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1.24 23:08 | 수정 : 2007.01.25 03:02
●영국형 집값이 오를 때 금리 소폭 올려 대응 점진적인 하락 유도
●일본형 폭등세에 정책 뒤늦게 소나기식 규제 소비 위축… 경기 침체
“최근 영국의 경험을 살펴보면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軟着陸·Soft landing)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부동산거품 논란이 확산되던 작년 7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금융시장 안정보고서’를 통해 선진국가들 중에서 영국이 예외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서서히 빼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세계 주요 선진국 정책당국자들의 고민은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부동산 가격을 부드럽게 연착륙시킬 것인가”였는데, 영국 정부가 성공 모델로 주목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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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80년대 후반 일본은 부동산 버블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뒤늦게 소나기식 규제를 퍼부어 부동산 시장을 경착륙 (硬着陸·Hard landing)시킴으로써 부동산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모델로 꼽힌다.
‘영국의 길인가, 일본의 길인가?’
최근 부동산 버블론이 확산되면서 우리 부동산 시장이 어느 길로 갈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 역시 부동산 버블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뒤늦게 부동산 대출 규제 등 강경한 돈줄 조이기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식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높은 상황이다.
◆영국 블레어 총리도 ‘상투’ 잡았다
“토니 블레어가 집을 샀으니 이제 그의 비판자들은 부동산 가격 폭락이 오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더 타임스)
지난 2004년 8월 토니 블레어(Tony Blair) 영국 총리가 런던 시내에 360만 파운드짜리(약 60억원 정도) 고급 저택을 구입하자, 영국 언론들은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부동산 거품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연봉이 11만3000파운드(약 2억원 정도)인 블레어 총리가 거액의 은행 대출을 낀 채 고급주택을 구입한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오히려 영국의 부동산 가격 안정책이 얼마나 투명하고 중립적으로 추진되는지 잘 드러냈다. 중앙은행인 영란(英蘭)은행이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하면서 주택가격을 떨어뜨렸고, 블레어 총리의 저택 역시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길인가, 일본의 길인가?’
최근 부동산 버블론이 확산되면서 우리 부동산 시장이 어느 길로 갈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 역시 부동산 버블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뒤늦게 부동산 대출 규제 등 강경한 돈줄 조이기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식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높은 상황이다.
◆영국 블레어 총리도 ‘상투’ 잡았다
“토니 블레어가 집을 샀으니 이제 그의 비판자들은 부동산 가격 폭락이 오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더 타임스)
지난 2004년 8월 토니 블레어(Tony Blair) 영국 총리가 런던 시내에 360만 파운드짜리(약 60억원 정도) 고급 저택을 구입하자, 영국 언론들은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부동산 거품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연봉이 11만3000파운드(약 2억원 정도)인 블레어 총리가 거액의 은행 대출을 낀 채 고급주택을 구입한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오히려 영국의 부동산 가격 안정책이 얼마나 투명하고 중립적으로 추진되는지 잘 드러냈다. 중앙은행인 영란(英蘭)은행이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하면서 주택가격을 떨어뜨렸고, 블레어 총리의 저택 역시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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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2001년부터 계속 급등세를 보였으며, 영란은행은 이에 대응해 2003년 11월5일 정책금리를 0.25%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9개월 만에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3.5%�4.75%)했다.
그 결과 2005년부터 런던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서서히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이후 올 초까지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영란은행은 올 초에 다시 금리를 0.25% 인상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지난 2004년 국내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정부 눈치를 보며 오히려 금리를 내려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뿌렸다”면서 “영란은행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 셈”이라고 꼬집었다.
◆일본형 버블 붕괴 닮아가나
반면 일본 정부는 80년대 중반 저금리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양도세 인상, 토지거래 감시구역 지정 등 각종 세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경기 침체가 온다는 이유로 금리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과도한 세금 압박으로 매물이 줄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뒤늦게 89년 5월부터 90년 8월까지 금리를 2.5%에서 6%로 급격히 인상했다. 90년 8월에는 부동산대출을 규제하는 ‘총량규제’ 대책까지 내놓았다. 당시 금리 인상 등을 주도한 일본은행 미에노(三重野) 총재는 한때 ‘집 없는 서민들의 영웅’으로 칭송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일본 부동산 시장은 연착륙 대신 경착륙(Hard landing·폭락)의 길로 갔고, 10년간 지루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부동산 급락 여파로 개인 파산자는 1989년 9190명에서 90년대 말 14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 복합불황에 빠졌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이미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서 영국처럼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기에는 늦었다”며 “이제는 부동산 대출 만기를 장기화하거나 국가가 주택 매물을 사들이는 등 가격 급락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2005년부터 런던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서서히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이후 올 초까지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영란은행은 올 초에 다시 금리를 0.25% 인상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지난 2004년 국내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정부 눈치를 보며 오히려 금리를 내려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뿌렸다”면서 “영란은행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 셈”이라고 꼬집었다.
◆일본형 버블 붕괴 닮아가나
반면 일본 정부는 80년대 중반 저금리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양도세 인상, 토지거래 감시구역 지정 등 각종 세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경기 침체가 온다는 이유로 금리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과도한 세금 압박으로 매물이 줄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뒤늦게 89년 5월부터 90년 8월까지 금리를 2.5%에서 6%로 급격히 인상했다. 90년 8월에는 부동산대출을 규제하는 ‘총량규제’ 대책까지 내놓았다. 당시 금리 인상 등을 주도한 일본은행 미에노(三重野) 총재는 한때 ‘집 없는 서민들의 영웅’으로 칭송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일본 부동산 시장은 연착륙 대신 경착륙(Hard landing·폭락)의 길로 갔고, 10년간 지루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부동산 급락 여파로 개인 파산자는 1989년 9190명에서 90년대 말 14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 복합불황에 빠졌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이미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서 영국처럼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기에는 늦었다”며 “이제는 부동산 대출 만기를 장기화하거나 국가가 주택 매물을 사들이는 등 가격 급락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