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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VS 한국 ‘버블논쟁’ 같지만 다르다

    입력 : 2007.05.10 23:28

    ‘유럽의 한국’ 스페인 집값 분석해보니

    ▶같은점
    변동금리 대출 많고, 주택 소유욕 강해

    ▶다른점
    스페인은 규제 없어 공급 과잉
    한국은 규제로 수도권 공급 급감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이 늘어나는 가운데 ‘유럽의 한국’이랄 정도로 집값이 급등했던 스페인도 주택 버블(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스페인은 정부의 저금리정책, 주택 담보대출 급증, 국민들의 높은 주택 소유욕으로 유럽에서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국가이다. 지난달 말 스페인 부동산·은행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스페인의 주택 버블 붕괴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가 폭락의 기폭제는 부동산그룹 아스트록(Astroc). 이 회사 순이익의 상당 부분이 회사 자산을 회사 소유주에게 판 이익이라는 회계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부동산업체와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은행 주식의 투매현상이 발생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 사건을 부동산회사의 회계 부정이라기보다는 스페인 주택시장 버블 붕괴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업체에 대한 은행 대출이 GDP의 25%에 달해 집값 하락이 자칫 금융 부실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연간 15%씩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건설 붐이 불었던 스페인. 최근 집값 상승률이 주춤하자 주택 버블 붕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매년 15%씩 급상승

    스페인은 99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15% 이상 집값이 오를 정도로 주택경기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보였다. 그러나 올 1분기 연율 상승률(1년 상승률로 환산한 수치)이 99년 이후 최저치인 7.2%에 그치면서 주택가격이 고점에 왔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중앙은행이 30% 정도는 버블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가 하면 부동산업체들도 스페인 내 사업을 축소하고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개발업체 메트로바쎄사(Metrovacesa)는 최근 런던 도클랜드의 HSBC빌딩을 20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국내 사업을 줄이고 있다.

    스페인은 또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 과잉 공급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작년 주택 허가 건수가 80만가구로 연간 신규 수요 20만가구를 무려 4배나 초과했다. 주택 건설 붐으로 벽돌이 부족, 대량 수입이 이뤄질 정도였다. 주택 보유율이 선진국 최고 수준인 85%. 스페인인들 뿐만 아니라 영국·독일인들도 별장용 주택을 대량 구입, 집값 급등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스페인 주택담보 대출의 90%가 변동금리제여서 금리 인상이 가계 부도와 금융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 미국도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담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가계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버블 붕괴론 주장

    ‘롬바르디리서치’의 듀마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위적인 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으로 주택시장 버블이 형성됐다”며 “버블 붕괴가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주택 버블 붕괴가 현실화될 경우 파장은 스페인 내에서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은퇴 후 주택이나 별장용으로 스페인에 주택을 마련한 영국인이 최대 50만가구로 추정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럽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스페인 경제의 침체. 스페인은 건설 분야가 전체 경제에서 무려 18%나 차지, 다른 선진국의 10% 수준보다 훨씬 높다. EU에서 작년에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3분의 1이 스페인이었고 이 중 3분1이 건설 부문이었다. 듀마 연구원은 “유럽 GDP의 11%를 차지하는 스페인의 주택시장 침체로 전체 경제가 침체되면 그 영향은 유럽 전역에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과 스페인의 차이점은

    전문가들은 스페인과 한국이 변동금리 대출이 많고 주택에 대한 소유욕이 높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은 규제를 하지 않아 주택이 과잉 공급된 반면 우리는 각종 규제로 수도권 주택 공급이 급감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스페인은 공급 과잉과 함께 집값이 급등, 일본식으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한국은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수도권 공급 부족으로 버블 붕괴 수준의 급락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 직전 4년 동안 주택공급량이 계속 급증하면서 주택 과잉 공급현상이 발생했다. 최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미국도 집값 상승과 함께 주택공급이 급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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