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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아줌마에게 졌다

      입력 : 2006.07.13 09:33 | 수정 : 2006.07.13 09:33

      부녀회 집값담합을 혼내주겠다고 나섰던 정부가 2개월만에 '없던 일로' 꼬리를 내렸습니다.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일을 벌였다가 체면만 구긴 꼴이 된 것이죠. 집값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보인 경솔한 행동은 비단 이번만이 아닙니다. 건교부에 출입하는 남창균 기자는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까먹는 정부의 행동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란 말이 있습니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란스럽더니 쥐 한 마리가 나왔다"는 얘기인데요.


      부녀회의 집값담합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15일 집값 버블논쟁이 시작되던 날, "집값 상승은 부녀회의 담합 때문이라며 집값이 오르면 공시가격을 시세의 100%까지 올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지방선거 직후 건교부 간부회의에서 "담합 제재 방침을 포함해 부동산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건교부 실무관계자도 지난달 초 "부녀회와 중개업소의 담합행위에 대해 과태료나 벌금, 영업정지 등 행정처벌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부녀회 담합을 처벌하는 것이 "과잉규제이며 실효성이 없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의 법률 검토작업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엄포성 '말 폭탄'을 날리던 정부가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섰습니다. 집값 담합 행위가 확인된 지역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실거래가격을 공개하고 시세를 발표하지 않겠다'(11일 발표)는 하나마나한 대책을 내놓은 거지요.


      이처럼 꼬리를 내린 이유에 대해, 정부는 "경고 없이 바로 퇴장을 주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답니다. 우선은 시장에 담합 자제를 유도하는 시그널을 보내고 그래도 안되면 처벌하겠다는 것인데요, 시장에서는 담합행위 규제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을 떠나 정부가 아줌마와 맞짱을 뜨지 않기로 한 것은 천만다행입니다.

      담합행위는 가격형성의 부차적인 요인에 지나지 않으며 가격 상승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기 때문입니다.


      또 수년 전부터 시작된 강남지역의 집값 담합은 방치해 놓고 변두리 지역만 단속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고, 타깃도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이데일리 )

      하지만 부녀회 집값 담합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접근방식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특히 앞뒤 분간 없이 '말 폭탄'부터 먼저 쏘고 나선 것은 경솔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는 입이 아닌 정책으로 말해야 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또 한번 신뢰를 접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의 실패 이유로 일관성과 신뢰성 상실을 꼽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야당과 일부 언론의 물타기와 방해공작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경우가 많았다는 게 시장의 기억입니다. 2005년부터 시행키로 했던 1가구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조치를 1년 더 연장키로 했던 것도 그렇고 수요예측 없이 지원대상 폭을 늘렸다가 허겁지겁 줄였던 '생애 첫 주택대출'제도도 그렇습니다.


      시스템보다 말을 앞세워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장이 신뢰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정부만 모르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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