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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미분양에 돈줄 막혀… 줄도산 공포

    입력 : 2007.06.16 00:18

    중소 주택업체들 ‘신일’ 부도 불똥 튈까 전전긍긍

    분양 끝난 단지도 입주안돼 잔금 못받아
    일부 금융기관 대출 중단·회수도 한몫

    중소 주택업계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경기 침체로 미분양은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그나마 분양이 끝난 단지도 입주가 안 돼 잔금을 못 받고 있다. 시공을 맡긴 시행사가 사실상 부도나 공사 대금을 못 받거나 대여금을 날리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은 사업자금 대출을 중단하거나 회수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 ㈜신일이 지난 13일 쓰러지면서 업계는 ‘연쇄 부도’ 공포감에 떨고 있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4~5개 업체는 실명까지 거론되며 부도설(說)이 떠돌고 있다.

    중소업체 아파트를 분양 받은 소비자도 불안하다. 정부는 “대부분 분양 보증에 가입해 설사 부도나도 분양금을 떼일 염려는 없다”고 말하지만, 입주 지연 가능성이 있고, 향후 재산 가치 하락 우려감도 적지 않다.

    ◆쌓이는 미분양에 속타는 주택업계= “벌써 골조가 다 올라갔는데, 도무지 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부산의 대표 신도시인 정관지구. 이곳에선 중견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아파트 처분을 위해 사투(死鬪) 중이다.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는 기본. A사는 ‘계약금 1%’란 파격조건을 내걸었지만 계약률은 1년째 20% 아래에서 맴돌고 있다. B사는 고객이 자사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계약이 성사되면 1건당 700만원씩 지급하는 ‘소개 수수료’까지 도입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 C사 관계자는 “부산에선 워낙 손님이 없어 인접한 울산까지 가서 모델하우스를 열고 ‘원정 마케팅’을 하는 업체도 등장했다”고 밝혔다. 부산의 모 업체는 워낙 미분양이 많아 모든 계약자에게 계약금을 돌려주고 일괄 해약한 뒤, 2000만~3000만원쯤 분양가를 깎아 재(再)분양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7만3000가구. 이 가운데 중소업체가 주로 분양했던 지방 아파트가 6만9000가구에 달한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가구당 분양가로 1억원씩만 잡아도 6조9000억원의 돈이 회수되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미입주에 미수금까지 늘어 자금난 악화=충남 천안에서 입주 1년이 지난 지금도 30여 가구가 미분양된 D사 관계자는 “1년에 2억원 가까이 관리비를 물고 있어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 70여 가구의 미분양을 보유한 E사측은 “미분양으로 200억원이 넘는 돈이 잠겨 있는데, 미분양 주택에 대한 재산세까지 5억~6억원쯤 물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미입주 아파트 증가는 중소업체의 유동성 위기를 부른다. 분양대행사 ‘더감’ 이기성 대표는 “대부분 중소업체가 중도금 무이자, 이자후불제 등을 실시해 잔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엄청난 이자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로 시행사로부터 공사 대금을 제때 못 받거나, 아예 빌려준 대여금을 떼이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부도난 ㈜신일의 경우 대구 등 지방에 물린 공사 미수금이 1000억원대에 육박했고, 시행사에 빌려준 대여금도 700억~800억원이 회수되지 못한 게 결정타였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대표는 “금융권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중소업체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아파트 분양 받아야 하나”=소비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분양 받은 업체가 부도날 경우 재산 피해가 예상되는 탓이다. 당장 분양을 앞둔 일부 업체에는 소비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에서 분양을 앞둔 F사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괜찮은 업체까지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대부분 아파트는 분양 보증에 가입해 시공사가 부도나도 입주만 다소 지연될 뿐, 분양 대금은 안전하게 보호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도업체 아파트란 이미지가 입주 후 집값 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적지 않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오히려 중소업체 중에는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품질이 좋은 회사도 많다”면서 “무조건 대형업체를 찾기보다 회사 신인도나 입지·분양 조건 등을 잘 따져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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