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2.09.11 20:09 | 수정 : 2002.09.11 20:09
9.4대책 이은 고강도 조치...업자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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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전국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한 전격적인 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간 11일, 부동산 시장은 ‘충격과 냉소’가 엇갈렸다. 강남지역의
상당수 중개업소들은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본격 선포한
것 같다”며 황급히 문을 닫고 휴업에 들어갔으며 일부 집주인들은 집값
하락을 예상해 서둘러 매매에 나서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무조사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개업소 휴업이 이어지면
전세금 시세는 오히려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오후 3시 서울 신천역 4거리. 잠실 주공 3단지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 13곳 중 9곳의 문이 닫혀있었다. 문을 연 4곳 중 2곳은 지난
한두 달 사이에 개업했고, 2곳은 최근 송파구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던
중개업소이다. ‘클릭공인’ 임흥빈 대표는 “오전부터 국세청
세무조사가 떴다는 소문이 돌면서 강남권과 잠실의 중개업소들이 일제히
문을 닫고 자취를 감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의 중개업소 17곳 중에서는 단 1곳만 이날 문을 열었다.
중개업자들은 예전과 달라진 세무조사 방식에 놀라면서도 국세청이 큰
소득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대치동 W공인의 박모 대표는
“주변 중개업소를 찾은 국세청 직원들이 모든 장부를 일일히
복사해갔고, 가락 시영 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국세청 직원의 동행
요구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다른 중개업자는
“예전에 세무조사를 여러 차례 받는 바람에 대부분의 중개업자들은
고객이나 투자자의 관련 장부를 업소에 거의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 대책이 잇따르자 시장에는 조금씩 매물이 나오는
모습이었다. ‘신천역 부동산’ 조대식 대표는 “며칠 전 정부의 9·4
대책 이후에도 매도 물량은 거의 없었지만 세무조사 소식이 전해지자
‘집값이 드디어 상투가 된 것 같다’며 매물을 내놓고 싶다는 전화가
3통 걸려왔다”고 말했다. 대치동 등 강남권에 문을 연 중개업소로도
“아파트를 팔아야 하느냐”는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세무조사 효과를 놓고 전문가 의견은 엇갈렸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9·4 대책으로 시장이 안정세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다시
정부가 초강수를 던졌으므로,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꺾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연초의 세무조사 때도 잠시
거래가 끊기고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지만 단기적 효과에 그쳤다”며
“세무조사에 대한 시장의 내성(耐性)이 이미 생겼으므로 단기간의 거래
위축에 그치고 가격 하락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정부의 세무 조사로 서민들이 전세 얻기가 더 어려워지고 전세금은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정부가 세무조사를 할 때마다 중개업소의 휴업으로 전셋집 공급 통로가
막히면서 오히려 전세금은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번 세무조사는
강도가 강한 만큼 전세금 오름세는 더 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 업계는 국세청이 분양 대행사까지 세무조사 손길을 뻗치는
데 ‘정부의 의지가 간단치 않다’며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