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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 쏟아진 ‘버블7’… 거품 빠지나

    입력 : 2007.04.17 00:42

    고가아파트 1억~2억 값 낮춰 하락주도
    6월 종부세 부과 피해 매물 늘어난 탓
    “연말까지 집값 하향안정” 전망 힘얻어

    “1억원만 더 낮추세요. 그래야 어떻게 흥정이라도 붙여 보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34평형 아파트를 갖고 있는 양모(40)씨는 최근 작년 말보다 1억원 정도 호가(呼價)를 낮추었지만 집 구경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급히 돈이 필요한 양씨에게 중개업자는 1억원을 더 낮춰야 처분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양씨는 “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다 매도시점을 놓친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양천구 목동에서 중개업을 하는 김모(39) 사장은 “한 달 사이에 1억~2억원 정도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늘고 있지만 매수세가 워낙 위축돼 거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불패론’을 자랑했던 서울 강남·양천구 등 이른바 버블(거품) 세븐 지역의 고가아파트에서 1억~2억원씩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이 다가오면서 급매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보유세 회피 매물 증가=지난 2~3년간만 해도 강남권 등의 고가아파트가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올 들어서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6억원 이상 아파트 32만4143가구 중 30%가 넘는 10만3368가구 가격이 연초보다 하락했다. 강남·양천구는 6억원 이상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꼴로 가격이 떨어졌다. 고가아파트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6월 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많기 때문이다. 5월 말까지 등기를 넘기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도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이사로 인해 2주택자가 된 사람들은 1년 이내에 집을 되팔지 않으면 양도세가 50%로 높아진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세를 감안하면 1억원 이상 가격을 낮춰 급매물로 처분하는 게 더 유리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출규제가 결정타=고가 주택의 가장 큰 결정타는 소득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는 DTI규제. ‘부동산 114’ 김규정 팀장은 “DTI규제로 소득 증빙이 제대로 되지 않는 자영업자 수요가 완전히 끊겼다”며 “직장인들도 1억원 이상 고액연봉이 아니면 대출을 받아 강남권 주택을 구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양도세는 ‘주택 넓히기 수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30평대를 팔고 대출을 받아 40~50평대로 이사를 하는 것이 강남 지역의 이사 패턴”이라며 “그러나 양도세가 워낙 많아져 40평대를 팔면 30평대로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서울 강북·수도권의 중소형 아파트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닥터아파트’ 김경미 팀장은 “강북구, 의정부 등의 아파트는 대출 규제나 보유세 중과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앞으로도 상당 기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공급 과잉론도 나와=서울시는 2010년까지 잠실 주공 재건축(1만800가구), 거여·마천뉴타운(1만8500가구) 등 민간아파트 6만 가구와 장지택지개발지구 등 공공택지의 임대·분양아파트 4만 가구 등 10만 가구가 공급된다고 밝혔다. 여기다가 2009년 송파신도시에서 4만9000여 가구의 분양이 이뤄진다. 강남·송파·서초 등 강남 3구 아파트 26만 가구의 절반이 넘는 엄청난 물량.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공급 과잉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상당수가 임대주택이고 소형이어서 강남권 주택시장에 당장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송도 신도시의 청약광풍에서 볼 수 있듯이 부동자금이 워낙 많아 언제든지 수요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힘 얻는 ‘장기 안정론’=2010년까지는 강남권 아파트 입주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지만 대출규제·세제로 인해 수요가 급감한 만큼, 장기 안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오는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돼 시세보다 싼 아파트 공급에 대한 기대감도 안정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정책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강남권도 연말까지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가격 안정세가 장기화되면 무리하게 대출을 얻어 집을 샀던 사람들이 투매에 나서서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며 “정부가 조심스럽게 정책을 운영해야 일본식 버블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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