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22 03:18 | 수정 : 2008.09.22 06:28
환경단체들 "권 바뀔 때마다 풀어대 유명무실해져"
경기도는 "제는 찬성, 주택만 지으려는 개발엔 반대"
새 정부가 향후 10년간 분당 신도시의 5배가 넘는 100㎢의 수도권 그린벨트(greenbelt·개발제한구역)를 풀어 주택 40만 가구를 짓기로 하자 그린벨트 개발 논란이 불붙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심각한 그린벨트 훼손"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보전 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로, 녹지 훼손 우려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해제될 그린벨트는 논·밭 등 농지(農地)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전 가치가 낮은 임야 등은 지난 정부가 이미 그린벨트에서 대거 풀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해제될 토지는 대부분 농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는 그린벨트의 환경성을 평가해 1~5등급으로 분류, 보전 가치가 낮은 4~5등급지를 대부분 해제했다. 당시 농지는 녹지(綠地)는 아니지만 보전 가치가 있다고 보고 1~3등급지로 분류해 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1~3등급으로 분류돼 있지만 쌀이 남아 도는 시대인 만큼, 농지는 보전 가치가 낮다"면서 "농지를 저밀도로 개발하고 공원도 조성할 경우, 오히려 환경적으로 더 쾌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그린벨트로 산업·연구단지 조성해야"
경기도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다만 택지 중심의 개발이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그린벨트가 단순히 주택공급 위주 개발로 그치지 말고 친환경녹색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연구개발, 교육, 문화와 산업 등과 어우러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형구 의왕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선 지역이 자족할 수 있도록 산업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인국 과천시장도 "지역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국토부는 주택을 짓고 지방자치단체는 교육, 문화, 연구 단지 등을 개발해 결국 그린벨트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대 황희연 교수는 "국토부가 임대주택단지 추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원하는 사업을 그린벨트에 허용해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그린벨트가 개발벨트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정부는 그린벨트에 임대주택단지를 지으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현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했다. 현재 각 지자체들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미디어밸리(고양시), 행정타운(남양주시·의왕시), 유통업무설비(안산시), 복합문화관광단지(과천시) 등 20여 개의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환경단체들 "땜질식 그린벨트 개발은 그만"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제도로, 정부가 1971년 7월에 첫 도입한 후 1977년 4월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5397㎢가 지정됐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를 공약했던 김대중 정부가 2000년 이후 시화산업단지와 창원산업단지(11㎢)를 시작으로 전국의 그린벨트 1454㎢를 해제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그린벨트에 서민들을 위한 국민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건설했다.
정부는 작년에 2020년까지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담은 '2020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을 확정, 수도권은 개발제한구역(1540㎢)의 8% 가량인 124㎢를 해제하기로 했다.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린벨트를 '땜질'식으로 풀고 있어 그린벨트 난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과천·의왕·하남 일대 농지 풀릴 듯
경기 과천·의왕·하남·광명·고양시와 서울 강남·서초·은평구 일대의 그린벨트 내 농지들이 그린벨트 해제 1순위가 될 전망이다. 과천시는 전체 면적 중 89.7%인 33㎢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는 데다 서울과 인접하고 지하철 4호선 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 면적의 90% 이상인 89㎢가 그린벨트로 묶인 하남시도 서울 근교에 위치, 해제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24.3㎢와 134㎢의 그린벨트를 각각 갖고 있는 광명시와 고양시 역시 서울과 인접해 있어 농지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린벨트가 해제되더라도 정부가 수용해 개발하기 때문에 개인이 큰 시세차익을 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