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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세·급월세·급매물 '임대 대란'… 전세 못빼 이사 못한다

    입력 : 2005.08.10 19:21 | 수정 : 2005.08.11 06:17

    아파트 입주율 10%, 주상복합상가도 텅텅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 홍수… 거래 뚝
    비인기지역 공급과잉, 다세대 경매 늘어

    전세를 못 빼 이사를 못 가는 전·월세 ‘임대 대란’이 수도권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불경기가 지속되는 데다, 이달 말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실수요자마저 거래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비인기지역에 대거 공급이 이뤄진 것도 임대대란의 요인이라는 지적.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주택이, 서울 강남·분당 등 인기지역 보다는 강북·시 외곽·수도권 비 인기지역일수록 ‘임대 대란’의 양상이 심각하다.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A아파트. 단지 입구에 ‘축 입주’(入住)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하지만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 이삿짐을 나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하루 이사온 집은 통틀어 5가구뿐. 입주개시 한 달 여가 지났지만 실 입주 가구는 20~30%선이다. 독일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기간 중 빌라·아파트에 전세를 들었던 조합원들이 전세금을 빼지 못해 입주를 못한다”면서 “전셋값도 최근 3000만~4000만원씩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달 입주를 시작한 인천 서구의 B아파트(309가구). 매매가가 분양가에도 못미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33평형은 1억7000만원에 분양됐지만 현 시세는 1억6000만원을 밑돈다. 입주율은 10%대에 불과하고, 전월세 물건도 넘친다. 미리내부동산 김재은 공인중개사는 “위약금 10%를 물고 해약하려는 소유자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인기 주거지역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서울 상암지구의 새 아파트는 매매가는 강세지만, 전세(33평형)는 1억3000만~1억4000만원에도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사랑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입주율이 절반도 안된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오피스텔 내의 상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 용산의 C오피스텔. 작년 9월 입주했지만, 상가는 텅 비어 있다. 지하 1층은 16개 점포 중 2개만 식당으로 임대가 나갔다. 지상 2층은 12개 전 점포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대표는 “일부 입지 좋은 곳을 빼면 주상복합 상가는 대부분 비어있다”라며 “분양가보다 1억~2억원씩 싸게 내놔도 안 팔려 속병을 앓는 투자자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다가구와 빌라·연립주택 밀집 지역은 ‘임대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케이스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각 중개업소마다 ‘급전세, 급월세, 급매물…’ 등 ‘급(急)’자 매물표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삼호부동산 박정호 대표는 “세입자한테 전세금 반환 내용 증명을 받고 벌벌 떠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태인은 “경매에 넘어가는 다세대·연립주택은 매년 배 이상 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다. 임대 대란이 더 심화되면 됐지 풀릴 가능성은 적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주거 여건이 열악한 연립·다세대나 수도권 외곽은 전세 선호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임대는 실수요 여부를 판가름하는 지표”라며 “수요층이 얇은 지역부터 서서히 거품이 꺼지는 징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하욱인턴기자 (연세대·경제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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