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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넘쳐나는 대전, 울고 싶어라

    입력 : 2007.07.11 23:26 | 수정 : 2007.07.12 10:18

    매년 1만가구 이상 공급… 2년째 집값 내려
    주택보급률 100% 넘는데 또 5만가구 공급

    “급매로 던지겠다는 사람도 많죠. 그래도 안 사는데 어떡합니까.”

    대전 동구 자양동 D아파트. 지난 90년 입주한 600가구 규모의 꽤 큰 단지다. 이 아파트 102㎡형(30평형)은 현재 9000만원에도 팔리지 않는다. 2년 전 1억원까지 ‘반짝’ 올랐지만, 1000만원쯤 떨어졌다. 주민 박모(47)씨는 “다른 지역에선 만나면 집값이 화젯거리라는데, 우리는 신경 끊은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대전(大田) 주택 시장에 향후 5년간 20만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무더기로 공급돼 공급 과잉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파트 값이 떨어졌다. 미분양 주택도 작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 주택 청약률은 평균 0.36대1에 그쳐 대량 미달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2년째 집값 하락, “집 살 사람 없어요”=대전 집값은 2005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이다. 그런데도 새 아파트는 계속 늘어난다. 2003년 5900가구였던 입주 물량은 2004년 이후 4년째 해마다 1만 가구를 넘었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행정도시 개발, KTX개통 등 호재(好材)만 생각하고 주택업체들이 너도나도 신규 분양을 쏟아낸 탓”이라고 말했다. 신규 아파트가 늘면서 기존 집은 더욱 팔리지 않고 있다. 토지공사에 따르면 대전의 올 5월 아파트 거래량은 1398건. 2005년(3360건), 지난해(2219건)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전 동구의 N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워낙 새 집이 많아지니까 재고주택은 전세만 찾고 매매는 없다”면서 “계약서 써 본 지가 6개월도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2100가구에 달했던 미분양 물량은 2005년 400가구로 줄었다가, 지난해 600가구, 올해는 4월 말까지 1100가구에 육박한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기존 집이 안 팔리고, 대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잔금을 낼 수 없는 입주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4년간 5만 가구 공급 대기=대전은 이미 지난 2005년 기준으로 주택 보급률(102%)이 100%를 넘었다. 그러나, 주택 공급은 향후 4년간 무려 5만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당장 대전 서남부 신도시 1단계 지역에서만 올해 5000여가구가 쏟아진다. 이 신도시는 2·3단계가 모두 개발되면 전체 5만가구가 넘는 대형 신도시가 된다. 또 노은3지구, 관저5지구, 학하·덕명·관저4지구 등에서도 올해부터 4만여 가구가 줄줄이 분양된다. 여기에 행정중심복합도시까지 가세할 예정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팀장은 “대전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구(舊)시가지나 단독주택 등의 공동화(空洞化)현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구도심인 대전 동구의 경우, 인구가 지난 92년 31만명이었지만 작년 말 23만까지 감소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자칫 대규모 미분양에 따른 시장 붕괴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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