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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처리'해도 안팔려… 서러운 미분양

    입력 : 2008.08.30 03:14

    업체 파격 조건 내걸어도 소비자 냉담
    지방 미분양 18.4% 급증 일부는 임대용으로 팔기도

    "입주가 세 달도 안 남았는데 분양은 절반도 안 됐으니… 뭐 좋은 방법 없나요?"

    29일 부산광역시에서 분양 중인 한 아파트 분양소장은 "잔금 대부분을 아파트 입주 후 몇 년씩 살다가 내도록 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도 효과가 별로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29일 밝힌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14만7230가구(6월 말 기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무리하게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해 기존 계약자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그저 들어와 살아만 주세요"

    미분양은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특히 심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수도권 미분양 주택 수는 전달 대비 4.4% 감소한 반면, 지방 미분양 물량은 12만8308가구로 같은 기간 18.4%나 증가했다. 실제 부산·대구 등 건설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을 벌인 곳에서는 여지없이 대량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미 준공된 아파트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입주자를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산 진구에서 완공된 A건설사 아파트의 경우, 계약자가 일단 들어와 살되 아파트 값 대부분은 입주 후 5년 뒤에 내는 조건이다. 하지만 파격적인 분양 조건에도 불구, 여전히 미분양 물량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B건설사는 충남 아산 아파트의 미분양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 등 인근에 대규모 공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과 접촉에 나섰다. B사 관계자는 "해당 기업에서 기숙사 수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달서구에서 아파트를 공급 중인 C사는 미분양 물량에 대해 아예 직접 보유하며 전세로 돌리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 중견 D사는 최근 정부가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완화 방침을 발표하자,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분양 승인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약자 무시 조치로 부작용 빚기도

    일부 건설사는 자사 이익만을 생각한 무리한 조치로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E건설이 부산 용당동에 있는 712가구 규모 단지에 대해 내린 결정이 대표적. E사는 이 단지가 완공 후에도 절반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자 미분양 물량(388가구)을 올 상반기 주택공사에 임대주택용으로 팔아 버렸다. 본래 일반 주택 단지로 조성된 것인데, 건설사가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대주택용으로 매각한 것. 계약서와는 달리 단지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채우게 된 기존 계약자들은 이에 항의, 분양계약 취소를 위한 집단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분양전문업체 '더 감' 이기성 사장은 "요즘 지방에선 분양 아파트 인근 집값까지 급락하자 '애초에 내가 냈던 계약금을 포기할 테니 계약을 해지해 달라'는 계약자들의 요청으로 애를 먹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분양 어디까지?

    하지만 앞으로도 지방의 미분양 주택 문제는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부가 지난 6월 미분양 주택 관련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미미하기 만 하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5월 말 2만1757가구에 불과하던 '준공 후 미분양'이 6월엔 3만5190가구까지 늘었는데, 대부분 지방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여기에다 지방별 거점도시를 육성하겠다는 혁신도시 사업을 현 정부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대규모 지방 주택 공급 사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기본적으로는 높은 분양가로 미분양을 초래한 건설업체들의 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하지만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지방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치밀한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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