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1999.10.01 20:25
□국회 시민단체 충돌
□재경위 '향응' 전말
□삼성 이건희 회장 증인문제 또 돌출
■ 국회 시민단체 충돌
국민회의를 출입하는 신정록 기자(jrshin@chosun.com)입니다.
1일 국회와 시민단체가 정면 충돌했습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의 국민연금관리공단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들의 연합
국감 모니터팀인 국정감사 모니터 시민연대 소속 모니터
요원들을 상임위 측이 물리력으로 쫓아내자, 국감연대측이 대거
몰려와 국민의 알권리 침해 라며 항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금관리공단 노조원들까지 개입해 국감연대 측을 성토하는
과정에서 멱살잡이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발단은 국감연대가 지난달 29일 복지위의 보건복지부 국감을
의원 개개인별로 평가해 순위를 매긴 결과가 모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데서 비롯됐습니다.
국감연대는 평가를 통해,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황규선(黃圭宣), 국민회의 이성재(李聖宰)
의원을 상위(上位) 의원 으로, 한나라당
오양순(吳陽順)-박시균(朴是均), 국민회의 손세일(孫世一)
의원을 하위(下位) 의원 으로, 국민회의 장영철(張永喆) 의원을
낙제 로 평가했습니다. 또 한나라당 오양순-정의화(鄭義和),
국민회의 김인곤(金仁坤) 의원의 특정 질의를 하위 질의 로
평가했습니다.
발끈한 의원들은 이날 회의 시작 전 김찬우(金燦于) 위원장
주재로 3당 간사회의를 열어 이날부터 국감연대의 모니터를
불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어 회의 서두 이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였습니다. 상위
의원으로 선정된 김홍신 의원은 간사단회의 결정 내용에
반발하며 언론이 (국감을) 감시하는 것처럼 시민단체도 그럴
권리가 있다 면서 평가단 활동을 계속하게 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은 한결같이 국감연대가 빈약한 평가 근거를
바탕으로 의원들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평가결과를
내놓았다면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의화 의원은 국감연대는 내가 의약분업을 반대했습니다고 하위
질의자로 분류했는데, 나는 반대한 일도 없고 법안 통과 당시
보건복지위원도 아니었다 고 말했습니다. 황규선 의원도
국정감시도 좋지만 시민단체가 전문기관인 국회 상임위를 평가해
순위까지 매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 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20일
국정감사 활동 중 하루를 가지고 낙제 라고 평가한다면 지나친
속단입니다. 이건 명예의 문제다 (장영철), 어떤 의원은 시간을
물쓰듯 쓰고 다른 의원은 의사진행을 돕느라 시간을 덜 썼는데
하위로 분류하느냐 (오양순), 중복질의 했다고 하위순위를
매기면 질의 순서가 뒤로 편성되면 모두 후순위가 된다 (황성균
黃性均), 의원들에게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일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할 수 있느냐 (김인곤) 등 국감연대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김홍신 의원이 이에 대해 다시 반론을 제기하자 급기야 같은
당인 한나라당 의원들마저 1등 했다고 그러지 마 , 자기가
시간을 물쓰듯 해서 다른 의원들이 질의를 못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되느냐 라고 하는 등, 의원들간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달았다. 결국 김찬우 위원장은 국감연대 모니터 요원들의
반발을 무릎쓰고 강제로 회의장에서 내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감연대는 긴급회의를 거쳐 이경숙(李慶淑) 공동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보건복지위의 행위는
국민의 알권리와 감시할 권리에 대한 정면 도전 이라고 주장한
뒤, 국회와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공개토론회를
갖자고 제의했습니다.
결국 사태는 양측이 한치 양보없는 가운데 국정감사는 계속됐고,
국감연대의 항의는 계속됐습니다.
4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감연대는 현재 보건복지위 외에
건설교통위, 통일외교통상위, 국방위 등 3개 상임위에서
처음부터 방청을 불허당하고 있습니다.
■ 재경위 향응 전말
국민회의에 출입하면서 국회 재경위를 담당하는 김창균(金昌均)
기자(ck-kim@chosun.com)입니다.
1일자 몇몇 일간지에는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29일 재경위 감사
2반이 광주 국세청 감사를 마친 후 향응을 받았다는 기사가 크게
취급됐습니다. 저는 당일엔 서울에 있었고 어제(30일) 대전
국세청 감사에 합류, 의원들이 전하는 당시 상황을 전해들었는데
의원들의 주장도 알려드릴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감사 2반 소속은 총 14명(한나라 4, 국민회의 6, 자민련 4)인데
거동이 불편한 한나라 최형우(崔炯佑) 의원을 제외하고 13명이
현장에 내려갔습니다. 서울에서 출발전부터 수백억대 자산가인
자민련 지대섭(池大燮) 의원이 우리 고향으로 가니 한 턱 내겠다
고 약속했습니다고 합니다.
감사를 마친 후 식사는 1인당 3만5000원짜리 한정식집에서
했습니다. 의원들은 국회에서 나온 식사비 30만원외에는 지
의원이 지불했을 것 이라고 말하지만 이 부분은 정확히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감사를 받은 광주청장도 동석했는데 청장이
의원들의 밥을 얻어먹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 의원은 예향인 광주의 특색을 소개한다고 창(唱)을 하는
세 여자를 불렀고 이 대금을 지급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신문에는 이들이 밴드 로 묘사됐습니다.
한정식집에서는 여자 고용원들이 들락날락하며 음식을 나르고
때로 옆자리에 앉아 시중을 들기도 하는데 네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과 창을 한 여자들 세명을 합해 여자 7명이 술
시중을 들었다 는 보도가 된 것 같습니다.
저녁 자리가 무르익은 후 양주가 나오고 폭탄주를 돌렸다고
합니다. 흥이 난 의원들이 일어나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부른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녁 8시에 시작한 만찬이
10시 무렵에 끝난 것으로 보아 크게 엉망 이 되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민회의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고등학교 동문회 참석차
만찬자리에 가지 못했습니다. 정 의원은 나중에 합석하려고
했는데 전화연결이 안돼 포기했습니다 며 자신이 향응 을 피해
혼자 빠진 것처럼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쑥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국민회의 장재식(張在植), 한영애(韓英愛), 자민련
변웅전(邊雄田) 의원 등도 먼저 자리를 일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녁을 파한 후 지 의원은 2차를 대접하겠다 고 했지만 의원들은
피곤하다 며 쉬러 갔습니다. 지 의원이 당초 한턱 내겠다 고 한
것도 2차인 것 같은데 불발된 것입니다. 다만 의원 2명이 국회
관계자 한 명과 지 의원 소유의 담양 연수원(7천평)에 가서 차를
마시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경찰이 차량을 에스코트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사실
무근 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광주청장 승용차가 관광버스
앞에서 지리를 안내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대전에서도
대전청장 승용차가 식당으로 안내한 것으로 미뤄 같은 프로토콜
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하면 의원들이 국감을 마치고 술자리를
가진 것은 사실이나 대단한 향응 을 받았다고 표현하기는 좀
뭐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특정 언론관련
세무조사에 대한 앙갚음 아니냐 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이 보도로 인해 이번 국감기간중
의원들이 호화향응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는
점입니다.
■ 삼성 이건희 회장 증인문제 또 돌출
김창균 기자 입니다. 1일 국회 재경위원회에서는 돌연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과 아들 재용씨의 증인 선정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오후 관세청 감사에 앞서 한나라당 김찬진(金贊鎭) 의원은 의사
진행발언을 신청, 불법적인 부(富)의 상속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 만큼 관련 부처인 국세청 감사때 이 회장 부자를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 고 주장했습니다. 김동욱(金東旭)
위원장은 즉시 3당 간사회의를 소집, 논의토록 했습니다.
그러나 간사회의는 다분히 모양 갖추기 일 뿐 재경위 소속
의원들은 이 회장 부자 소환에 대해 사전 공감대를 형성해 둔
분위기입니다.
당초 이 회장 부자 증인 소환은 공정거래위 소관 위원회인
정무위에서 먼저 불거져 나왔다가 최종 순간 제외돼 삼성
로비설(說) 이 제기됐었습니다.
상속 관련 주 상임위인 재경위 의원들은 넋을 놓고 있다가
정무위에 선수를 뺏겼다 고 탄식했었는데, 뒤늦게 이 회장
소환을 강행키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재경위의 방침 전환에는 재경위 향응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습니다. 재경위 지방감사 2반은
국감 첫날인 지난 29일 광주 국세청 감사를 마친 후
한정식집에서 만찬을 겸한 술자리를 가졌는데 이같은 사실이
일부 언론에 대서 특필했습니다. 재경위 의원들은 보도내용이
악의적으로 과장됐다 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