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0.03.22 06:26
■3월22일 수요일자 조선일보 주요 경제기사
▷ 나스닥-코스닥 폭락계속. 전세계적인 자금이동현상?
▷ 경제장관간담회. 의약분업대책
▷ 호텔-가구업체들, 벤처특수
▷ 12월 결산 상장법인 실적
-이 기사계획은 오전 중 기자들이 각 출입처에서 보내온 것을
취합한 것으로, 대부분 다음날 아침 신문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예정기사는 지면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준 드림 junlee@chosun.com
■ 취재일기: 미국의 부동산이야기
- 최근 미국 부동산 업계를 돌아보고 온 차학봉 기자가 출장 소감을
보내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부동산을 담당하는 차학봉 입니다.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 부동산과 관련해 보고
느낀 점을 전해드립니다.
◆베벌리 힐스가 할리우드보다 3배 비싼 이유는.
LA에서 부동산담당기자라고 하니까 ‘현지 가이드’가 베벌리힐스와
할리우드의 주택가가 맞다은 도로로 안내했습니다. 베벌리 힐스
주택가에는 늘씬한 대형 야자수 가로수가 있는데 반해 도로를
사이에 둔 할리우드 주택가에는 나무 전봇대에 볼품없는 가로수가
있었습니다. 참 대조적이었습니다. 베벌리 힐스는 할리우드와 달리,
‘상점’과 ‘전봇대’가 없었습니다. 부자들이 많이 살다보니
시당국에서 세금을 많이 걷어 전선을 모두 지하에 매설했다고
하더군요. 동네 경관을 헤친다고 상점도 아예 동네안에는 못
들어오게 한다고 합니다.(혹은 집값이 비싸 상점이 들어와도
채산성이 맞지 않겠지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사람살기에는 할리우드주택가가 더
좋아 보였습니다. 카페에서 술한잔하기도 좋아보였고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편해보였습니다. 상점도 있어 쇼핑하기도 좋겠더군요.
그러나 집크기가 같더라도 베벌리 힐스쪽이 할리우드 주택가보다
최소 3배정도는 비싸다고 하더군요.
가이드는 “베벌리 힐스의 값어치는 이런 외관뿐만 아니라 ‘진짜
부자들만 모여사는 동네’라는 이름값이 붙어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하더군요. 베벌리 힐스의 주택 가격은 ‘지역 브랜드의 파워’라고나
할까요.
사실 ‘지역 브랜드 파워’는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아파트 가격이 비싼 ‘대치동’, ‘압구정동’ 같은 동네의 아파트
가격은 지역 브랜드파워가 상당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환경, 교통, 교육 같은 측면만으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강남이라는
지역브랜드에다가 그 중에서도 ‘부자 동네’라는 이름 값이 포함돼
있습니다. 저 주변에서도 자신이 사는 동네는 왜 집 값이 오르지
않는가 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이 지역 브랜드의 약점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브랜드’는 고정적인
것일까요. 일반 상품브랜드처럼 흥망성쇠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국은 하루가 다르게 도시가 발전하고 있고 아파트가 다수를
차지한다는 특징 때문에 지역 브랜드도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최고의 브랜드파워를 갖고 있는 지역도 아파트가
전반적으로 노후화 되고 경쟁지역이 떠오른다면 기존 거주자들이
상당수 떠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근 재건축시공사가 선정되고 있는 ‘개포동 주공아파트’들이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도 서울 대표할 수 있는 지역브랜드로 떠오를
가능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미국의 부동산중개업소는 거대 기업.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했습니다.
센추리21라는 미국중개업소 체인점이었습니다. 미국중개업소는
‘복덕방’이 아니라 ‘기업’이더군요. 순수한 의미의 중개업소와
금융(모기지)을 알선해주는 회사, 감정평가회사, 이 세 가지가
합쳐진 종합부동산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원도 40명이
넘었습니다. 모두 단정하게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두들기니까 매물 리스트가 뜨더군요. 외형적으로나
영업스타일로 보나 우리의 복덕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와 다른 것은 ‘전속중개’라는 제도입니다. 집을 팔
경우, 단 한곳의 중개업체에 매물을 내놓는 계약을 맺고 다른
업소에는 알리지 않는 제도입니다. 미국은 계약사회인 만큼,
전속중계계약을 체결해 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중개업자는 매도자의 위탁을 받으면 철저하게 매도자의 입장에서
물건을 팔게 됩니다. 우리의 경우, 이 복덕방, 저 복덕방에 매물을
내놓고 먼저 걸리는 곳에 팔고 있지 않습니까.
전속중개를 하는 미국 중개업소의 수수료는 매매가의 5~9%
정도입니다. 한국이 매도-매수자 양쪽에서 받는 것과 달리 수수료는
매도자에게서만 받더군요. 이처럼 수수료가 비싸다면 미국에서도
유행하는 ‘부동산 인터넷’을 이용해 직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 대부분이 중개업소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중개업소가 등기상 권리의 문제 등에 관해
100%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간 거래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 때문에 중개업소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단독주택이 대부분인 미국에서는 집 매매 시
인스펙터(inspector)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매도자 부담으로
인스펙터가 배관, 구조, 전기 등 주택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100여개 항목을 체크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습니다. 매수자는
인스펙터의 보고서를 참조해 그 집의 가격이 적정가치인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인스펙터의 보고서가 엉터리라면
매수자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됩니다. 중개업소는 모기지
알선뿐만 아니라 인스펙터를 매수자에게 소개해 수수료를 받기도
합니다.
어쨌든 미국의 중개업소는 수수료가 높은데다 금융알선과 같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수 백 명의
직원을 가진 중개업소들도 많고 독자적으로 모기지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형’ 중개업소도 많습니다. 미국 대부분의
중개업소가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중계업체인점은 재벌급회사로 발전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중계체인점인 ‘센추리21’과 “ERA’는 ‘센던트그룹’
소속입니다. 센던트는 ‘센던트 모기지’라는 금융회사 외에도
호텔체인점까지 소유하고 있습니다. 센던트는 향후 3년간
1억7500만 달러를 들여 「MOVE.COM」이라는 부동산 전문 포털
사이트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부동산 사이트가 직접적으로
이 회사의 수익에 기여하지는 않지만 모기지와 중개업소 체인점을
선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 돈으로 2000억쯤 되는
거액을 들인다고 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 중개업계는 사정이 너무 달라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점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조만간 모기지 제도가
도입되고 소비자들이 좀더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한다면 우리
중개업계도 ‘복덕방’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개업소도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산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차학봉기자 hbcha@chosun.com *>
▷ 나스닥-코스닥 폭락계속. 전세계적인 자금이동현상?
▷ 경제장관간담회. 의약분업대책
▷ 호텔-가구업체들, 벤처특수
▷ 12월 결산 상장법인 실적
-이 기사계획은 오전 중 기자들이 각 출입처에서 보내온 것을
취합한 것으로, 대부분 다음날 아침 신문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예정기사는 지면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준 드림 junlee@chosun.com
■ 취재일기: 미국의 부동산이야기
- 최근 미국 부동산 업계를 돌아보고 온 차학봉 기자가 출장 소감을
보내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부동산을 담당하는 차학봉 입니다.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 부동산과 관련해 보고
느낀 점을 전해드립니다.
◆베벌리 힐스가 할리우드보다 3배 비싼 이유는.
LA에서 부동산담당기자라고 하니까 ‘현지 가이드’가 베벌리힐스와
할리우드의 주택가가 맞다은 도로로 안내했습니다. 베벌리 힐스
주택가에는 늘씬한 대형 야자수 가로수가 있는데 반해 도로를
사이에 둔 할리우드 주택가에는 나무 전봇대에 볼품없는 가로수가
있었습니다. 참 대조적이었습니다. 베벌리 힐스는 할리우드와 달리,
‘상점’과 ‘전봇대’가 없었습니다. 부자들이 많이 살다보니
시당국에서 세금을 많이 걷어 전선을 모두 지하에 매설했다고
하더군요. 동네 경관을 헤친다고 상점도 아예 동네안에는 못
들어오게 한다고 합니다.(혹은 집값이 비싸 상점이 들어와도
채산성이 맞지 않겠지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사람살기에는 할리우드주택가가 더
좋아 보였습니다. 카페에서 술한잔하기도 좋아보였고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편해보였습니다. 상점도 있어 쇼핑하기도 좋겠더군요.
그러나 집크기가 같더라도 베벌리 힐스쪽이 할리우드 주택가보다
최소 3배정도는 비싸다고 하더군요.
가이드는 “베벌리 힐스의 값어치는 이런 외관뿐만 아니라 ‘진짜
부자들만 모여사는 동네’라는 이름값이 붙어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하더군요. 베벌리 힐스의 주택 가격은 ‘지역 브랜드의 파워’라고나
할까요.
사실 ‘지역 브랜드 파워’는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아파트 가격이 비싼 ‘대치동’, ‘압구정동’ 같은 동네의 아파트
가격은 지역 브랜드파워가 상당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환경, 교통, 교육 같은 측면만으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강남이라는
지역브랜드에다가 그 중에서도 ‘부자 동네’라는 이름 값이 포함돼
있습니다. 저 주변에서도 자신이 사는 동네는 왜 집 값이 오르지
않는가 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이 지역 브랜드의 약점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브랜드’는 고정적인
것일까요. 일반 상품브랜드처럼 흥망성쇠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국은 하루가 다르게 도시가 발전하고 있고 아파트가 다수를
차지한다는 특징 때문에 지역 브랜드도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최고의 브랜드파워를 갖고 있는 지역도 아파트가
전반적으로 노후화 되고 경쟁지역이 떠오른다면 기존 거주자들이
상당수 떠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근 재건축시공사가 선정되고 있는 ‘개포동 주공아파트’들이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도 서울 대표할 수 있는 지역브랜드로 떠오를
가능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미국의 부동산중개업소는 거대 기업.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했습니다.
센추리21라는 미국중개업소 체인점이었습니다. 미국중개업소는
‘복덕방’이 아니라 ‘기업’이더군요. 순수한 의미의 중개업소와
금융(모기지)을 알선해주는 회사, 감정평가회사, 이 세 가지가
합쳐진 종합부동산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원도 40명이
넘었습니다. 모두 단정하게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두들기니까 매물 리스트가 뜨더군요. 외형적으로나
영업스타일로 보나 우리의 복덕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와 다른 것은 ‘전속중개’라는 제도입니다. 집을 팔
경우, 단 한곳의 중개업체에 매물을 내놓는 계약을 맺고 다른
업소에는 알리지 않는 제도입니다. 미국은 계약사회인 만큼,
전속중계계약을 체결해 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중개업자는 매도자의 위탁을 받으면 철저하게 매도자의 입장에서
물건을 팔게 됩니다. 우리의 경우, 이 복덕방, 저 복덕방에 매물을
내놓고 먼저 걸리는 곳에 팔고 있지 않습니까.
전속중개를 하는 미국 중개업소의 수수료는 매매가의 5~9%
정도입니다. 한국이 매도-매수자 양쪽에서 받는 것과 달리 수수료는
매도자에게서만 받더군요. 이처럼 수수료가 비싸다면 미국에서도
유행하는 ‘부동산 인터넷’을 이용해 직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 대부분이 중개업소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중개업소가 등기상 권리의 문제 등에 관해
100%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간 거래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 때문에 중개업소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단독주택이 대부분인 미국에서는 집 매매 시
인스펙터(inspector)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매도자 부담으로
인스펙터가 배관, 구조, 전기 등 주택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100여개 항목을 체크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습니다. 매수자는
인스펙터의 보고서를 참조해 그 집의 가격이 적정가치인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인스펙터의 보고서가 엉터리라면
매수자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됩니다. 중개업소는 모기지
알선뿐만 아니라 인스펙터를 매수자에게 소개해 수수료를 받기도
합니다.
어쨌든 미국의 중개업소는 수수료가 높은데다 금융알선과 같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수 백 명의
직원을 가진 중개업소들도 많고 독자적으로 모기지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형’ 중개업소도 많습니다. 미국 대부분의
중개업소가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중계업체인점은 재벌급회사로 발전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중계체인점인 ‘센추리21’과 “ERA’는 ‘센던트그룹’
소속입니다. 센던트는 ‘센던트 모기지’라는 금융회사 외에도
호텔체인점까지 소유하고 있습니다. 센던트는 향후 3년간
1억7500만 달러를 들여 「MOVE.COM」이라는 부동산 전문 포털
사이트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부동산 사이트가 직접적으로
이 회사의 수익에 기여하지는 않지만 모기지와 중개업소 체인점을
선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 돈으로 2000억쯤 되는
거액을 들인다고 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 중개업계는 사정이 너무 달라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점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조만간 모기지 제도가
도입되고 소비자들이 좀더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한다면 우리
중개업계도 ‘복덕방’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개업소도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산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차학봉기자 hbcha@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