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0.01.19 22:38
■ 내일(20일·목요일)자 조선일보 주요 경제기사
▷ 설 물가대책회의
▷ 외환위기이후 해외 유학경비 지출 대폭 감소. 그러나 해외여행비
지출은 급증
▷ 삼성경제연, 디지털 혁명의 충격과 대응
▷ 해외주요기업 M&A 사례
▷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취임 기자회견
-이 기사계획은 오전 중 기자들이 각 출입처에서 보내온 것을
취합한 것으로, 대부분 다음날 아침 신문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예정기사는 지면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기천 드림 kckim@chosun.com
■ 취재 뒷이야기: 코스닥 시장에 관한 단상
머니팀의 조희천 기자가 코스닥 시장에 관한 단상을 보내왔습니다.
열혈청년인 조기자의 원래 글은 훨씬 더 과격한 수준이었는데,
내용의 강도보다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시각에 좀더
주목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증권업계를 출입하고 있는 조희천입니다.
회원님들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최근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는
시민운동 단체의 총선 참여와 코스닥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가지 요소 모두가 현 시기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상을
상징한다는 점입니다.
시민운동 단체의 총선참여는 기존 정치권과 정당, 더 나아가 한국의
의회제도와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합니다. 민주화이후
정권을 잡은 민간인 출신 정치인들도 그 무능과 부패, 자기 이익
챙기기에는 이전 집권층과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기대가 큰 만큼
더 큰 염증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코스닥 열풍은 한국 경제의 미래상을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입니다.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수 많은 대기업들을
제쳐두고 왜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의 불 속으로
뛰어들어가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물론 단기에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유혹이 있지요. 하지만 이런 이유 외에도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정보통신이나 인터넷 같은 새로운 부문에서 찾지
않으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헌재 재경부장관이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대기업들은
거지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간의 불투명한 경영과 방만한 계열사
불리기, 불분명한 핵심역량과 기술경쟁력 등으로 이제 더 이상 한국
경제의 미래라고 자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볼 때 정치권을 불신하고 직접 공천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시민운동단체들의 결심이나, 대기업을 믿지 못하고
직접 돈을 싸들고 유망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한국 사회를 50년간 다스려온 세력들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새로운
도구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본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요.
하지만 남아 있는 길은 너무나 멉니다. 우선 이전의 경험에서
봤듯이 신악(新惡)이 구악(舊惡)을 대체하고, 젊은 도둑놈이 늙은
도둑놈을 대신한다면 안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시민운동단체에 이익단체가 가세하고, 노조의
무분별한 요구가 가세한다면 오랜만에 맞이한 정치권에 대한
일격은 그 색이 바랄 것입니다. 코스닥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애정을 코스닥 기업의 오너나 창업자들은 깊이 새겨,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불길하게도 그런 징조는 도처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코스닥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타락 일로를 걷고 있고, 새로운
시장이 돈이 된다고 하자 자기 구역을 차지하기 위한 깡패와
거간꾼이 설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정당이나
대기업들이 점잖게 나무란다고 해서 그들을 음모론자들로 몰아
부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비판하기 이전에 시장이나 운동 스스로 자정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엉터리 코스닥 기업에
물려있는 주주들은 오너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던지,
소액주주들을 모아 회사측을 압박해서 똑똑한 경영전문가를
데려오도록 하던지 양단간에 결단을 내야 합니다. 어차피 이익이
많은 만큼 위험도 큰 시장에 투자했으니 그 정도는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만약 이전에 주식투자자들이 그랬듯이 코스닥 주가가 떨어진다고
정부를 상대로 규탄대회를 열거나, 코스닥에 비판적인 이야기를 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내돈 물어내라고 악을 쓰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구악보다 더 심한 신악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국 2000년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현상들을 선보이며 이름값은
하는 것 같습니다.
1년에 자발적으로 40조원을 모은 코스닥 시장과 전국민의 7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시민운동단체들. 이들이 부드럽게 자기
자리를 잡고, 겸손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정도를 보여줄 때
21세기 한국 사회의 미래가 생긴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희천 드림 hcc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