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4.08.30 17:20 | 수정 : 2004.08.30 18:58
‘기획부동산’ 강남에만 200~300곳 성업
쓸모없는 땅을 개발예정지로 속여 팔아
지난 4월 초 대구에서 사업을 하는 김동길(48·가명)씨는 모 부동산업체로부터 전화를 받고, 충남 홍성 지역 땅 1000평을 20만원씩에 샀다가 계약금 2000만원만 날렸다. 도청 이전 예정지라고 하면서 그럴듯한 도면까지 보여줬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땅은 쓸모없는 보전 임야였다. 김씨는 땅 구입을 권한 업체를 방문했지만, 사무실은 문을 닫은 뒤였다.
최근 전국적인 땅투자 바람을 타고, 속칭 ‘기획 부동산’으로 불리는 토지 전문 매매업체가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만 200~300개 업체가 성업 중이며, 종사자도 2만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쓸모없는 땅을 헐값에 사들인 뒤, 그럴듯하게 포장해 비싼 값에 땅을 팔아먹고 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 바람을 타고 충청도 일대에는 기획부동산들이 급증하면서 투기 열풍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겠다는 개미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 폭리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땅은 쓸모없는 보전 임야였다. 김씨는 땅 구입을 권한 업체를 방문했지만, 사무실은 문을 닫은 뒤였다.
최근 전국적인 땅투자 바람을 타고, 속칭 ‘기획 부동산’으로 불리는 토지 전문 매매업체가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만 200~300개 업체가 성업 중이며, 종사자도 2만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쓸모없는 땅을 헐값에 사들인 뒤, 그럴듯하게 포장해 비싼 값에 땅을 팔아먹고 있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 바람을 타고 충청도 일대에는 기획부동산들이 급증하면서 투기 열풍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겠다는 개미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 폭리를 취하고 있다.
■ 물 만난 기획부동산
최근 기획부동산의 확장 속도는 놀랄 만한 정도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5개 신도시 개발을 전후해 반짝했던 기획부동산들은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다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난 지난 2002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년여 만에 100개 이상이 새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부동산 업계에 정통한 박모(여·39)씨는 “테헤란로 주변 빌딩에 적어도 1~2개씩은 기획부동산이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일부 업체는 계열사만 3~4개씩 거느리고, 직원도 700~800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획부동산 업계의 ‘대부(大父)’로 불리는 A사와 B사는 계열사만 5개가 넘는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JMK플래닝’ 진명기 대표는 “이들은 폐업과 개업을 반복하면서 법인 명의를 바꾸기 때문에 정확한 업체 수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양산되는 피해자
이 때문에 피해자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2002년 한해 34건이었던 토지 사기 피해건수가 작년 78건으로 2배나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 7월 말까지 작년 전체와 비슷한 80건을 넘어섰다. 재작년과 비교하면 4배나 급증했다.
소보원 관계자는 “검찰이나 경찰에 신고하면 당사자들은 사기로 처벌을 받지만, 피해자들은 계약금이나 돈을 떼일 것을 우려,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2~3년 동안 기획부동산에 속아 땅을 산 피해자들의 피해규모가 조(兆) 단위를 넘을 것이란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기획부동산 업체에 근무했던 김모(40)씨는 “내가 아는 업체는 2년 동안 전국 10여곳에서 100만평이 넘는 땅을 팔아 2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면서 “이런 업체가 1~2곳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 서민만 멍든다
문제는 기획부동산에 당하는 피해자 대부분이 명예퇴직자나 중산층, 서민들이란 점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80년대 말 신도시 개발 전후에 피해를 경험했던 강남 큰손들은 소규모 땅투자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들이 파는 땅은 대부분 100~ 500평 미만이며, 평당 가격도 10만~30만원 안팎이다. 2000만~3000만원의 여윳돈에 대출을 조금만 받으면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기획부동산들이 파는 땅은 99%는 쓸모없다. 그나마 개별등기가 아닌 공유지분으로 소유권을 넘겨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0평짜리 땅을 100평씩 쪼개 10명에게 10분의1씩 지분을 나눠줄 경우, 10명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땅을 팔 수가 없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서민들이 수억원씩 하는 분양권이나 강남 아파트를 사기는 어려워졌다”면서 “결국 뭔가는 해야 할 것 같고, 여기저기 땅값 오른다는 소식은 들려오니까 이런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손놓은 당국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단속규정이 마땅치 않다며 팔짱만 끼고 있다. 검찰과 경찰 역시 의례적으로 매년 수십건씩 기획부동산을 적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이뤄지지 않아 똑같은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올 초 토지 투기대책으로 기획부동산 단속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대표는 “결국 전화를 걸어 돈을 벌 수 있다며 땅을 사라는 권유에는 아예 응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