지만, 국토부의 미분양 통계에는 여전히 '제로(0)'이다.

    업체의 자율신고가 통계오류로 이어져

    국민은행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아파트 시세가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8800여 개 해당 지역의 중개업소가 매주 제공하는 가격을 토대로 작성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부동산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때는, 인근 아파트 매매 사례를 참고해 입력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세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 통계도 전국 주택사업자가 해당 시·군·구에 자율적으로 신고한 내역을 바탕으로 산정하다 보니 실제 미분양 수치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미분양 통계의 경우 건설업체들이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것처럼 아파트 시세도 너무 낮게 발표되면 해당 아파트 입주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에 실제 거래가격을 그대로 소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실한 부동산 관련 통계 자료들로 말미암아 이를 바탕으로 수립되는 정부의 주택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성대 이용만 교수는 "정부가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시기와 강도를 정하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예측할 수 있는 통계와 지표를 정비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