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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Close up] 브랜드만 바꿔도 아파트값 '껑충'

    입력 : 2008.06.03 21:42

    래미안·자이 등 주변보다 수천만원 비싸
    외관만 고쳐 유명브랜드로 이름바꾸기도

    서울 은평구 S아파트. 지난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최근 건물 외벽에 페인트 칠을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명칭도 유명 브랜드로 바꾸었다. 인근 M부동산중개업소는 "아파트가 너무 오래되고 인기가 없다 보니 입주민들이 값을 올리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며 "작년 말부터 이 지역에서 이름을 바꾼 아파트만 3~4개"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침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나 입주민들 사이에 브랜드 열풍이 불고 있다. 거의 같은 조건인데도 유명 아파트 브랜드에만 매수자들이 몰려 많게는 1억~2억원의 시세 차이를 보이는가 하면 건설사들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자체 브랜드 알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브랜드에 따라 3.3㎡당 200만원 차이

    주택 수요자들이 브랜드에 크게 의존하는 주된 이유는 유명 브랜드 아파트가 일반 아파트보다 선호도가 높은 데다 집값 상승폭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거의 같은 조건의 아파트들도 브랜드의 유명세에 따라 시세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조사한 결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지난 2004년 8월에 입주한 삼성건설의 '래미안 공덕3차'(135㎡형)와 일반 H아파트(138㎡형)의 경우 3.3㎡당 평균 500만원의 시세 차이가 났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GS건설의 경기 용인시 '신봉마을 LG자이 1차'(109㎡)와 B아파트(109㎡)의 3.3㎡당 시세는 각각 1576만원과 1333만원. 같은 지역에서 거의 동시(2004년 1월)에 입주했는데도 200만원 이상 벌어진 것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대형 건설사의 경우 한 지역에 여러 개 단지를 꾸준히 공급하면서 작은 타운을 형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설계와 생활 여건을 갖고 있는 데도 일반 아파트들의 가치는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만 바꿔도 수천만원씩 올라

    이처럼 아파트 값에 '브랜드 프리미엄'이 작용하다 보니 기존 아파트들도 건물 외관을 고치면서 유명 브랜드로 이름을 바꾸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말 '래미안' 아파트로 이름을 변경한 이후 2000만원이 올라 4억~4억6000만원(106㎡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지역의 다른 아파트들 역시 '래미안'과 '데시앙'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1000만~2000만원씩 올랐다.

    특히 작년 5월, 법적 소송까지 거쳐 '롯데 캐슬'로 이름을 바꾼 동작구 사당동 '롯데 낙천대' 아파트(119㎡)는 비슷한 시기(2003년)에 입주한 인근 S아파트(105㎡)보다 2억원 이상 비싼 6억~6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당동 S공인중개사무소는 "사실 건물 외관이 조금 바뀐 것 외에는 주변 환경이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하지만 일반 수요자들은 아파트의 실제 가치보다 브랜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랜드 과열 경쟁에 소비자들만 피해

    건설사들이 아파트 브랜드 경쟁에 들어간 것은 지난 1990년대 말. 당시 삼성건설이 '래미안'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브랜드'화(化)에 나서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푸르지오', '자이(Xi)', 'e-편한세상' 등 경쟁적으로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늦게 브랜드 경쟁에 뛰어든 곳은 현대건설. 2000년대 초반 '현대 홈타운'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다 2006년 9월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고 홍보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과도한 브랜드 경쟁이 주택 수요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05년 가을, 서울 마포구 '현대 홈타운'에 입주한 이모(41)씨는 "아파트가 완공된 지 1년 만에 건설사가 새 브랜드(힐스테이트)를 내놓으면서 주변 아파트들에 비해 오래되고 낡았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그래서인지 집값도 다른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거래도 안 된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진영 팀장은 "대형 건설사의 설계나 시공, 입주 후 관리 서비스가 일반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고 유명 브랜드가 아파트의 질(質)이나 입지 여건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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