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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은 지각조치 규제는 긴급조치 의정부는 “억울합니다”

    입력 : 2007.01.29 22:38 | 수정 : 2007.01.30 03:37

    투기지역 지정 ‘연타 맞은’ 의정부 가보니…
    4년간 속 끓고… 석달 웃고… 이젠 한숨
    “그동안 개발 늦었던 것도 서러운데… 집값 좀 올랐다고 투기지역으로 묶어”

    “그동안 미군이 버티고 있어서 안 오르다가 이제 좀 오르나 싶었는데….”

    의정부 신곡동에 4년째 살고 있는 주부 김희전(57)씨는 “수도권에서 가장 집값이 싼 의정부 지역을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기사 김왕윤(42)씨도 “의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개발이 늦어지고 집값에서도 손해를 봤다는 점을 감안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거의 집값이 오르지 않았던 의정부가 작년 연말 집값 급등세를 보이자 최근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1·11 부동산 대책’의 한파에 이어 지난 23일 ‘주택투기지역 지정’이라는 연타를 맞자 거래가 뚝 끊겼다. 시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도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의정부가 작년 말의 집값 급등과 최근의‘주택투기지역’지정으로 수도권 주택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의정부 신곡동의 아파트 단지 전경.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작년 10~12월에만 14% 급등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작년 4분기에만 14%나 올랐다. 2002년 4분기 이후 4년 동안 집값 변동률이 대부분 0% 부근에서 맴돌거나 하락하기도 했던 점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인 셈이다. 의정부 아파트 평당가는 2005년 1월 423만원에서 작년 10월 433만원으로 평행선을 긋다가 작년 11월 이후 급등, 올 1월에는 503만원까지 올랐다. 금오동 현대 아이파크 32평형의 경우 2005년 1월 1억9750만원 선이던 매매가가 2006년 9월 말(2억500만원 선)까지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4분기 이후 오름세로 올해 1월 2억5500만원 선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신곡동의 공인중개사 A(48)씨는 “작년 말 집값이 오르기 시작할 즈음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팔려는 사람 모두 가격을 믿기 어려워 부동산 사이트를 보고 또 보며 확인하곤 했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나본 시민들은 대체로 “의정부는 경기도 2청사와 의정부지검, 의정부지법 등이 들어선 ‘경기북도의 도청 소재지’나 다름없는데 집값은 그동안 너무 낮았다”는 불평을 털어놓았다.

    ◆경원선 복선화, 미군부대 이전 호재 겹쳐

    ‘부동산 114’ 김규정 팀장은 “의정부는 작년 말 경원선 복선화 전철 개통과 올해 경전철 착공, 미군부대의 이전 진행, 대형 유통시설의 입점 등 여러 호재가 부각되면서 작년 말에 뒤늦게 오름세를 탔다”고 분석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23일 의정부를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이면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야 하고 주택 대출에서도 규제를 받게 된다. 공인중개사 권용수(48)씨는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이자 당장 매수 계약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나오고 있다”며 “주택 거래 분위기가 완전히 식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정부3동의 주부 박명희(40)씨는 “집값이 오른다는 소문이 나자 서로 ‘우리 동네가 좋고 저 동네는 안 좋다’고 헐뜯는 분위기만 생겼을 뿐 시민들이 실제로 덕 보는 것은 없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투기지역으로까지 지정됐으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향후 집값은?

    주택투기지역 지정에 따라 앞으로 약보합세 정도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의지가 워낙 강한 데다 이 지역의 호재가 이미 대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의정부의 집값 오름세는 작년 11월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 시장이 급상승하면서 매기가 흘러 들어간 영향이 컸다”며 “일부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데다 서울의 열기까지 식고 있어 의정부 주택시장은 약보합세를 면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의정부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22~26일)에도 경기지역에서 시흥(0.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0.31%의 상승률을 보이며 뒷심을 발휘했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의정부는 수도권에서 마지막으로 오름세를 탄 지역으로 아직도 투자자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며 “향후 의정부 시장의 움직임은 수도권 집값 흐름을 점쳐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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