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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8.02.21 23:04 | 수정 : 2008.02.22 14:18

    현장르포… 뉴타운 때문에 하숙생이 운다
    종암·흑석·전농동 대학가 뉴타운 개발로 물량 실종
    월세 10만원 이상 올라 학교 멀어도 싼 방 찾아 이사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앞 주택가. 다음달 이 대학에 입학하는 김모(19)군은 영하까지 떨어진 추위 속에서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2시간째 돌아다니고 있었다. 부동산중개업소 6~7곳을 둘러봤지만 전세나 월세로 나온 자취방이 아예 없었거나, 가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너무 비쌌다.

    "자취방 구하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보증금 1000만원도 부담스러운데 매달 50만원씩 내라고 하니, 원룸은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내겠네요."

    김군이 돌아다닌 전농동 일대는 '전농뉴타운' 개발이 추진되는 곳. 전농3동의 600여 가구는 철거를 앞두고 지난해 5월부터 이주를 시작했고, 전농1동의 1300여 가구도 오는 3월부터 이사를 떠날 예정이다. 전농1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심희정(여·38)씨는 "전농3동을 떠난 주민들이 대학생 자취방과 하숙집이 밀집해 있는 전농2·4동으로 대거 이사하면서 자취방은 동이 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하숙·자취집 철거되며 월세 올라

    서울 강북지역 곳곳에서 뉴타운 개발 등 재개발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일부 대학가가 '자취방·하숙집 대란'을 겪고 있다. 대학생들의 자취방이나 하숙집이 몰려 있던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한꺼번에 철거되면서 공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철거되는 주택에서 살던 사람들이 인근 지역 주택가로 이사하면서 '자취방 품귀'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하숙집과 자취방을 소개하는 홍보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뉴타운 개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대학가는 고려대와 중앙대, 서울시립대 인근 지역. 각각 '종암뉴타운' '흑석뉴타운' '전농뉴타운'이 개발되고 있다. 서울시립대 주변의 전농동 일대에는 총 1600여 가구가 철거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시립대 주변(전농1·3동)의 하숙집과 자취방도 300여 가구가 없어질 것이라고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추산했다. 굿모닝 부동산 심희정 대표는 "학생들이 주로 찾는 3000만~4000만원짜리 전셋집은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면서 "지난해 상반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40만원 하던 대학생 자취방용 원룸(14평·43㎡ 규모)이 지금은 월세 5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뉴타운'으로 개발되는 중앙대 주변(흑석1동)도 오는 5월 500여 가구가 철거된다. 이 때문에 이 일대 33㎡(10평) 안팎의 자취방 월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10만원 가량 올랐다. 성북구 종암동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고려대 주변도 상황이 비슷하다. 종암2동에 있는 505가구는 지난해 9월부터 철거되기 시작했다. 공인중개사 이혜숙(여·41·종암동)씨는 "제기동 등 인근 지역 재개발도 추가로 진행되면 고려대 주변 자취·하숙집 품귀 현상이 훨씬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값싼 자취방 찾아 다른 동네로 이사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은 새 주거지를 구하는 문제뿐 아니라 월세가 오르면서 생활비 부담 증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1월 고려대 정문 앞에서 자취방을 구한 김도형(22)씨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33㎡(10평)짜리가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5만원 선이었던 원룸 자취방을 월세 47만원(보증금 1000만원)을 주고서야 겨우 구했다"고 말했다. 아예 학교 근처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자취방을 옮기는 학생들도 있다. 중앙대 산업디자인과에 다니는 표준(25)씨는 설 연휴 직후 관악구 봉천동으로 자취방을 옮겼다. 학교 후문 쪽에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을 주며 자취를 해 왔으나, 주인이 최근 월세를 10만원 더 올려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표씨는 "학교 주변에선 지금 돈으로는 원하는 크기의 자취방을 도저히 구할 수 없었다"며 "학교에서 멀긴 하지만 월세 30만원에 냉장고, 텔레비전도 제공한다기에 봉천동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뉴타운 개발은 하숙으로 생계를 꾸려 온 대학가 집주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앙대 앞에서 10년 넘게 하숙집을 꾸려 온 이미선(여·53)씨는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하숙을 치는 일도 그만둘 수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학생들의 하숙비로 임대료를 내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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