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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는 높이가 아니라 디자인이다”

    입력 : 2007.04.23 23:18 | 수정 : 2007.04.23 23:20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인터뷰

    리처드 로저스의 작품들. 초고층 건물은 아니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다. 런던 로이드 빌딩. 사진제공=리처드 로저스 파트너스
    한국에 수 많은 아파트와 빌딩이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상징건물)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병풍처럼 일렬로 선 아파트 단지, 직사각형을 벗어나지 못한 비슷 비슷한 빌딩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최근 한국에도 랜드마크를 목표로 서울 용산·상암동·인천 송도신도시 등에서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들이 줄줄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꼭 초고층일 필요는 없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는 폭 60m, 높이 42m, 지하1층, 지상 6층 밖에 되지 않지만 공조시스템·배관 등 설비가 외부에 드러나는 혁신적 외관으로 랜드마크가 됐다. 이 건물은 도서관, 영화관, 매점, 카페, 현대미술관 등 다양한 기능을 함께 갖춰 파리 시민들로부터 오랜 사랑을 받고 있다. 71년 7월 국제 현상공모를 통해 확정된 퐁피두 센터는 영국인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와 이탈리아인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공동작품이다.
    새천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돔도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로저스의 작품이다. 100m 높이 12개의 타워로 지지되는 직경 365m의 단일 지붕 구조체로 된 전시장은 독특한 외관으로 런던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두 건물 모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기존 건물과는 너무나 다른 외관 때문에 환호보다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디자인의 진가가 드러났고 수많은 아류작을 쏟아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씨를 이메일 인터뷰 했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 들어서는 건물의 설계를 맡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서울 여의도 통일주차장 터에 지어질 72층짜리 파크원 빌딩의 설계를 총괄하고 있다.


     

    파리 퐁피두 센터

    ―건축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건축이란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이다. 기능적인 면과 아름다움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기능과 미(美)라는 두 가지 요소가 성공적으로 결합할 때 훌륭한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파리 퐁피두센터의 디자인 컨셉은?

    “건축물은 나이, 종교나 이념, 빈부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엘리트적인 건물보다는 보다 대중적인 건축물을 창조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그 지역에는 공공 공간이 적었기 때문에 광장(Piazza)을 만든 것도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상이었다. 건물은 부지의 가장자리에 배치하고 광장은 파리에서 가장 긴 도로 쪽을 향하도록 해 건축물이 단순한 박물관, 도서관의 기능만을 갖기보다는 공적으로 열린 공간이 되도록 초점을 맞추었다.”



    ―퐁피두센터를 설계하면서 배관 등이 외부에 노출시킨 이유는?

    “실내를 가로 지르는 구조물과 설비를 외부에 배치해 건물 정면에서 빛과 그림자를 연출하도록 했다. 건물 내부 공간에 기둥이나 벽을 설치하지 않아 시대의 변화나 건축주의 필요에 따라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도록 했다. ”



    ―디벨로퍼(건물개발자)는 건축가들이 비용이나 기능을 무시한다는 불평을 한다. 건축가와 디벨로퍼의 역할과 관계는 어떠해야 하나.

    “나는 디벨로퍼와 건축가의 이해가 상충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성공적인 개발은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접근법(다양한 디자인)을 수용하는 것이다. 성공이란 것은 효과적인 팀웍을 바탕한다. 물론, 의견의 차이는 불가피하지만, 최고의 건축물은 다양한 접근법들이 서로 잘 융화되고 결합될 때 나온다.”



    ―중국·두바이는 물론 한국에도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초고층 건축 계획이 추진 중이다.

    “고층 빌딩을 세우려는 경쟁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그 이전에도 세계 곳곳에서 그런 경쟁이 있었다.(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완공된 게 1931년이다.) 하지만 건물의 높이나 크기보다는 디자인 즉 설계 디자인의 우수성이 랜드마크를 만드는 결정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많은 신도시가 개발되고 있다.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떠한 도시나 도시 안의 어떠한 지역도 한가지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도시라는 것은 상당히 다양한 기능과 활동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주거, 업무, 여가활동이 균형 있게 이뤄지도록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특히 도시에는 만남의 장소(광장 혹은 랜드마크)가 있어야 하며 보행자 친화적이어야 한다.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권장하도록 해야 한다. 주요 도로들은 섬유 조직처럼 도시 안에서 분산되어야 한다.”



    ―서울도 도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어떤 개발을 해야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

    “공공(대중) 교통 수단간의 원활한 연계, 많은 공공 공간(보도·공원·광장)의 확보, 우수한 디자인의 건축물, 이 세가지가 서울이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여가를 즐기기 좋은 조화로운 도시로 만들 것이다. 그게 바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다.”



    ―현재 설계에 간여하고 있는 여의도 파크원의 특징은 무엇인가.

    “사무용빌딩과 호텔, 쇼핑몰로 이뤄진 복합용도개발(mixed-use development)이다. 고층빌딩을 북쪽으로 세워 건물 그림자를 최소화하고 녹지공간도 대거 조성, 주변과 어울리도록 배려했다.”

     

    리처드 로저스는?

    1933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나 4살 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예일대학 등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1971년에 퐁피두 센터 현상설계에 당선,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런던의 로이드빌딩(1978년), 유럽 인권 법원(1989년) 등이 대표작이며 1991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다. 기계 이미지를 건물에 실현시키는 하이테크 건축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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