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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박찬호 "코리안 특급엔 정거장이 없다"

      입력 : 1998.04.01 15:04




      ## 시범경기서 맹활약 방어율 1.86…20승 청신호 ##.

      미 LA 다저스팀의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올시즌 20승을 목표로 발
      진을 시작했다. 지난 3월 26일(이하 한국시각)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마지막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박찬호는 올시즌 '20승 투수', 사이영
      상후보로서의 기량을 여실히 보여줬다.

      1회초 1사후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2번 타자 센텐젤로를 볼넷으로,3번
      리빙스턴에겐 좌전 안타를 맞아 1사 1-2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다음 타자
      앤드류스를 병살로 처리, 위기를 넘겼다. 또 3회에도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낸뒤 병살타를 유도, 점수를 내주지 않는 노련미를 과시했다. 박찬
      호는 올 시범경기서 26이닝동안 자책점 5점을 허용, 방어율 1.73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한국과 달리 미국 메이저리그의 시범 경기는 정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우선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한다. 정규 시즌에 대비, 경기 감
      각을 익히기 위해서다. 또 주전으로 발돋움하려는 유망주들은 '목숨을
      걸고' 경기에 임한다. 자연 경쟁이 치열해 질 수밖에 없고 경기에 임하
      는 태도도 진지하기만 하다. 따라서 시범 경기 성적은 정규 시즌 성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4년전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간 박찬호가 스프링 캠프를 아
      무 부담없이 치르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박찬호는 그동안 "마이너 리그
      로 떨어지지 말아야 할텐데…" "선발 투수에서 밀려나지는 않을까" 하는
      식으로 항상 압박감에 자신을 옭아매왔다.

      그러나 올시즌엔 스스로가 말하듯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남겨야 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여유를 갖고 좋은 작품을 남기는 마음으로" 타자와 승부
      를 하면서 한결 뛰어난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쉽게 말해 부담감을 떨쳐
      버린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

      기술적으로 박찬호가 지난해보다 나아진 점은 변화구 제구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 박찬호의 주무기는 삼척동자도 다 알듯이 강속구다.

      평균 시속 155㎞의 직구는 빠르기도 하지만 공끝이 살아있어 메이저 리
      그에서도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위력적인 공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변화구까지 위력이 붙었다. 박찬호는 지난해 변
      화구가 잘 먹힐 땐 성적이 좋고 그렇지 않을 땐 난타당하는 이중적인 모
      습을 보여줬다. 아무리 직구의 위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변화구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박은 지난해 커브와 체인지업,그
      리고 투심패스트볼 등 3가지의 구질을 직구와 섞어 던졌다. 그러나 투심
      패스트볼은 거의 던지지 않았다.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야구공엔 실밥이 있다. 투수들은 이 실밥을 손가락에 걸어 회전을 주
      며 던지게 된다. '공끝이 살아 있다'는 표현은 야구공에 강한 회전이 걸
      리면서 타자앞에서까지 위력을 유지한다는 얘기다. 변화구는 이 회전의
      방향과 크기를 조절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투심 패스트볼은 실밥 2개를 잡고 던지는 볼이다. 실밥 4개를 잡고 던
      지는 직구(포심 패스트볼)와 비슷하지만 직구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미
      세하게 솟아오르는 반면, 투심 패스트볼은 가라앉는다. 따라서 땅볼 타
      구가 많이 나오게 된다. 지난해엔 플라이성 타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15일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경기에선 5이닝동안 땅볼 타구가 8개,플
      라이 타구가 3개였다.

      박찬호의 커브는 슬라이더와 비슷하게 옆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슬러
      브'에, 빠르게 오면서 갑자기 떨어지는 파워 커브 등 두가지. 두가지 모
      두 작년보다 제구력이 훨씬 좋아졌다.

      타자와의 수읽기에서도 벌써 관록이 느껴진다. 3월21일 볼티모어 오
      리올즈 칼 립켄 주니어와의 승부가 백미. 박은 메이저 리그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갖고 있는 백전 노장 칼 립켄 주니어에게 연속 5개의 직구
      를 던진 뒤 마지막 변화구로 삼진을 잡아냈다. 립켄이 변화구에 강한 것
      을 알고는 직구위주의 피칭을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변화구를 승부구
      로 던진 것이다.

      ▨LA지역에선 슈퍼스타.

      LA 다저스는 박찬호의 성장에 무척이나 고무된 모습이다. 박을 마이
      크 피아자, 라울 몬데시와 함께 팀의 간판 선수로 각종 광고에 등장시키
      고있다. 오는 4월8일 홈경기 개막전에 박을 선발 투수로 공고한 것도 박
      찬호의 인기가 무척이나 높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LA 지역에서 한국 교
      민만의 스타가 아니라 미국인에게도 인기가 높은 선수가 돼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박찬호의 영어 실력이다. 일본 출신의 노모가 95년
      신인왕에 오르면서 한창 주가를 올렸으면서도 미국인 전체의 스타가 되
      지못한 것은 바로 영어를 못했기 때문이었다. 박찬호는 94년 미국에 건
      너간 이래로 꾸준히 영어 실력을 길렀다. 최근엔 라디오 토크쇼에 나가
      직접 영어로 대담을 나눌 정도가 됐다.

      그의 '미국화'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지난해 박찬호가 귀국
      했을때 일부에선 박의 우리말 발음이 어색하다며 꼬집는 사람들도 있었
      다. 사실 그가 어머니를 부를 때에도 "엄마" 소리가 "맘"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할 듯 싶다. 2년간 낯선 시골 구석에
      서 마이너 리그 생활을 하는 동안 철저하게 미국화되어야 살아남는다는
      생존 법칙을 터득했던 박찬호이기 때문이다.


      ▨다저스와 박찬호의 예상 성적.

      박찬호가 올시즌 몇승이나 할 지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승리투수'
      는 자기만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팀 동료들의 도움이 절대적
      이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지난해에도 전반기엔 잘 던지고도 승패가 없
      거나 패전투수가 된 적이 많았다.

      올시즌 다저스의 전력은 내셔널리그 상위권으로 분류된다. 다저스가
      속한 서부지구에선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투수 왕국 애틀랜타 브레
      이브스와 견줄만한 탄탄한 마운드를 갖췄고 타선도 지난해보다 나아보이
      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올해 노장 외야수 브렛 버틀러와 마무리 투수 토드 워렐이
      은퇴했고 너클볼 투수 톰 캔디오티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이적했다.

      유격수 그렉 개그니도 팀을 떠났다. 대신 들어온 선수는 유격수 호세 비
      스카이노.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던 선수다. 그외에 이렇
      다할 전력보강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 콜로라도 록키스에서 이적했던 2루수 에릭 영이
      올해는 시즌 초부터 붙박이 1번 타자로 활약한다. 또 지난해 마이너 리
      그트리플 A팀인 앨버커키 듀크스에서 뛰면서 올해의 마이너 리그 선수로
      뽑혔던폴 코너코가 메이저 리그로 승격됐다. 또 96년 신인왕인 외야수
      토드 홀랜스워드도 2년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나쁜 소식은 주전 1루수이자 4번 타자인 에릭 캐로스의 중견수 요원
      로저세데뇨가 부상중이라는 사실. 시즌 초반 한달정도 결장이 불가피하
      다. 다저스의 빌 러셀 감독은 일단 폴 코너코를 1루수로 돌리고 좌익수
      와 중견수 자리에는 홀랜스워드와 허버드, 데버로 등 2진급 가운데 컨디
      션이 좋은 선수를 기용할 계획이다. 물론 피아자와 몬데시 등 중심 타자
      는 여전히 건재하다.

      박찬호가 많은 승수를 쌓기 위해 또한가지 필요 조건이 마무리 투수들
      의 도움이다. 지난해 토드 워렐의 구원 실패로 다 이긴 경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다저스의 프레드 클레어 단장은 스토브 리그동안 새 마
      무리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산됐다. 대신 안토니오 오수나
      와 스캇 래딘스키 두 투수가 더블 스토퍼로 마무리를 책임진다.

      멕시코 출신 오수나나 좌완 래딘스키 모두 지난해까지 중간 계투로 활
      약하던 선수. 오수나는 시속 95마일(153㎞)의 빠른 볼을 갖고 있지만 변
      화구가 미흡하고, 래딘스키는 쉽게 흥분하는 게 단점. 시범 경기서는 나
      란히 3세이브씩을 따내며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한가지 변수는 루퍼트 머독이 다저스의 새 주인이 됐다는 사실. 공격
      적인경영으로 세계 언론계에 돌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머독이 소유한
      폭스사는 지난해 초 다저스 인수에 합의했으나 무려 1년여를 끈 뒤에야
      가까스로 메이저 리그 구단주 총회의 승인을 받았다. 공격적인 스카우트
      로 선수 몸값을 올리지 않을까 우려했던 일부 구단의 반대 때문이었다.

      폭스사가 시즌 중반 팀을 월드 시리즈로 진출시키기 위해 깜짝 트레이
      드를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 올가을 월드 시리즈에서 다저스를 10년만에
      월드챔피언으로 이끄는 박찬호의 모습이 기대된다.

      (고석태 스포츠레저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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