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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왜 용인으로 몰리나

    입력 : 2007.04.13 22:20 | 수정 : 2007.04.13 22:21

    16년만에 인구 6만서 80만… 땅값도 10~20배 뛰어

    아파트값 서울 절반… 녹지 많고 교통 편리
    큰평수 전세 저렴… 은퇴자들에게도 인기

    경기도 용인시 유림동에 거주하는 송귀섭(59)씨는 지난 1991년 서울에서 하던 건축업을 접고 용인으로 이사를 갔다. 오랜 서울생활에 진절머리가 나 시골로 가 농사나 짓자는 생각이었다. 송씨는 “당시 용인은 인구 6만에 불과한 소읍(小邑) 이었다”면서 “대부분의 지역이 논밭인데다 포장도로도 별로 없어 고생을 참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용인 유림동 주변의 땅 한 평 값은 5~20만원 내외. 송씨는 땅 3000평을 3억원을 주고 구입해 화훼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을 확장하던 중 IMF를 맞고 화훼업자들간의 경쟁으로 꽃 값이 떨어져 사업에선 큰 손해를 보았다. 위기에 몰린 그를 구해준 것은 땅이었다. 송씨는 “90년대 후반부터 용인에 사람이 몰려들면서 10년 사이에 땅값이 10~20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용인 토박이 가운데는 100억대 부자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용인 땅값이 급등한 것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 때문이다. 지난 1995년부터 용인시 인구는 매년 4~7만 명씩 늘어나 현재 8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용인시는 최근 7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이 늘어나는 ‘1위 도시’로 꼽혔다. 새로운 전입자가 계속 늘어난 결과,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외지인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사람들이 왜 이처럼 용인으로 몰려드는 것일까.

    답부터 먼저 얘기하면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주택 값이 싸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 포인트다. 그래서 서울과 수원으로 출퇴근 하는 30~40대 샐러리맨들이 용인시로 많이 찾아들고 있다. 사람이 몰려드니 건설업자들이 아파트를 계속 짓고, 또 새 아파트가 생기니 사람들이 계속 몰려드는 것이 요즘 용인의 상황이다.

    저스트알(부동산컨설팅 업체) 김우희 상무는 “용인은 아파트 값이 서울의 50%선, 분당의 70%선밖에 되지 않아 큰돈 없는 사람들이 둥지를 틀고 살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와 맞닿아 1시간 정도면 서울에 도달할 수 있고, 수원 산업단지와 분당 오피스타운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천혜(天惠)의 지리도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장주일 과장(44)은 6년 전 1억1000만원을 주고 용인 수지 지역에 30평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왔다. 서울에선 내집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단행한 결정이었다. 장씨는 “노무현 정부 기간 중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 샐러리맨들이 용인으로 거주지를 많이 옮겼다”면서 “직장이 분당이나 수원인 사람들은 용인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샐러리맨들이 몰려들면 어린아이들도 많이 태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흥 지역의 경우 매년 1500~1800명의 신생아들이 태어나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의 하나로 꼽힌다. 용인 주민의 평균 나이가 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용인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 특이한 점은 30평대 아파트나 60~70평대 아파트나 전셋돈이 엇비슷하다는 것. 샐러리맨들이 관리비가 싸게 먹히는 중소형 아파트를 더 많이 찾기 때문이다.

    용인은 면적이 서울시와 엇비슷할 정도로 땅덩어리가 크면서도 녹지가 전체 면적의 57%를 차지해 공기와 주거환경이 좋고 경치 또한 수려하다. 이 때문에 수년 전부터 60~70대 은퇴자들이 값 싸고, 경치 좋은 주거지를 찾아 용인으로, 용인으로 계속 밀려들고 있다.

    국민은행 지점장을 지낸 김철수(65)씨는 5년 전 서울 강남의 30평대 아파트를 팔고 용인으로 이사했다. 용인에선 50평 아파트를 샀는데도 3억 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 김씨는 “용인시에 살고 있는 전직 은행 지점장들의 숫자를 대략 알아보니 200명이 넘더라”고 말했다.

    금융인만이 아니다. 용인 지역에는 은퇴한 전직 관료, 교수, 예비역 장성들이 많이 산다. 경치가 좋은 성복동, 상현동 등이 은퇴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사는 곳이다. 오세동 수지구청장은 “1990년대 초만 해도 수지는 용인 내에서 시골 중의 시골이어서 징계를 받은 공무원들이 귀양을 가듯이 근무를 명령 받았다”면서 “그런 수지 지역에 유명 인사들이 대거 몰리는 것을 보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이 든다”고 말했다.

    옛날 ‘살아서는 진천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이 좋다(生居鎭川 死居龍仁)’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이 의미하듯 용인은 과거 사자(死者)를 위한 ‘명당 자리’로만 이름 높던 곳이었다. 그러나 용인은 요즘 샐러리맨들의 ‘좋은 주거지’, 은퇴자들의 ‘천국’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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