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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고른 옥탑방’ 아파트 부럽지 않네

입력 : 2007.01.22 22:30 | 수정 : 2007.01.22 22:30

재개발 주택 투자해 주변 부러움 받는 정인수씨

3억원을 투자해 ‘옥탑방 고양이’로 살겠다고?

옥탑방, 한 때 TV드라마에서 로맨틱하게 그려졌지만 실제론 여름엔 땀띠로, 겨울엔 기름값에 울어야 하는 곳. 그런데 이 옥탑방에 살겠다고 3억원을 투자한 30대 부부가 있다. 서울 시내를 샅샅이 뒤져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알뜰한 고양이’ 정인수(33), 김순미(32)씨의 이야기다.

작년 초 인수씨는 배가 점점 불러오는 순미씨를 봤다. “아기와 함께 좋은 곳에 살 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고민에 빠졌다. 안 먹고 안 입어서 돈을 모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인테리어 회사에 근무하는 인수씨의 한 달 월급은 250만원 안팎. 2004년 결혼 후 한 달 용돈으로 30만원 이상 써본 적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아껴도 각종 공과금 내고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저축하기는 힘들었다.
인수씨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대학때부터 짠돌이 전략으로 모아온 현금 1억원과 전세금 1억원. 이 돈으로 당장 아파트에 들어가려니 아까웠다. “좀 알뜰하게 집을 사는 법이 없을까?” 신문을 우연히 펴든 인수씨는 ‘재개발’이라는 단어에 눈이 멈췄다.

기존 주택지역을 개발해 아파트를 짓고 대신 각 주택이 가지고 있는 대지지분에 따라 새 아파트를 준다는 것이다. 눈이 휘둥그래 졌다. 그때부터 공부에 들어갔다. ‘재개발 뉴타운 투자모임’같은 온라인 카페에도 가입했다. 그리곤 직접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그 해 4월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걸음이 멈췄다. 뉴타운 지구로 개발 영역도 44만평으로 넓었고, 대지지분이 30평이 넘는 집의 경우에는 평당 1000만원 선으로 뉴타운 지역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올라 있었다.

3억원에 대지 30평, 건평 50여평의 3층짜리 집을 샀다. 모자라는 1억원은 세든 3가구의 전세금으로 충당했다. 문제는 전재산을 몽땅 쏟아부은 인수씨가 살 곳이 없다는 것. “집 옥상에 옥탑방이 있었어요. 아이를 해산한 지 얼마 안되는 아내에게 고생시키는 것이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 않아요.” 옥탑방은 거실을 빼곤 천정이 낮아 인수씨가 일어서면 머리가 천장에 닿았다. 비가 오면 물이 뚝뚝 떨어졌고, 도배는 건물이 만들어진 15년 전 그대로였다.

부모님은 “그 돈 들여서 뭐하러 그런 집에 들어가냐”며 말리기 시작했고, 친구들도 “재개발은 돼봐야 아는 거야”라며 인수씨의 결정에 반대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앉았다. 직접 지붕으로 올라가 물이 새는 기와장에 방수처리를 했고, 도배도 새로 했다.

몇 달 만에 주변의 평가가 싹 바뀌었다. 특히 신길동이 정부의 주택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주변에서 부러움의 눈길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저희 회사 사장님이 나중에 네가 나보다 더 큰 집에 살겠다라며 웃으시더라고요. 직장 동료들도 어떻게 하면 집을 살 수 있냐고 많이 물어와요.”

행복으로 숨이 가쁜 옥탑방 고양이들. 오늘도 아이를 가운데 놓고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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