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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미국 부동산 투자자들 발만 동동(冬冬)

    입력 : 2007.10.01 23:05

    “태평양 건너 집 사놨는데…”
    신규주택 37년만에 가장 큰 폭락… 해외투자 신중 또 신중하게

    “더 갖고 있자니 불안하고 그렇다고 팔리지도 않으니….”

    작년에 미국 LA에 주택을 구입한 박모(45)씨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미국 집값 하락세가 예상외로 커지고 있는데다 그나마 팔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해외부동산 투자 자유화 이후 미국 부동산 취득이 매달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 주택시장은 어둡기만 하다.

    미국의 8월 신규 주택의 판매가격(중간가격 기준)이 1년 전보다 7.5% 하락한 22만5700달러를 기록, 197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8월 기존 주택 판매량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가 감소했다. 한두 달 전만 해도 2007년이 바닥이라고 전망했던 전문가들도 2009년이 미국 주택시장의 바닥이 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작년 10월 3.6% 하락(전국평균)을 예상했던 무디스이코노미닷컴(Moody’sEconomy.com)은 최근 하락 예상치를 7.7%로 높여 수정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이 본격화될 경우, 뉴질랜드·호주 등 다른 나라로도 하락세가 확산될 수 있는 만큼, 해외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주택가에는 집을 판다는‘포세일’(FOR SALE) 간판들이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


    ◆디트로이트와 캘리포니아 큰 폭 하락

    집값 하락률이 가장 높은 곳은 자동차 산업 구조 조정으로 실업률이 높은 디트로이트. 최근 발표된 미국 주택지수(S&P Case-Shiller Home Price)에 따르면 일년간 전국 평균은 3.2%가 하락했지만 디트로이트는 11% 하락, 하락폭이 가장 크다. 디트로이트 도시 지역은 2005년에 비해서는 17.7%나 하락했다. 경기가 비교적 좋은 인기 주거지역도 집값 하락세가 비켜 가는 것은 아니다. 인기 주거지역인 플로리다 탬파(-7.7%),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7.7%), 워싱턴DC(-7%)가 7%이상 하락했다. 이들 지역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외곽지역에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이 하락 원인이다. 2004년에만 집값이 44% 오른 라스베이거스는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 향후 3년간 15%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 사라” 주택구입의 적기 논쟁도 벌어져

    집값이 하락하자 미국 내에서도 주택 구입 적기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매물이 많아 흥정을 통해 가격을 깎을 수 있고 원하는 지역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LA의 한 한인 중개업자는 “내년에 비자 면제 협정으로 LA를 찾는 한국인들이 대거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LA의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고 지금이 구입 적기”라고 말했다. 미국연방준비은행(FRB)이 금리를 인하시킨 것도 주택경기 회복을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바닥을 확인한 후 주택을 사라고 권하고 있다. 신용이 우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빌려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금리가 오를 수 있어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예일대 로버트 쉴러 교수는 “집값 하락은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미국 경제에 최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하락이 내수침체를 초래하고 이게 다시 집값 하락을 촉발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최근 스페인·영국·아일랜드 등 다른 선진국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등기에는 어느 지역이 더 오를까

    미국은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도 집값이 급등했다가 급락한 적이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LA 등 이른바 집값이 비싼 지역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가격이 15년 전보다 43%가 올랐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아직도 15년 전 가격보다 19%가 하락한 상태이다. 그 차이는 주택공급량과 수요 때문이다.

    휴스턴의 경우, 주택이 대거 지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집값이 1983년보다 아직도 19%가 낮다는 것. 하락기를 거쳐 상승기에 접어들면 주택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은 지역이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실제, 미국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하락했지만 시애틀은 7% 정도 오르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주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주택공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미국에 집을 산 사람들은 주택공급이 너무 많은 지역이라면 과감하게 집을 팔고 장기적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갈아 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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