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6.11 21:03
안팔리는 지방 아파트, 세제·금융규제 완화로 해결될까?
2만여 가구는 팔릴 전망… 얼어붙은 주택경기엔 미흡
양도세 면제·종부세 제외 등 좀 더 과감한 정책 나와야
11일 정부가 발표한 지방 미분양 대책의 핵심 골자는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세금 및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9월에 발표한 미분양 대책이 공공기관 및 민간펀드가 미분양 주택을 직접 사들이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면 이번에는 규제를 풀어 주택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전문가들은 "빈사(瀕死) 상태에 빠진 지방 주택시장에 효과를 내기 어려운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제·금융 규제 일부 완화=내년 6월 말까지 지방 미분양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등록세가 분양가의 2%에서 1%로 줄어든다. 또 이를 구입해 1가구 2주택자가 된 경우, 2년 이내에 6억원 이하의 기존 주택을 팔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은 1년 이내에 팔지 않으면 1가구 2주택자로 양도세가 50% 중과세됐다.
담보인정비율(LTV)도 70%까지 적용돼 지방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집값의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단, 건설사가 분양가를 10% 이상 낮추거나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분양대금 납부조건을 완화한 미분양 주택만 해당된다. 아울러 비(非)투기지역에서 모기지 보험에 가입한 경우라면 미분양에 상관없이 모든 주택을 집값의 85%까지 대출받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지방 미분양주택을 산 뒤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때에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지방주택 수요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미분양 주택 2만여 가구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꽁꽁 얼어붙은 지방 주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취득·등록세 50% 인하로 인한 절세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다.
분양가가 3억~5억원인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330만~475만원 정도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 1가구2주택자의 비과세 기간을 2년으로 늘려준 것도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집을 팔지 못해 새집으로 이사를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숨통을 틔워줄 수 있겠지만, 서울과 수도권 수요까지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수백만원의 절세 효과를 노려 지방 아파트를 사는 대신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수도권 주택을 파는 경우는 드물다"며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중과세를 완화해야 수도권의 투자가가 지방 주택을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업계, 시큰둥한 반응=건설사들도 이번 대책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A건설회사 관계자는 "이미 업체들이 중도금 무이자 등으로 실제 분양가를 낮추고 있는 데다 기존 계약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분양가 인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지방 주택시장은 초과 공급상태이기 때문에 이 정도 대책으로는 효과가 나기 어렵다"며 "외환위기 때처럼 한시적으로라도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 원천적으로 양도세를 면제해주거나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건설사들이 지방에서 공급을 준비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 고(高)분양가를 책정해 고의로 미분양을 만들어 정부 대책에 따른 혜택을 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집값의 85%까지 대출을 허용해줌으로써 자칫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