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2.09.04 20:35 | 수정 : 2002.09.04 20:35
영조주택 윤호원(尹鎬遠·45) 회장, 메트로애셋 전인규(全寅珪·43)
사장, 헬스케어커뮤니케이션 신우섭(申佑燮·33) 사장. 이들 3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다들 잘 나가던 전문직 출신이다. 윤 회장은 법무사, 전 사장은
공인회계사, 신 사장은 의사 면허를 각각 갖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디벨로퍼’(Developer:부동산 개발업자)로 통한다. 디벨로퍼는 세간에
부동산 개발사업자나 시행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디벨로퍼는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사기꾼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험한
디벨로퍼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유는 뭘까.
경남 합천 출신인 영조주택 윤호원 회장은 지난 84년 검찰 공무원으로
입문, 93년 법무사 개업 이전까지 엘리트 코스인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근무했다. 이 때문인지 윤 회장은 법무사 개업도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뭣하러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느냐”며 무려 1년 동안이나
만류했다는 것.
하지만 윤 회장은 법무사 개업 이후, 해마다 1만3000여건의 아파트
등기업무를 수임하는 탁월한 경영수완을 보여줬다. 이렇게 아파트와
인연을 맺은 게 결국, 그를 아파트 개발 사업자로 변신시킨 계기가 됐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니 ‘아이디어’만 좋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고 믿었다”면서 “누가 좋은 땅을 선점하느냐가 개발사업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지난 1999년부터 작년까지 분당 백궁역과 용인 등에서
사들인 알짜배기 토지를 발판으로 6000억원대의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 크게 성공했다. 그는 “종잣돈은 적었지만, 확실한 사업성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유치한 게 또다른
성공요인”이라고 자평한다.
임대주택에 관심이 많다는 윤 회장은 “소득수준에 맞춘 다양한
임대주택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금융기법을 활용한 개발
아이템도 계속 선보이겠다”고 말한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8세에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메트로애셋
전인규 사장은 ‘부업’을 ‘본업’으로 바꾼 케이스다. 그가 부동산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97년. 당시 친구들과 함께 부업 삼아 재개발과
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했다가, 외환위기로 가격이 폭락하며 전 재산에
가까운 2억원을 손해봤다. 전 사장은 “그때는 정말 눈앞이 아찔했지만,
오기도 발동했다”고 말한다.
이후 그가 경제학 책을 다시 뒤적이고, 신문기사도 꼼꼼히 체크하면서
내린 결론은 ‘경매’였다. 전 사장은 “금리 인하를 예측했고, 결국
부동산 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싼 물건이 즐비했던
경매 시장을 주로 공략했다”고 말한다. 그의 예측은 들어맞았고, 2년
동안 오피스텔과 업무용 빌딩에 투자해 2배가 넘는 수익을 남겼다.
여기서 자신을 얻은 전 사장은 올초 디벨로퍼로 변신, 신대방동에서
120억원짜리 클리닉 센터를 분양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개발사업은
‘한탕’이 아니고 정교한 투자”라며 “무엇보다 타이밍과 경제흐름을
읽는 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는 상투를 잡거나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 그는 “앞으로 M&A시장에도 진출하고
싶다”면서 “특히 알짜 기업의 매각이 잇따르고 있는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헬스케어커뮤니케이션 신우섭 사장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의사 출신
디벨로퍼다. 건국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96년 의사면허를 딴 뒤
2년쯤 소아과 병원을 운영했다. 그러던 그가 디벨로퍼로 인생행로를 바꾼
계기는 지난 2000년 경희대 의료경영대학원을 다니면서부터. 당시 그는
지도교수와 함께 의료 벤처기업을 창업, 본격적인 메디컬 빌딩 개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작년 5월 본격적인 개발 사업에 나섰지만, 처음엔
실패의 연속이었다. 신 사장은 “역시 개발사업은 이론만 갖고 성공하기
어려웠다”면서 “개발에 앞선 수요조사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후 그는 철저한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미리 입주자를 선정한 뒤 개발에
착수, 결국 지난 5월 논현동에 클리닉센터 건물을 100% 분양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메디컬 빌딩은 단순한 임대사업으로 보면 안된다”면서
“입주한 의사들에게 경영컨설팅과 마케팅까지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5월 일본의 ‘메디카재팬’과 제휴, 실버 사업에도 진출한 신
사장은 “의약 분업과 노령 인구 증가로 보건 의료 관련 개발사업의
시장성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