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으로 진화하는 PB

"우리의 기본 역할은 '재테크 조언자'죠. 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집사'에 가깝습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의 말이다. 요즘 PB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기본으로, 재산 상속과 분할, 자녀의 연수·유학 알선, 심지어 고객 가족의 결혼식 준비까지 해준다.

최근엔 고객의 사업 파트너를 구해주거나, 해외 금융 전문가와 고객의 만남을 위해 국제 화상회의 장비를 활용하는 은행도 등장했다. PB 업계의 적자 생존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얘기. 덕분에 PB 서비스 역시 진화를 거듭하면서 은행마다 색다르게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남다른 서비스로 승부한다

차별화 전략의 핵심은 '다른 은행에는 없는 서비스'를 내세우는 것. 신한은행의 'PB 원격거래서비스'는 전화나 팩스를 통한 상담으로 상품 개설은 물론, 자금 이체도 한 번에 처리되는 서비스다. PB 센터는 실명 확인을 위해 맨 처음 한 번만 방문하면 된다. 고액자산가를 위해 유언에서 상속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도와주는 서비스도 있다.

하나은행은 세무·펀드·증권 등 분야의 전문가 6~7명으로 구성된 본점 상담팀이 16개 PB지점(골드클럽)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순회 상담 서비스를 해준다. 하나은행에 맡긴 자산 규모에 따라 연간 1~2회 무료 법률 상담도 해준다.

HSBC은행의 PB 브랜드인 '글로벌 프리미어' 서비스는 전 세계 36개국에서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해외 계좌 개설, 해외 부동산 구매 지원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프리미어 고객만을 위한 '프리미어 마스터 카드'가 발급된다. 특히 골프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 고객들을 위해 HSBC가 주최하는 각종 해외 골프 대회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한국씨티은행의 '씨티골드'는 전 세계 시장에 대한 투자분석 자료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국내 PB 센터에 전달돼 최신 투자 정보가 풍부하다는 것이 자랑이다. 중국·싱가포르·홍콩·호주 등 34개국 498개 씨티골드센터에서 VIP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PB 고객의 자녀들을 선발해 재테크 교육을 하고, UBS 등 글로벌 금융회사를 방문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내세우고 있다. 14일부터는 새로 PB 고객이 됐거나, PB 고객을 소개해준 사람에게 대한항공 마일리지 3만~5만 마일을 주는 서비스도 한다.



■VVIP 서비스 따로 있다

PB 서비스는 특별히 많은 금융 자산을 가진 고객을 특별히 우대해 관리하는 서비스다. 그런데 PB 내에서도 다시 서비스가 분화되어 수십억 원대의 여유 자산을 굴리는 최상위 클래스 고객을 위해 별도의 PB 서비스를 따로 내놓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VVIP 마케팅'을 통한 차별화다.

국민은행은 여의도 '골드&와이즈' PB 센터를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초부유층' 자산가를 위한 전담 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10억 이상 자산가에게만 PB 서비스를 제공해온 신한은행도 별도로 금융자산 50억원 이상의 초우량 고객들을 위한 VVIP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6일 소위 '최상위 고객'을 겨냥해 서울 청담동에 '에프앤아너스(FnHonors) 갤러리아지점'을 열었다. TV 출연을 통해 유명해진 정복기 상무가 지점장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이 부유층을 위해 만든 역삼동 PB지점은 아예 '명품 PB 센터'라는 간판을 달았다. 우리투자증권의 압구정동 웰스매니지먼트센터(WMC) 역시 10억원 이상 거액의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VVIP 점포다.

은행들의 VVIP를 위한 PB 서비스는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가문재산관리)'를 추구한다. 금융회사가 한 집안의 가풍에 따라 사업과 자산운용, 자녀의 출산부터 교육, 결혼, 상속과 유언까지 돈에 얽힌 모든 것을 책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