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3.15 00:51 | 수정 : 2007.03.15 01:09
● ‘보유세 폭탄’ 현실화 되나… 공시價 최고 60%↑… 급매물 속출할듯
稅부담 떠넘기려 전세값은 더 뛸 우려
6억이하·지방주택 경우는 큰 변화없어
건설교통부가 작년보다 최고 60% 이상 오른 주택공시가격을 발표함에 따라, ‘보유세 급등’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작년에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는 보유세가 2~3배로 뛰는 경우도 속출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한 급매물이 나오면서 상반기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집주인은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 전세 시장은 오름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지역 보유세 2~3배 급등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주택들이 적지 않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은 보유세가 작년의 189만원에서 올해 2.4배인 454만원으로 뛸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 목동 신시가지 7단지 35평형은 2.98배로, 과천 별양동 주공6단지 27평형은 2.85배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
보유세가 늘어난 것은 우선 작년에 집값이 많이 오른데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가에 근접시킨다는 방침에 따라 보유세 기준인 공시가격 자체를 대폭 상향시켰기 때문이다. 또 종부세 과표적용률(공시가격 중 실제로 세금을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 액수의 비율)이 작년의 70%에서 올해 80%로 오른 점도 보유세를 밀어올렸다. 보유세 급등에 따라 이번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신청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과세대상인 공시 가격 6억원 초과 주택수도 올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종부세 과세 대상은 도입 첫해인 2005년에 7만 가구 선이었지만, 작년에는 16만 가구로 늘었고, 올해는 30만 가구 안팎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용철 세무사는 “과표적용률이 2008년에는 90%, 2009년에는 100%로 높아지므로, 고가 주택 소유자는 세금 부담이 갈수록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보유세 크게 늘지 않아
서울·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의 주택 소유자들은 대부분 보유세 급등 부담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 울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방의 집값이 작년에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집값이 올랐더라도 공시가격이 6억원 이하인 주택은 보유세가 크게 늘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아니므로 재산세만 내면 되고, 재산세는 전년에 비해 최고 10%만 더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울산 중구 우정동 선경 32평형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은 42% 올랐지만, 보유세는 28만5000원에서 31만3500원으로 10%만 오른다. 광주 남구 봉선동 포스코 64평형도 공시가격은 28% 올랐지만, 보유세는 76만8000원에서 84만4800원으로 10% 오른다.
◆매매가 안정, 전세가 불안 전망
보유세 급등에 따라 주택 매매시장은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주택자를 비롯한 집주인들이 2~3배씩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6월 이전에 급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서울 강남 같은 고가 주택 지역에서는 집 1채만 있어도 수백만원, 또는 1000만원 이상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며 “비싼 집을 갖는 것에 대해 재고하는 사람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 하락세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우희 ‘저스트알’ 상무는 “종부세 부담보다는 집을 팔 때의 양도세 압력이 더 크다고 느끼는 수요자가 많아 매물이 많이 나오기 힘들다”며 “아파트 가격의 급락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 시장에 대해서는 상승세를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 일부 집주인들이 급등한 보유세를 마련하기 위해 전세가를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특히 올해에는 입주 물량이 작년보다 줄어들고, 주택 구매를 내년으로 미루려는 전세 대기 수요는 증가하는 상황이므로 전세난의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세금 피하려 집팔려면 5월말까지 서둘러야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집을 팔려면 서두를 필요가 있다. 5월 말까지 소유권 등기 이전을 마쳐야 세금을 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또 요사이 주택 거래가 얼어붙어 있어 적절한 가격에 매수할 수요자를 찾는데도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세금 급등이 현실로 다가왔으므로, 앞으로 주택 투자를 할 때는 예상 평가이익만 따질 게 아니라 세금을 낸 이후의 수익률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공시가격에 대해 불만이 있는 소유자는 다음달 3일까지 가격을 조정해 달라는 의견을 내야 한다. 의견 제출은 시·군·구 민원실이나 한국감정원 지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팩스, 우편으로 할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 건설교통부 홈페이지(www.moct.go.kr)에 접속해 정해진 절차에 따르면 된다. 건교부는 제출된 의견에 대한 반영여부를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한편 14일 공시가격 발표 결과,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을 통틀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주택은 공시가격 91억 4000만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