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5.23 19:49 | 수정 : 2008.05.25 13:22
살길은 新기술뿐이다④ 건설기술…'해외건설 5대 강국'으로
2003년 37억달러 → 2008년 500억달러 수주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0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이 첨단 건설기술을 바탕으로 해외건설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398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사상 최고 기록이던 2006년의 165억달러보다 2.4배나 많은 것이다. 37억달러에 그쳤던 2003년에 비하면 10배도 넘는다. 올해는 더 좋다. 연초부터 대형 수주가 쏟아져 지난 5월 9일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는 8월에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5월 16일 현재 이미 작년 실적 39억달러를 4억달러나 초과 달성하는 바람에 목표를 상향했을 정도다. 국토해양부의 올해 수주 예상치는 450억달러이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500억달러 돌파와 해외건설 수주누계 3000억달러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2 중동 특수
현대건설 등 4개사가 쿠웨이트 정유플랜트 싹쓸이
올 들어서만 1조원 넘는 초대형 수주 쏟아져
해외건설은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이 달성한 해외건설 매출액은 약 180억달러. 이는 10대 수출산업 중 철강에 이어 9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해외건설은 국제수지 면에서도 서비스 수출품목 중 최고다. 지난해 해외건설은 17억달러의 흑자를 내서 전체 경상수지 흑자 중 29%를 차지했다. 해외건설이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살려낼 구원투수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도 이같은 추세에 고무돼 올해를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 원년(元年)으로 삼고 진입 시점은 당초 목표연도인 2015년에서 5년을 당겨 2010년으로 정했다. 정부는 2010년까지 해외건설시장 점유율 8%를 달성할 계획이다.
해외건설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연초부터 수십억 달러대의 초대형 수주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0억달러를 넘는 수주만 해도 2월 GS건설의 아랍에미리트 그린 디젤 프로젝트(11억달러), 2월 우림건설의 카자흐스탄 알마티 복합단지 개발사업(14억달러), 5월 1일 현대건설의 카타르 라스라판 C IWPP 프로젝트(20억달러) 등의 수주가 이어졌다.
5월 12일에는 GS건설, SK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4개사가 총 83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정유플랜트 건설 사업을 싹쓸이했다. 이는 한국이 1965년 해외건설에 진출한 이후 단일 건설·플랜트로는 최대 규모다. 10억달러 이상의 초대형 수주가 잇따르다 보니 10억달러 미만의 공사 수주는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할 정도가 됐다.
한국 업체의 경쟁력
중동 “기술은 첨단, 비용은 저렴” 선호
세계 초고층 빌딩 건설은 한국기업 독무대
이처럼 한국 건설업체들의 승전보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 건설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쪽에서는 “한국 건설업체들은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지만 비용 면에서는 적게 먹힌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한국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건설업체들의 경쟁력은 여러 분야에서 향상됐지만 핵심은 역시 건설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83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정유플랜트 건설 사업이 좋은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2006년 말 한국 업체들이 수주를 확정 지은 것이지만 쿠웨이트 정부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담합의혹을 이유로 발주방식을 변경했다. 그런데도 한국 업체들이 모조리 싹쓸이한 것은 그만큼 한국 건설업체들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부단한 기술 연마를 바탕으로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던 초정밀 시공에도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일반인들이 건설 기술력을 가장 체감하는 분야인 초고층 빌딩은 한국 업체의 독무대로 변한 지 오래다.
특히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 분야의 절대 강자다. 이 회사는 세계 최고(最高) 빌딩 자리를 예약한 두바이의 버즈두바이를 비롯, 세계 3대 마천루(摩天樓·초고층 건물)를 모조리 시공했거나 시공 중이다. 특히 버즈두바이는 초고층 시공 실적이 있는 전세계 30여개 건설회사가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사업주인 두바이 국영개발업체 이마르(Emaar)사 알라바 회장은 2004년 12월 “삼성이 아니면 안 되겠다”며 공사를 맡겼다. 세계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기술력을 인정한 쾌거였다.
초고층 빌딩을 지을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뭘 해도 잘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실제로 이 회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장대교량인 인천대교도 시공하고 있다. 버즈두바이 수주 이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초고층 빌딩 공사를 여러 건 수주한 것은 물론 장대교량공사도 수주했다. 지난해 4월 두바이 나킬(Nakheel)사가 턴키로 발주한 팜 제벨알리 해상교량공사를 3억5000만달러에 단독 수주했다.
국내 건설시장
치열한 선두 경쟁 덕에 건설기술 상향평준화
단순 토목공사서 고부가가치 기술로 눈 돌려
한국이 최근 해외건설 강국으로 떠오른 것은 국내 건설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고 이 과정에서 건설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 건설시장은 오랫동안 현대건설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은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시공능력 평가에서는 2004년과 2005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1위를 차지했고 2006년과 지난해에는 대우건설이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를 상대로 겨룰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국내 건설시장의 여건이 악화되면서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해외건설에 눈을 돌린 것도 해외건설 수주액이 늘어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개별 기업 중 일등공신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1일 카타르에서 20억6800만달러 규모의 라스라판 C IWPP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1965년 해외건설에 진출한 이래 한국 건설업체 중 처음으로 해외수주 누적액 600억달러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현대건설 외에도 GS건설, 두산중공업, 포스코건설 등 새로운 강자가 속속 출현해 해외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또 신한, 우림건설 등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도 해외시장을 노크해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우리 업체들이 인건비를 따먹는 단순 토목공사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공사를 수주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도 향후 한국의 해외건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은 국가적인 기여도에 비해 홀대받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건설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즈두바이에 적용된 첨단 건설기술
층당 3일 공정 : 3일에 1개 층씩 골조공사를 진행하는 공법이다.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거푸집은 1개층 공사가 끝나면 2300톤급 유압잭 장비를 이용해 저절로 다음 층으로 이동한다. 이동 소요 시간은 30분. 일반 거푸집은 1개 층 공사가 끝나면 해체한 후 다음 층에서 다시 조립해서 사용한다. 그만큼 시간과 인력이 절약되는 셈.
고강도 콘크리트 : 이 현장에 적용한 고강도 콘크리트의 강도는 80MPa다. 가로 세로 1㎝의 좁은 면적 위에 몸무게 70㎏의 남성 11명이 동시에 올라가도 끄떡없는 강도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현재 250MPa 강도의 콘크리트까지 개발한 상황이다.
콘크리트 압송기술 : 버즈두바이 158층 현장에서 지상 601m 높이까지 고강도 콘크리트를 배관으로 압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대만의 TFC 101 빌딩 시공 시 대만·일본 업체가 갖고 있던 최고 타설기록(450m)을 갈아치운 것.
수직도 관리 : 초고층 건물은 고속엘리베이터 운행 및 커튼월(초고층 빌딩의 핵심벽체) 설치 등과 관련, 수직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수직 500m 높이에서 25㎜의 오차만 허용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레이저를 이용한 기존 측량기법과 동시에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 측량기법을 개발해 수직도 관리에 적용하고 있다.
내진·내풍 설계 : 진도 7.0 이상의 내진 구조를 갖추고 해안가의 초속 36m 강풍에도 견디도록 설계했다.
첨탑 리프트업 공법 : 160층 위에 첨탑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 건물 내부에서 첨탑구조물을 조립한 뒤 이를 유압잭과 강선을 이용해 꼭대기로 밀어올리는 공법이다. 이 역시 최신공법이다.
삼성물산 미래 주택 전시관 ‘U-홈’
거실 창문이 대형 스크린으로, 벽지 色도 자유자재로 변해
미래의 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설치한 주택전시관인 ‘래미안 갤러리’는 이런 궁금증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하면서 풀어준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미래형 주거기술과 주택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U-홈’이다. IT(정보기술)를 활용한 U-홈은 2010년 이후 미래 주거환경을 가상한 체험전시관으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응용해 미래형 주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U폰을 이용하면 아파트 입구에서 출입자를 확인하고, 거실에서 양방향 TV를 작동시키거나 조명을 조절할 수 있다. 또 집이 사람을 자동인지해 실내환기시스템을 작동시키거나 지능형 욕조를 통해 원하는 수온 및 색깔로 욕조물을 맞출 수 있다.
주방에선 사람의 키에 맞춰 자동으로 높낮이가 조절되는 상크대에서 요리강습을 보며 원하는 요리를 할 수 있고, 요리에 맞는 그릇을 스마트 수납장을 통해 쉽게 찾을 수도 있다. 거실에 이테이블(E-Table)을 배치해 인포테인먼트(정보를 이용한 오락)가 가능한 가족화합공간으로 변신토록 했다. 거실창문이 대형 스크린(랜드스케이프월)으로 변해서 가족과 함께 전자책을 보거나 동영상을 볼 수도 있고 유명한 외국의 관광명소를 가볼 수도 있다.
드레스 룸에서는 사용자가 의상을 옷장에서 꺼내지 않고도 거울을 통해 착용 후 모습을 미리 보고 코디한 옷과 소품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의상코디 수납장도 소개된다. 벽지를 바꾸지 않아도 벽 색깔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전자벽지를 비롯해 우유 등 식료품의 유통기한을 알려주는 지능형 냉장고, 집주인의 얼굴 형태를 자동으로 인식해 현관문을 제어하는 안면인식시스템 등은 사람 중심의 미래주거환경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준다.
커뮤니티시설과 외부공용공간의 진화도 눈부시다. 앉으면 개인이 좋아하는 음악이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뮤직 벤치와 멀티미디어 놀이터, 건강체크가 가능한 조깅트랙 등이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