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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두 거인 IBM-컴팩, 광고싸움 불붙었다

      입력 : 1998.04.01 16:12




      ## '한국 대리전' 양상…법률분쟁 가열될듯 ##.


      "지는 IBM이 있다면 뜨는 컴팩도 있다.".

      세계적인 개인용 컴퓨터 제조업체인 미국 컴팩(Compaq)의 한국 자회
      사인 한국컴팩컴퓨터(사장 강성욱)는 지난 3월18일 국내 주요 일간지에
      이런 카피를 담은 이미지 광고를 게재했다. IBM이라는 글자체는 오른쪽
      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흔들리게 해 '기울어가는' 이미지를 강조했
      고 '새로 떠오르는' 컴팩을 극명하게 대조시킨 자극적인 광고였다.

      이 광고가 나간 직후 한국IBM(사장 신재철)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고 경영진이 당일로 구수 회의를 거쳐 초강경 대응을 결정했
      다. 신재철 사장은 특히 'IBM이라는 글자체가 오른쪽으로 흔들리며 기울
      게 표시한것에 대해 극도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이 회사 법률 고문인 이원조 변호사는 광고가 난 당일로 팩스를 통해
      한국컴팩컴퓨터 측에 '같은 크기의 사과 광고'를 요구했고, 홍보실 담당
      자는 전화를 통해 "이런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한국IBM은 기자들에게도 "국내 시장 점유율이 1%도 안되는 컴팩이 자
      사를 떠오르는 회사로, IBM을 '기우는' 회사로 묘사한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은근히 아직 국내 시장 진출 실적이 미미한 컴팩의 '아픈 곳'
      을 찌르고 나섰다.

      한국IBM측은 이튿날인 3월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컴팩을 부당광고 행
      위로 제소했고 3월25일에는 서울지법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
      는 등 신속한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 한국시장에선 IBM 우세.

      그러나 광고 직후 '사과성' 서한을 보내 '유감'을 표시하고 앞으로
      "IBM 상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일단 고개를 숙인 한국컴팩컴퓨터 측도
      쉽게 IBM의 이런 요구사항을 들어줄 태세는 아니다. "법적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두 회사 사이에는 광고 이후 1주일이 넘도록 싸늘한 분위기
      가 감돌고 있다. 양측 고위 경영진들은 "어떤 양보도 있을 수 없다"며
      비공식 대화 채널조차 전혀 가동하고 있지 않다. 두 회사는 각각 아·태
      본부와 미국 본사에도 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양측 본사들이
      한국 자회사들을 통해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세계 컴퓨터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IBM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의
      컴퓨터 업체(매출액 기준). 97년 매출액이 웬만한 국가의 국민총생산
      (GNP)과 비슷한 7백65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67년 국내에 들어왔고 기업
      들이 주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중대형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뿌리를 제대로 내린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컴팩은 개인용 컴퓨터를 주종으로 하는 신흥 컴퓨터업체이
      다. 80년대 후반 뒤늦게 컴퓨터업계에 뛰어든 컴팩은 94년에는 전세계
      PC시장점유율 1위로 떠올랐다. 일본 노무라증권연구소에 따르면 97년 컴
      팩의 세계 PC시장 점유율은 13%에 이르고 있다. IBM이 8%로 그 뒤를 따
      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진출은 비교적 늦어 90년대초 홍콩 지사를 통해 영업을
      하다 95년에야 정식으로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PC
      보다는 기업 업무용으로 쓰이는 고성능 PC, 'PC 서버' 분야에서 삼성전
      자와 선두를 다툴 뿐 PC 판매량은 미미하다.

      이렇게 세계 컴퓨터 시장을 놓고 다투고 있는 IBM과 컴팩이지만 얼핏
      봐서 국내에서는 서로 경쟁하는 분야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이 공략에 실패한 PC시장만 해도 그렇다. 직접
      공략에 실패한 IBM은 LG와의 합작사인 LG·IBM을 통해 전체 국내 PC시장
      의 10% 남짓을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컴팩은 아예 시장 지분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대형 컴퓨터 분야는 IBM이 이미 뿌리를 내렸고,
      컴팩은 대신 IBM이 취약한 고성능 PC 분야에 주력해 서로 주력 시장 자
      체가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두 회사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데 대해 국내 컴퓨터업계
      에서는 "IBM, 컴팩 본사의 대리전"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컴팩은 지금까지 주로 PC 분야에서 잘 나가는 신흥기업이라는 인상을
      줘왔다. 그러나 이 회사는 97년부터 최대 PC 제조업체라는 기존 전략에
      서 탈피해 종합 컴퓨터 제조업체를 지향하는 행보를 거듭해 왔다. 자동
      차회사로 말하자면 소형차 전문 생산업체에서 중형은 물론 대형까지 모
      두 생산하는 종합 메이커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다.

      97년 초대형 컴퓨터(메인 프레임급)를 주로 제조하는 탠덤컴퓨터를 인
      수한 것이 그 첫번째 시작이었다. 올해 2월에는 중대형 컴퓨터 분야에서
      IBM의 숙적인 디지털 이큅먼트 코퍼레이션(DEC)을 90억달러에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타결했다. 아직 주총 승인을 남겨놓고 있지만 DEC를 인수할
      경우 컴팩은 IBM, 휴렛팩커드와 함께 세계 컴퓨터 업체 '빅3'로 진입하
      게 된다.

      이런 컴팩의 행보 때문에 곧 중대형 컴퓨터 분야 등에서 컴팩이 기존
      시장의 대주주인 IBM이나 휴렛팩커드와 한바탕 일전을 펼칠 것이라는 예
      상은 이미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컴팩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92년부터 미국
      내에서 시작된 대대적인 'PC 가격 전쟁'을 촉발한 것이 바로 컴팩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컴팩컴퓨터의 이번 광고는 "IBM을 겨냥한 '시장전쟁'
      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한 관계
      자는 "컴팩측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번 광고전은 IBM과 컴팩 간
      의 본격적인전쟁의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잠잠한데 비교적 시장 비중이 낮은 한국에서 이같은 일
      이 벌어진 것은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점은 한국컴팩컴퓨터 측이 광고를 게재하기 전에 이미 '법률 검
      토'까지 마쳤던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 컴팩, 아시아시장 공략 신호.

      이번 광고처럼 특정 회사를 서로 비교하는 광고는 미국에서는 보편적
      인 광고기법의 하나이다. 콜라 시장을 놓고 벌어진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의 광고전도 국내에서보면 아찔할 만큼 서로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내용의
      광고로 일관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충분히 법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비교 광고가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할 때만
      가능하다는 게 전문 변호사들의 견해이다. 컴팩도 이 때문에 광고대행사
      인 '디자인중심'의 법률 고문을 통해 이 광고에 대한 법적 자문을 구했고
      "권위있는 기관 등의 객관적 자료가 아니면 이런 비교 광고는 공정거래법
      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는 답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객관적 자료로 인정되지 않는 포브스 등 미국 경제주간지의
      자료를 토대로 광고를 강행한 것은 미국식의 '광고전'을 염두에 둔 공격
      적마케팅의 일환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IBM의 국내 합작사인
      LG·IBM의 한 관계자도 "컴팩이 한국을 비롯, 그동안 시장 점유율이 낮은
      아시아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신호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컴팩컴퓨터는 광고 이후 하루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
      등 공격적인 광고를 이용한 인지도 제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홍보 관계자는 "많은 전화가 오지만 '이런 식의 광고가 한
      국적 정서에 부적합하지 않느냐'는 항의성 전화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면
      서 "컴팩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전화도 적잖다"고 말했다.

      IBM이 이번 광고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컴팩의 이
      번 광고가 일종의 '마케팅 작전'이라는 판단에서 나오는 듯하다. 광고가
      나간지 하루 뒤 한국컴팩컴퓨터 측이 사실상 '사과성' 편지를 보냈음에도
      '타협 없이' 법적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사는 오는 4월3일 서울지법의 가처분 심리에 참여하는 것으로 법적
      분쟁에 들어간 이후 첫 대면을 하게 된다. 두 다국적 컴퓨터 기업 간에
      벌어지는 고단수의 시장 전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최유식 주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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