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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클럽]수입차와 재벌

      입력 : 2000.01.05 16:43

      데스크로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영수 팀장입니다. 올해 한해도 오토클럽에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올해에는 기존 임동범 차장, 차병학 기자,
      김종호 기자뿐 아니라 다른 경제과학부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오토클럽을 집필해주시겠습니다. 오늘은 김종호 기자가 수입차
      업계를 출입하면서 느낀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수입차 사업에
      뛰어든 재벌 이야기입니다./오토클럽 드림



      ■ 수입차와 재벌


      안녕하십니까. 김종호 기자입니다. 오토클럽 회원 여러분 새로운
      천년이 시작됐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가정과 직장에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최근 몇몇 재벌기업들이 앞다투어 수입차 판매사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두산과 코오롱, SK, 효성 등이 수입차 사업을 시작했거나 관심이 많은
      대표적인 대기업들입니다. 두산은 지난해 말 볼보자동차코리아와
      판매대행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볼보차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두산이 볼보차 판매에 나서는 지역은 서울-인천-경기도 등
      경인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그 동안 한진건설이 판매를 맡아왔으나,
      지난 97년부터 3년 연속 판매부진과 이에 따른 누적적자가 심화되자
      지난해말 철수한 곳이지요.

      코오롱은 오래 전 부터 BMW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입 및
      판매를 모두 담당했으나 95년 BMW가 한국법인을 설립한 이후로는
      판매만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SK는 올해 5월 본격 상륙하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판매대행을 해
      보겠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직 도요타 메인딜러로 결정되지
      않았고 몇몇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고 합니다.

      효성은 과거 아우디-폭스바겐을 들여와 판매했으나 판매량이
      줄어들고 수익성도 악화되자 손을 뗐습니다. 도요타 판매대행을
      해보려고 시도했으나 도요타 측에서 안된고 통보해왔다고
      알려왔습니다.

      대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든 간에 무슨 상관인가 할 수도 있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수입차 판매는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IMF한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아픔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했던 재벌기업들이 또다시 수익성이 없는 수입차 딜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의아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수입차 사업이 얼마나 수익성이 없는가를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88년부터 볼보차를 수입-판매 하다가 최근 손을 뗀 한진건설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한때 볼보는 국내에서 잘 팔리는
      수입차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볼보 옛날모델을 떠올려 보면 아시겠지만 볼보는 얼핏 보면 외관이
      국산차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화려한 외제차를 타면 남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고 생각한 부자들은 구형 볼보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러면서도 아는 사람들은 외제차로 알아주는 차를
      좋아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진은 지난 94~96년까지 3년간 해마다 1000대에
      달하는 판매대수를 기록하며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97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볼보가 한국법인 볼보자동차코리아를 설립해 스웨덴 본사로부터
      차를 수입하는 역할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진은 기존의
      수입자-판매자 역할에서 단순한 판매자 역할만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국법인이 수입자 역할을 하면서 왜 한진의 수익성이
      악화됐는가.
      수입차 한대를 판매하면 마진이 32%정도 남는데 이 가운데 수입을
      담당하는 볼보차코리아가 절반인 16%를 갖고 가고 나머지 16%만을
      한진이 가져가는데 이걸 가지고 매장운영과 서비스센터운영,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진이 수입-판매를
      모두 담당 할 때에는 이를 모두 가져 갔었지요. 쉽게 말해 이윤을
      나누어 갖는 조직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지요.

      이때부터 한진은 광고도 제대로 못하고 소비자 관리를 위한 투자도
      제대로 못해 판매가 줄어들어 98년부터는 판매대수가 연 60대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또 100억원 가까이 들어간 서비스 공장 초기 투자분은 회수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코오롱도 마찬가지 입니다. BMW코리아가 설립돼 수입자 역할을
      하게되자 단순 판매자로 전락한 코오롱은 수익성이 한진과 같은
      이유로 수익성이 악화 됐습니다.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상황은 마찬가지 입니다.

      특히 기존 수입차 판매업체들이 100억에 달하는 서비스센터를
      건립하는 등 국내 판매-서비스망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이제 장사 좀
      해볼까 하는 시점에 한국법인들이 설립되는 바람에 수입차
      판매업체들은 갑자기 수익성은 낮아지고, 발을 빼자니 기존에 투자한
      비용이 아깝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최근 3∼4년간을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재벌기업인 두산이 볼보차 판매에 나선다니 걱정이
      앞섭니다.
      특히 두산은 그 동안 업계에서 1-2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만 남긴다는
      원칙을 세우고 다른 사업을 모두 철수해 왔는데 이번에 판매대행을
      맡게 된 볼보차는 이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어서 안팎으로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볼보는 지난해 11월까지 전국적으로 104대가 판매돼 전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6위에 그쳤던 브랜드입니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차
      판매에 관심을 갖는 재벌들도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차가
      국내에서 잘 팔릴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에 기초해 기대를 갖고
      판매에 나선다는 것인데 과거의 예로 봐서 과연 판매자가 이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더구나 지울 수 없는 역사가 있는데 하필이면 중소기업도 아닌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재벌들이 일본차 판매에 나선다니 속으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총수 경영관은 국각경제 민족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일본차 수입선을 잡기
      위해 일본에 로비 하는 모습이 그리 유쾌하지 만은 않습니다.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수입차 사업을 재벌이 아니면 누가
      하느냐고요?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스스로 들어와 판매하도록
      내버려 두자는 것입니다. 아쉬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돈을 투자해
      서비스 센터도 짓고 매장도 짓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 돈으로 서비스 공장짓고 매장짓고 수입차 판매하겠다고 나섯다가
      손해보는 재벌을 볼 때마다 사이비 교주따라서 전재산 몽땅 헌납하고
      거지가 된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김종호기자 tellm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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