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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형 아파트'의 역설

    입력 : 2008.01.19 01:31 | 수정 : 2008.01.19 01:44

    인기지역은 투자 즉시 차익 투자자에 세금 감면도
    쟁점 시범실시후 문제점 보완해야

    인수위는 아파트 지분의 절반만 분양받는 '지분형 주택분양제도'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 획기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제도가 집값이 끊임없이 올라야만 성공할 수 있는 역설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분형 주택은 이인제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공약했던 영국의 지분공유제(shared ownership)를 벤치마킹한 제도다. 영국의 지분공유제의 경우 실거주자가 25% 정도의 지분을 취득한 후 임대료를 내고 살면서 돈을 모아 나머지 지분을 인수, 내 집 마련을 하는 제도이다.
    부동산 불패론에 근거한 제도=인수위는 실수요자가 국민주택기금 5000만원의 융자와 자기 돈 5000만원으로 분양가 2억원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1억원에 해당하는 지분을 갖고 있는 투자자(펀드)는 실수요자가 전매 제한 기간(10년) 이후에 집을 팔 때 한꺼번에 시세 차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인수위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의 경우 시세보다 20~30%가 싸서 투자 즉시 시세 차익이 발생하는 만큼 민간 투자가 유치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인수위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도 시세 차익을 낼 수 없고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는 지방 중소 도시에는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는 "투자가 유치를 위해서는 리스크(위험) 프리미엄을 포함, 연간 10% 정도는 집값이 계속 올라야 성립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송파신도시 등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는 인기 지역은 투자가가 몰리겠지만 집값 상승률이 낮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대도시는 투자가가 나오기 어렵다.

    투자금 회수 방안 부족=금융권은 지분의 절반 정도(49%)를 소유하고 있는데도 고정적인 수익이 없어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KB자산운용' 최인준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펀드는 일정 배당 수익을 내고 보통 3~4년이 지나면 투자금 회수를 할 수 있어야 투자를 한다"며 "인수위 방안은 배당이 없고 투자 회수 기간도 설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주택 처분권을 갖고 있어 집주인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투자가는 투자 이익을 회수할 수 없다. 작년 하반기에 시범 도입된 비축용 임대주택의 경우 민간 펀드가 건설비를 투자하고 매년 임대료를 받고 10년 후에 매각해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비축용 임대주택은 정부가 보조금을 주지만 지분형 분양주택은 보조금도 없고 임대료를 받을 수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보다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믿는 개인들이 대거 투자할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부동자금을 흡수,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영국식 제도=전문가들은 시세 차익을 전제로 한 인수위 방식보다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 영국식 지분공유제가 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식 제도는 실수요자가 최소 25%의 지분을 먼저 취득한 후 돈을 모아 순차적으로 지분을 확대해가는 제도. 주택공사 같은 공적 기관이 나머지 지분을 소유하고 저렴한 임대료(3%)를 받으면서 수요자가 원할 경우 시세보다 저렴한 감정가에 지분을 넘겨주는 서민용 내 집 마련 제도이다.

    반면 인수위 제도는 51%의 지분을 가진 실수요자가 민간 투자가로부터 나머지 지분 49%를 우선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지만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시세 수준에서 구입해야 한다. 시세 책정을 둘러싸고 민간 투자가와 실수요자와의 분쟁도 예상된다.

    세금 감면 여부도 쟁점=투자가에 대한 양도세, 취득·등록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감면 여부도 쟁점. 세금을 면제하거나 감면해 줄 경우 실수요자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반면 세제 혜택을 주지 않을 경우 투자가들의 기대 이익이 대폭 줄어 제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인수위는 지분의 51%를 가진 집주인의 임대사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49%의 지분을 가진 투자가에게 임대료 한 푼 내지 않는 집주인이 더 비싼 값에 세를 놓게 하는 것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택도시연구원 박신영 박사는 "시범 도입 후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확대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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