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11.27 22:59
재개발로 다세대·다가구 소형주택 대거 헐려
1인·2인 가구 급증하는데 중대형 위주 공급
“작은 주택은 아예 동이 났습니다. 반(半)지하 정도만 몇 개 남았으니까요.” 서울 동대문구 전농3동 D공인중개업소 김모(46) 실장은 “다세대 주택은 별로 없는데 찾는 사람들은 몰려 5000만~6000만원 하던 전세금이 두 달 만에 1000만~2000만원 정도씩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말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세입자들이 싼 전셋집을 찾아 인근 답십리나 면목동, 심지어 경기도 의정부까지 이사를 가고 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한 성남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명 공인중개’ 조명숙 사장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전셋값이 작년에 비해 15~20% 정도 올랐다”며 “내년에 재개발을 위한 이주가 본격화되면 전세시장이 더 불안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재개발 사업이 한꺼번에 추진되면서 다가구·다세대 등 서민용 소형주택이 대거 헐려 ‘소형주택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2~2006년 서울에서 15만7600가구의 주택이 재개발·재건축으로 철거됐다. 앞으로도 서울에서 10만2000가구의 소형주택이 헐릴 예정. 철거되는 주택 대부분이 서민용 소형주택인 데 반해 신축 주택은 중산층용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중대형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민용 소형주택은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 들어 2.83% 오르는 데 그쳤지만 66㎡(20평) 이하 소형아파트는 7%가 넘게 올랐다. 특히 성동구와 강북구의 소형평형 아파트는 19%와 15%씩 올랐다.
◆도심에도 ‘쪽방’ 건설 붐=소형주택이 급감하면서 대학생 등 1인 가구 등을 겨냥한 ‘쪽방’(원룸)들이 도심에 대거 등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뒷골목 5층 건물. 1층은 음식점, 2층은 카페, 3층은 사무실이지만 4~5층은 6.6~9.9㎡짜리 쪽방 40여 개가 들어서 있다. 소형주택이 품귀현상을 빚자 사무실을 방으로 개조한 것. ‘스카이 부동산’ 신동선 사장은 “방 한칸에 월세 30만~40만원 정도로 사무실 임대보다 수익이 더 좋아 상가·사무실 상가를 월셋집으로 개조하는 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박사는 “대학생 등 급증하는 1인 가구를 위해서 임대료가 저렴한 다세대형 공동주택 등 소형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