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5.23 20:03 | 수정 : 2008.05.25 10:16
살길은 新기술뿐이다④ 막바지 공사 인천대교 현장…신기술 전시장 18.2㎞
작년 세계 토목계 선정‘10대 프로젝트’
두바이는 방문하고 감동해 즉석 계약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0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5월 19일 인천 송도 국제도시 앞바다를 쾌속선으로 20분 정도 달려 인천대교의 버팀 기둥(주탑) 밑동에 도착했다. 하지만 거센 파도로 주탑 밑동에 배를 대지 못하고 선수를 돌려 파도가 조금이라도 잔잔한 다른 교각을 찾아 배를 댔다.
공사 현장인 송도 앞바다는 바람이 심하고 안개가 잦다. 밀물과 썰물 때는 유속이 초당 1.27m에 달해 휩쓸리면 빠져 나오기 어렵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국내 최장(18.2㎞)의 다리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인천대교는 한국 토목 기술의 백화점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신기술과 신공법의 시험장이 됐다. 인천대교 건설 기술을 한마디로 종합하면 ‘더 길게, 더 높게’이다.
길이 세계 5위 사장교… 내년 10월 완공
다리 밑동에서 70여m를 리프트를 타고 오르면 다리 상판이다. 인천대교 중앙부는 양쪽에 주탑을 세우고 쇠줄로 상판을 당겨 지탱하는 ‘사장교’로 세워지고 있다. 주탑 사이의 거리는 800m로 내년 10월 완공되면 국내 최대, 세계 5위의 사장교가 된다.
이날 사장교 건설 현장에선 상판을 쇠줄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천대교의 상판에는 신(新) 공법이 숨어 있었다. 통상적인 사장교 건설 방식은 주탑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상판 조각을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대교는 육지 방향에 임시 교각 4개를 세우고 350m쯤 되는 상판을 4개로 쪼개 3000t급 대형 크레인으로 들어 올렸다. 한 번에 최대 2724t의 상판을 들어 올렸다.
현재 두 개의 주탑 안쪽 800m 구간을 제외하고 영종도 쪽이나 송도 쪽은 사장교 상판이 연결돼 있다. 이젠 주탑 안쪽만 연결하면 된다. 이 구간은 인천항으로 화물선 등이 오가는 뱃길이다. 뱃길을 막고 3~4일씩 대형 상판을 들어 올릴 수 없어 길이 15m의 상판 조각을 연결하는 통상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육지 방향의 임시 교각은 상판이 모두 쇠줄로 연결되면 철거된다. 최영재 삼성건설 부장은 “대형 상판을 잇는 방식으로 공기를 3개월 정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탑은 63빌딩 높이…‘버즈 두바이’ 공법 응용
인천대교 주탑의 높이는 238.5m. 서울 여의도의 63빌딩 높이(249m)에 육박한다. 서해대교 주탑(182m), 영종대교 주탑(107m)의 높이를 훨씬 넘어서 국내에서 가장 높다. 주탑 건설에는 삼성건설이 두바이에 세우는 세계 최고층 건물 ‘버즈 두바이’에서 사용된 공법이 응용됐다. 자동 거푸집을 이용해 1단(4m로 건물의 1층 높이)을 3일에 올리는 급속 시공 방법이다. 일반 거푸집은 한 단의 공사가 끝나면 해체했다가 다시 만들어야 하지만 자동 거푸집은 유압잭을 이용해서 콘크리트 타설이 끝나면 자동으로 한 단씩 상승한다. 신공법 덕분에 주탑 건설도 계획 대비 공기가 3개월 단축됐다.
주탑이 서 있는 밑동도 신공법의 집합체였다. 보통은 교각 기초를 다지기 위해 물막이 공사를 한 후에 물을 빼내고 공사를 한다. 하지만 인천대교 주탑은 지름 3m의 대형 강관 24개를 바다에 심어 기초를 세웠다. 물막이에 걸리는 2년여의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강관 안에 들어가는 철근 두께는 51㎜로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 구부릴 수 없어 세계 최초로 철근망 제작 기계까지 만들었다. 이 기계는 국제 특허를 신청했다.
송도 국제도시 바닷가에선 바다 위에 세워지는 사장교와 육지를 연결하는 고가교의 콘크리트 상판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통 다리를 만들 때 콘크리트 상판은 현장에서 동바리를 세우고 거푸집을 만들어 현장에서 철근을 조립해 콘크리트를 가설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인천대교는 달랐다. 건설 현장이 바다 위여서 인부들과 레미콘 차가 접근하기 힘들고 동바리를 세운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바닷가에서 미리 콘크리트 상판을 만들어 바지선을 싣고 가서 교각 위에 올리는 방식을 쓴다.
이충희 삼성건설 차장은 “이틀에 한 개꼴로 50m짜리 콘크리트 상판을 생산해 내고 있다”며 “현장에서 거푸집을 만드는 방식을 쓰면 한 달이 걸리는데 사전 제작하니 이틀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50m짜리 상판을 미리 제작해 도로용 다리를 만드는 공법은 인천대교 현장에서 세계 최초로 사용되는 것이다. 상판 1개의 무게만 1360t이다. 인천대교에는 50m짜리 상판이 336개 들어간다. 만약 이를 과거 방식으로 했다면 한 개에 최소 열흘씩만 잡아도 112개월(약 1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상판을 사전에 초고속(이틀에 한 개씩)으로 제작해서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건설하며 세운 국내 최대·최고 기록만 100개
인천대교는 인천대교 주식회사가 시행하고 삼성JV(조인트벤처)가 시공하는 민자 구간(12.3㎞)과 한국도로공사가 시행하는 국고 구간(8.93㎞)으로 나뉜다. 그중 교량은 18.2㎞이다. 민자 구간뿐 아니라 국고 구간에도 다양한 신공법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다리 밑에 철근 콘크리트 막대(스트럿)를 보강재로 사용한 ‘스트럿 부착 박스 거더교’가 대표적이다. 김상혁 한국도로공사 차장은 “인천대교를 묘사하거나 공법을 설명할 때 국내 최대, 최고란 수식어가 붙는 게 사소한 것까지 따지면 1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인천대교 건설은 외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 영국의 건설 전문지인 ‘컨스트럭션 뉴스’는 인천대교를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세워진 공중 유리 교량인 ‘스카이 워크’ 등과 더불어 세계 토목계의 ‘경이로운 10대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현재까지 약 5만여명의 방문객이 현장을 찾았는데 그중 10%인 5000여명이 외국인이다. 작년 3월엔 두바이 관계자들이 공사 현장을 방문한 후 즉석에서 계약을 제안해, 삼성건설이 팜 제벨알리 해상 교량 공사를 3억5000만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신기술과 신공법의 채택은 건설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줬다. 서해대교는 7.3㎞ 건설에 72개월이 걸렸지만 인천대교는 18.2㎞ 건설에 5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인터뷰 | 박상일 한국도로공사 인천대교 건설사업단장
“100% 우리 기술의 아시아 최고 랜드마크”
박상일 한국도로공사 인천대교 건설사업단장은 “인천대교는 우리나라 토목 기술의 상징이자 동북아시아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민자로 시공되는 부분의 관리와 국고로 시공되는 부분의 시행을 맡고 있다.
인천대교 건설 기술의 국산화율은. “거의 100% 국산 기술로 보면 된다. 건설 공사는 외부 도움 없이 진행하고 있다. 설계 등도 독자적으로 수행한 후에 외국 기술진에 검증을 받는 정도로 자체 기술로 진행하고 있다.”
인천대교가 한국 건설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서해대교가 우리나라 장대형 교량 기술의 역사를 열었다면 인천대교는 완숙 단계에 들어가게 했다고 생각한다.”
교통 측면에서 인천대교가 갖는 효과는. “송도 국제도시에서 1시간 걸리던 인천국제공항이 앞으론 20분 정도 걸리게 된다. 수도권 남부 주민들이 영종도에 가는 시간을 40분 정도 단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