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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보]총리실의 작은 소동

      입력 : 2000.03.22 05:15

      ■ 오늘의 목차


      □ 김대중 대통령의 분노
      □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지원유세 하루 휴식
      □ 총리실의 작은 소동



      ■ 김대중 대통령의 분노


      청와대를 출입하는 김민배 기자(baibai@chosun.com) 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분노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국가부채 411조론 외자유치 국부(國富)유출론 주장 때문입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한나라당의 이
      같은 주장은 19세기 구한말, 나라를 망국으로 이끈 쇄국주의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한 김 대통령의
      입장은 매우 단호합니다.

      세계가 평가하고, 또 IMF의 환란위기 극복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상황 속에서 아무리 정치적으로 중요한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나라의 장래나 국가이익에 부합되지 않는 국가부채
      논쟁이나 국부유출 논쟁을 펴느냐는 것입니다. 이 같은 경제논쟁이
      다소간 시장에 영향을 주는 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일치된 생각입니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이 전한 국무회의와 재향경우회 간담회에서의
      김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합니다.

      ◆국무회의 발언

      최근 선거과정에서 국정을 왜곡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사례가
      있다. 특히 외국투자가들을 불안하게 하고, 우리 나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외국투자가들이 잘못하면 한국을 외면토록 하는
      일이 있다. 이것은 국익에 배치되는 것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외국투자가들에게 잘 설명해서 동요하지 않도록 해달라. 나라 일이
      국민에게 잘못 전달되고,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이를 악용함으로써
      국가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국무위원으로서
      대응하는 것은 정당한 책임이고 의무이다.

      우리는 백년전 구한말, 우리 선조들의 잘못된 선택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 당시 우리의 국력은 일본과 비슷했지만
      일본은 재빨리 국제적인 조류를 파악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섰다.
      그러나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쇄국정책, 폐쇄주의를 선택, 그후에
      일본의 36년 식민지배, 38선 분단, 6·25전쟁, 남북간 200만 대군의
      무장대결로 이어져 있다. 조상들의 한때 잘못된 선택으로 우리
      후손들이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다.

      세계투자의 93%가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간에 이뤄지고 있다.
      영국 여왕이 우리 기업의 웨일즈 공장 준공식 때 테이프커팅을 하러
      오고, 프랑스 대통령은 대우전자의 공장을 폐쇄하거나 이전하지
      말고 유지시켜달라고 나에게 요청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외자유치가 국부를 유출시킨다고 주장하면서
      쇄국주의를 불러일으키는 논쟁이 있다. 만약 이런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외국에서는 한국사람들이 조금 배부르니까 과거처럼
      폐쇄주의, 국수주의로 되돌아간다는 인식을 할 수 있다.
      외국투자가들이 한국을 떠난다면 우리에게 미래의 희망은 없다.
      미국이 8년 동안 호황을 유지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과
      정부지도자들의 적절한 정책, 그리고 외국자본의 유치 등 세 가지다.


      공산주의를 하는 중국도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금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오만해지고 폐쇄주의가 대두된다는
      인식을 주면 세계로부터 버림받으며, 그 경우, 우리에게 장래와
      희망이 없다. 이것은 선거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장래와 한국의
      미래를 생각해서 하는 얘기다.

      ◆재향경우회 오찬

      지금 외국자본을 막는 것은 마치 구한말 쇄국정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국자본이 들어와야 국부가 늘어난다. 지금 서로
      외국자본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외자의 93%가 미국이나 EU,
      일본, 서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7%만이 다른 나라로 움직인다.
      외국자본 유치가 국부유출이 된다면 미국이나 일본이 왜
      외자유치를 하고 있는가.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총선 지원유세 휴식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입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마침내 선거유세를 하루 빼먹었습니다.
      원래 오늘은 경북지역에서 열리는 지구당 대회 3곳에 참석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어제(20일) 오후까지만 해도 가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주변에서 걱정했던 대로 그 동안의 강행군이 가져온
      감기·몸살이 이 총재의 경북행을 가로막았습니다. 어제는 서울과
      경기지역 지구당대회 5곳을 다니며 지원에 나섰지만 평소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대신 조금은 차분한 분위기로 연설을 했습니다.

      타고난 건강체질이라고 자부하던 이 총재가 유세를 빼먹기로
      작정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자기가
      해야한다고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총재의
      성격상 용납될 수 없는 일인데, 그만큼 상태가 안 좋다고
      봐야겠지요. 또 이 총재의 하루 휴식은 내일(22일)로 예정된
      호남지역 방문(광주와 군산 등)에 대비한 체력비축용 휴식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이 총재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이 총재가 그 동안 탈이 안 난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지난달 23일부터 20여 일간 60여 회의
      지구당대회에 하루도 쉬지 않고 참석해 왔고, 어느 날은 최고 8곳의
      지구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총재를 따라다니는
      젊은 기자들도 사흘정도만 지방과 서울을 오락가락하다보면 몸이
      뻐근해지는데 60이 넘은 이 총재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이
      총재는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조는 모습은 물론이고, 의자 윗 부분에
      머리 한번 대지 않은 채 항상 꼿꼿한 모습입니다. 이 총재의 부인인
      한인옥 여사는 건강은 어릴 때부터 타고난 것 같더라고 말합니다.

      감기몸살로 몸은 괴롭지만 이 총재는 그 동안의 반복된 연설 덕에
      연설솜씨가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자들도 날이 갈수록 청중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고저장단을
      맞추는 솜씨가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정말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도 하고, 일부에서는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하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하는데, 학창시절 웅변반에서
      활동했던 경력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이 총재의 연설은 그렇지만 일정한 흐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지역의 위원장을 칭찬하는 말로 연설을 시작합니다.

      이곳에 와서 당원동지들을 보니까 완전히 분위기가 잡힌 것 같다.
      이번에는 ○○○ 가 반드시 국회에 들어가 큰 일을 할 것 같다.
      확실히 밀어달라.

      이어서 현 정권의 경제실정(失政)과 대북문제, 약속 안 지키기 등을
      맹공합니다.

      김대중 대통령 출범 때 서민을 위한 정부, 못살고 가난한 사람,
      농민을 위한 정부라고 이야기했지만 지난 2년 반 동안 한 것을 보면
      가난한 사람을 더욱 못살게 하는 정부가 됐다. 빈부격차 가장
      커지고,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을 식견 있는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는
      등.

      그런데 이 총재의 비상한 기억력이 연설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이
      총재는 각종 통계치수를 인용하면서 정부측을 비난하는데, 소숫점
      한 자리까지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권의 안정론을
      반박하면서 선거이후의 주가를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88년부터 98년 동안 선거를 6번 치렀는데, 3번은 야당이 이기고,
      3번은 여당이 승리했다. 야당이 이긴 해는 주가가 8%, 12% 등이
      올랐는데, 여당이 한번 이겼을 때는 오히려 9.7%가 떨어졌다.

      기자들도 이 대목에서는 두 손을 다 들어버렸습니다. 각종 통계치가
      단 한번도 틀린 적이 없는데다 새로 추가하는 내용도
      마찬가지니까요. 일부 신문에서는 각 당 대표주자들의 연설실수
      기사를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이 총재의 실수담은 찾을 수가 없어
      역으로 이 총재는 연설 때 한번도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말았습니다. 완벽주의자인 이 총재의 성격이 연설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기사를 만들 줄 모른다는 불평도 받습니다. 똑같은
      연설을 반복하다보니,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뉴스가 없다는
      것이지요. 내용은 비슷하더라도 뭔가 한가지 잇슈를 제기하고,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면 스트레이트 기사를 쓸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그런 불만 때문인지, 최근 이 총재는
      나름대로 한가지씩 새로운 주장과 비판을 삽입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를린 선언은 신북풍 내각제를 통한 장기집권
      음모 분쇄 등이 그런 예인데, 아직은 화끈하지 못하다는 평입니다.




      ■ 총리실의 작은 소동


      총리실에 출입하는 최병묵 기자(bmchoi@chosun.com)입니다.

      20일 총리실에서는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이란 것이 있는데, 여기서 갑자기 물관리
      종합대책을 브리핑하겠다고 했습니다. 22일이 물의 날이니 가만히
      있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일부 기자들이 브리핑을 받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물관리 종합대책이란 것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정부가 발표한
      사항이었습니다. 특히 환경부가 관계부처와 협의해 매년 또는
      1년에도 몇 차례씩 내놓곤 했습니다.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었지요.

      그렇지만 뭔가 기사를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기자들이
      해묵은 것이긴 하지만 올해 안에 상하수도 요금을 올린다는 내용을
      기사화 했습니다. 2000년 말까지 상하수도 요금을 올린다는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해가 바뀌었으니 또 알려줘도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현재 생산원가의 70%선인 상수도요금과 원가의 50%선인 하수도
      요금을 올해 안에 상수도 요금은 90~95%선으로, 하수도 요금은
      80%선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하수도 요금이 대폭 인상되는 것이 틀림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자들은 이를 중요하게 기사화 했습니다.

      총리실로서는 뜻밖의 일격을 당한 듯 난리가 났습니다. 기자들에게
      해명자료까지 배포했습니다. 즉 요금 대폭 인상이 아니고
      현실화이며, 그것도 상하수도 요금은 누진제이기 때문에 물을 많이
      쓰는 사람한테 부담이 더 가는 것이지 일반 서민들의 부담은 거의
      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선거를 앞두고 왜
      서민들한테 부담이 가는 정책을 발표했느냐고 상부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렇찮아도 표 떨어질 정책은 선거전에는 절대 발표하지 말도록
      엄중 지시를 받은 터에 이 기사는(비록 이렇게 기사화 될 줄은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같은 정부 여당의 방침에
      역행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총리실 관계자들은 서민들한테 부담을
      준다고 해서 위에서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진상을 알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의 목소리와 태도에서 상부의 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책은 정책이고, 선거는 선거여야 할텐데 지금 우리
      정부도 과거의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를 혼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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