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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생애] 제16부 대외 개방전략 (32) - <482>

      입력 : 1999.08.04 19:16



      ## 비상계엄령 선포 ##

      1964년 6·3사태 당시의 한국군 지휘부는 1960년 4·19 시위 때의 군의
      대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4·19 시위로 비상계엄령이
      펴지고 서울로 출동한 11사단 장병들이 시위대를 진압하지 못하고 오히
      려 그들 편을 드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 착잡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군대가 국민 편에 섰다는 찬사도 있었지만 송요찬 계엄사령관이 학생 편
      을 드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이에 영향을 받아 진압군이 어정쩡하게 시
      위를 방치하는 정치적인 선택을 한 것은 명령에 죽고사는 군의 수치란
      생각을 한 장성들이 많았다.


      사진설명 :
      비상계엄령을 부른 6·3시위.


      해병대 사령관 출신인 김성은국방장관은 '이번에도 4·19와 같은 학생
      시위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고 고민했다. 그는 김종오 합
      참의장 및 민기식대한 충성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학생들과 야당의 주장
      에도 일리는 있다. 김종필 곤란하다"는 태도였다. 당시 군 지휘부 사람
      들은 5·16 혁명 직후 독주한 군 후배인 김종필과 육사8기생들에 대해서
      감정이 좋지 않았다.

      6월3일 오전, 박대통령은 장경순 국회부의장 등 방문객들과의 면담도
      거절하고 시내의 시위상황을 보고받았다. 오후 1시쯤 서울시내 시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그는 김성은 국방장관 등 관계장관들
      을 소집했다.

      김장관은 청와대로 가는 길에 시위대에 점거당한 파출소와 학생들이 탈
      취하여 몰고다니는 군 차량들을 보았다. 수도경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던 중앙청 울타리를 넘은 학생들이 현관까지 뛰어들어와
      군인들과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최루탄 냄새, 시내 곳곳에서 치솟는
      화염을 보고 김장관은 4·19의 재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시위군중을
      피해 골목길을 돌아 청와대에 도착했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일권총리, 장기영부총리, 양찬우내무장관, 김종오
      합참의장 등 국가안보회의 구성원들이 다 모였다. 박대통령은 창백한 표
      정이었다. 줄담배를 피우는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대통령이 무겁게
      입을 뗐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집니다. 하나는 저들이 요구하는대로
      하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폭력·불법 시위를 진압하는 것입니다. 내
      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여러분들은 기탄없이 말씀해주십시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박대통령이 김성은 장관을 향해서"국
      방장관이 먼저 말해보시오"라고 했다. "각하께서는 작년 대통령 선거
      때 부정선거를 막기 위하여 군인들에게 '부정선거로 당선되기보다는 공
      명선거로 낙선되는 길을 선택하겠다'고 말씀하셨고 군부대에서는 윤보선
      후보 표가 더 많이 나왔잖습니까. 이런 합헌 정부가 일부 학생, 시민들
      의 폭력 시위로 붕괴된다면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킵니까. 계엄령을 선포
      하여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있습니다. 각하께서 우
      리 군을 신뢰하시고 계엄령을 선포해주시면 나머지는 우리가 다 처리하
      겠습니다."

      박대통령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고 있었다. 떨리던 손도 멈추었다. 다른
      참석자들도 "국방장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었다. 정일권 회고록에는 이 자리에서 박대통령이 김성은 장관과 양찬우
      장관에게 "어떤 경우에도 군대가 발포해선 안된다"고 엄명했다고 적혀
      있다. 박대통령은 또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유엔군 사령관과 주한미국 대사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소?" 하
      우즈 미8군 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과 사무엘 버거 주한미국 대사는 헬
      기 편으로 오후 4시30분에 청와대에 도착했다. 박대통령은 김성은 장관
      과 김종오 의장만 배석시킨 가운데 조상호 비서관을 통해서 두 미국정부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가안보회의에서 서울일원에 비상계엄령을 내려 사태를 수습하기로
      결론을 내렸소. 유엔군 사령관은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한국군을 계엄
      군으로 동원, 서울로 진입시키는 것을 승인해주기 바라오. 그리고 버거
      대사께서는 이 사실을 본국에 통보해주기 바랍니다"

      하우즈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고 버거 대사는 "각하, 두 가지만 질문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김성은 증언). "첫째, 계엄기간은 얼마
      동안으로 예정하고 있습니까." "이만하면 사태가 수습되었다고 판단될
      때까지니까 지금 당장 언제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려고 합니다."

      "두번째 질문입니다. 계엄기간에 국회도 문을 닫습니까." "국회는 열어
      놓겠소." 하우즈 사령관이 "각하, 몇 개 사단을 동원하시렵니까"라고 물
      었다. 김장관이 대신 대답했다. "28사단과 6사단입니다. 사단사령부 주
      둔지는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로 하겠습니다." 하우즈와 버거는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적으로 각하께서 원하시는대로 돕겠습니
      다."

      (*조갑제 출판국 부국장*)
      (*이동욱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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