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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성 매물’ 10만건 연말 부동산 태풍의 눈

    입력 : 2007.07.29 23:56

    뇌관은 ‘처분조건부 대출’ 4만6천건… 전문가들 “시장에 부담될듯”

    부동산업계는 세금 감면이나 담보 대출 상환 등을 위해 연말까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대기성 매물’만도 10만건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성 매물이 실제 어느 정도 시장에 나올지가 하반기 주택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시장에선 이 정도 매물을 받아줄 수요층이 거의 없어 ‘매물 폭탄’ 사태가 터지면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처분조건부 매물, 상당수 나올듯

    매물 폭탄의 최대 뇌관(雷管)은 ‘처분조건부 대출’이다. 처분조건부 대출이란, 이미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이 투기지역 안의 아파트를 추가 구입하면서 1년 안에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은행은 약속한 기간 내에 주택을 팔지 않을 경우, 강제 경매를 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주택을 팔지 않아도 자기자금이나 신용대출을 통해 대출을 상환했다면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른 은행이나 2금융권에서 다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편법 상환은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 기존 주택 처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처분조건부 대출 물량은 무려 4만6000건(약 5조2000억원). 자기 자금만으로 대출상환이 가능한 경우는 많지 않아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회피 매물도 쏟아질 듯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아파트 매물도 대거 대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양도세 특례 대상 아파트. 지난 1998년 5월 22일∼1999년 12월 31일, 2000년 11월 1일∼2003년 6월 30일에 신축된 아파트(고급, 고가주택 제외)는 입주 후 5년 안에 팔면 양도세를 내지 않고, 기존 주택 1채를 갖고 있어도 2주택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부터 기존 1주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코리아베스트 주용철 세무사는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주택 매물이 상당수 연내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양도세 특례 대상 주택은 수도권에만 370여 개 단지, 4만5000여 가구가 있다.

    기존 주택을 1년 안에 팔아야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는 일시적 2주택자 매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집값 급등으로 새 집을 산 사람이 많았던 작년 9~12월 중 거래된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50만여 건, 서울도 9만여 건에 달한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기존에 주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년 하반기에 집을 추가로 구입했던 상당수 집주인들이 연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매물 소화 힘들다”

    문제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이만한 매물을 소화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줄고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매물이 늘어나면 집값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9월부터 청약가점제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무주택자가 서둘러 집을 살 필요가 없어 주택 구입 수요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이미 일시적 2주택자 중 처분이 되지 않아 자산관리공사에 매매를 의뢰하는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일시적 2주택자가 집이 팔리지 않을 경우, 자산공사에 매매를 의뢰하면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자산관리공사 김헌식 팀장은 “연초 매월 10여 건 안팎이던 의뢰 건수가 최근에는 40~50건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작년에 주택 구입이 많았던 수도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물이 시장에 부담을 줄 정도로 홍수를 이루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이미 세금 회피 매물 중 상당수는 증여 등의 방법으로 꾸준히 소화됐고, 나머지 대부분은 장기 보유하겠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처분조건부 매물도 대출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강제 경매가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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