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7.18 20:03 | 수정 : 2008.07.20 09:12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15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지금이 집을 살 때냐 팔 때냐?”
부동산 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됐던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후에도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이자 향후 부동산 가격 전망을 둘러싸고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동시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에 관한 한 좋은 뉴스는 거의 없고 우울한 뉴스만 양산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세계경제는 살인적인 고유가와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도 경제의 한 분야인 만큼 전체 경기가 나빠지면 당연히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집값 바닥 쳤다” vs “추가 하락할 것”
고심하는 투자자들
고유가 + 서브프라임 사태… 부정적 전망 늘어
담보대출 금리는 9%대로 치솟아 부담 가중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부터 1년이 흘렀지만 세계경제는 기록적인 물가상승률과 경기 후퇴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고 최신호(7월 14일자)에서 보도했다.
국내 경기도 좋지 않다. 기업들은 3분기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7월 13일 806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를 발표했다. 3분기 경기전망지수는 98로 조사됐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3분기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좋아질 것이란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망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물가상승률 5%대…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실질소득 줄면서 부동산에도 부정적 영향
금리도 고금리 추세다. 개인의 금융자산 중 43% 가량을 차지하는 예금의 경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5%대 중후반이지만 지난 6월 물가상승률이 5.5%에 이르러 이자소득세를 제한 실제 이자율은 마이너스다. 그만큼 실질소득이 줄어든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은 9%대까지 진입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은 신규 대출자뿐만 아니라 이미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그 여파가 크다. 실제로 비교적 금리가 낮을 때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은 최근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반면 집값은 오르지 않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금리 수준 자체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상승 추세로 돌아선 게 더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7월 둘째 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기점으로 정책금리 향방에 대한 국내외 시장과 학계의 기류가 ‘인상론’ 쪽으로 확연히 돌아섰다. 하반기에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던 국제유가가 전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을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규제완화책 발표, 효과 있었을까
강남권만 일시 꿈틀했다가 다시 얼어붙어
실제로 부동산시장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정부의 규제완화 발표 이후 ‘꿈틀’했으나 다시 얼어붙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도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15일 강남권 중개업소에 따르면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등 규제 완화책을 발표한 다음날인 7월 11일 매물이 회수되고 일부 급매물이 팔리는 등 가격 상승 조짐을 보였으나 12일부터는 문의전화가 뚝 끊긴 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시중 금리와 물가는 상승하는 반면 경기침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11일 10억2000만원짜리 급매물이 10억2500만원에 2개, 10억3000만원짜리 1개가 각각 팔리면서 나머지 물건의 호가도 10억5000만∼10억6000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상승세가 금세 꺾이며 10억3000만원짜리 급매물이 재등장했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는 상황이 더욱 안 좋다. 11일 당시에도 50㎡(15평) 1채만 거래 됐을 뿐 이후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거래가 실종됐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신호에 따라 집값이 들썩이던 예전과는 딴판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비관론이 시장의 낙관론을 무력화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북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가 대량으로 쌓여 있을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있다.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도 4개월째 감소세가 계속됐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6월 아파트 실거래 신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신고된 아파트 거래 건수는 4만2974건으로 전달에 비해 1390건 감소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는 새 정부의 규제완화 기대와 봄 이사철 수요 등으로 3월에 4만6629건까지 올랐으나 4월 4만6156건, 5월 4만4364건 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전국 아파트 거래 4개월째 감소 계속
‘버블7’지역 집값은 1억원 이상 빠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2006년 12월 이후 서울·경기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1억원 이상 빠진 단지들은 대부분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이었다. 이들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은 서울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주택가격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기 수요자들은 꽤 있지만 금리상승 등으로 인해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며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적극적으로 사려는 사람이 적어 집값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 집값 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출규제를 푼다고 해도 치솟는 금리 때문에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악 고유가가 아파트에 미친 영향은?
중대형 관리비용 크게 늘면서 수요 감소
고유가도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유가는 중대형 아파트의 관리비용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집값 상승을 주도한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특히 하반기 금융시장 최대 불안 요인 중의 하나로 부동산시장을 꼽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가계 대출 상환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는 가계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의 경우 상환 능력 중심의 대출심사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시장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관론자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줄기차게 낙관론을 펼쳐온 모 전문가는 그 말을 믿고 집을 샀던 투자자들이 집값이 떨어지자 격렬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정종철 반도컨설팅 대표는 “경기침체 속에서 부동산시장만 나홀로 호황을 누릴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경기·시장상황·투자심리 어느 하나 유리하게 돌아가는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