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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박지원] 재치-순발력-유머…"타고난 입"

      입력 : 1998.01.14 21:23





      ## 청와대 공보수석 물망…"다양한 국정운영 아이디어 제공 노력" ##.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박지원 대변인은 92년 민주당 전국구로 국
      회의원이 되기 얼마 전 미국의 한 점술가에게 점을 봤다. "당신은 이번
      에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의원이 되면 초선의원답지 않게 '요란법썩'
      하게 활동하게 될 것이다. 정말 세상을 시끄럽게 하게 될 것이다. 그리
      고 그 다음에는 의원에서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다시 잘 되
      고 의원으로서의 생명력도 길어질 것이다.".

      박 대변인의 정치 입문에서부터 당선자 대변인으로 임명되기까지의
      역정을 보면 점술가의 말은 거의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점술가의 말대로 그는 민주당 전국구 의원이 됐다. 그리고 92년 12
      월 대선 직후 민주당 대변인에 발탁됐다. 당시 김대중 총재가 대선에
      패배해 정계 은퇴를 선언, 민주당은 이기택 대표가 관리하고 있었다.동
      교동계로서 이기택 대표에게 파견된 것이었다.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동교동계가 박 대변인을 이 대표에게 '시집' 보냈다는 말로 표현했다.

      전남 진도 출신으로 재미 사업가이던 박 대변인은 84년 미국 망명중이
      던 김대중 당선자를 처음 만난 이후 줄곧 그의 측근으로 불려왔었다.

      초선 의원으로서 제1야당 대변인이 된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
      때부터 박 대변인은 정당의 '입'으로서 보기 드물게 맹활약을 했다. 타
      고난 재치와 순발력, 유머스러우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논평으로 유명했
      다.

      대변인으로서의 그의 '자질'은 민주당 대변인이 되기 전 수석 부대
      변인으로 92년 대선을 치를 때부터 나타났다. "머리 등 모든 것을 빌리
      기만 하는 김영삼 후보는 재산을 공개한 것처럼 머리도 공개하라" "원
      자로와 중거리핵이 어떻게 다른지 김영삼 후보는 설명해보라"….

      박 대변인은 그 후에도 YS 공격의 '악역'이자 선봉장을 맡았다. 당
      연히 초선 의원임에도 '요란법썩'할 수밖에 없었다. 여당에서는 '눈엣
      가시' 같은 존재로 부각됐다. "점술가가 말한 '요란법썩'이란 대목은
      바로 내가 대변인이 될 것임을 두고 한 말 같았다." 박 대변인의 회고
      이다.

      그는 대변인으로서의 운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민주당과 국민회
      의 대변인을 96년 7월까지 3년7개월을 했다. 최장수 야당 대변인의 기
      록이었다. 그동안 맞상대인 집권당 대변인은 민자당 박희태 강재섭 하
      순봉 박범진 대변인, 신한국당 손학규 대변인까지 5대가 이어졌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 대변인을 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숱
      한 '명언'들을 쏟아냈다. 성수대교 붕괴에 정부측이 '관리 책임이 아닌
      시공의 잘못'이라고 주장하자 "경복궁이 무너지면 대원군 책임이냐"고
      일갈했다. 민자당 김종필 대표가 민자당을 탈당하는 등 여권에 난기류
      가 일 때마다 '팽정권'이라고 비꼬았다. 잇단 부실 사고에는 "경제 사
      회 정치 분야에서 0점을 받은 03정권"이라고 비아냥댔다.

      그의 독설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회창씨를 두고는 "대쪽이 아니라
      죽순", 박찬종씨는 "틈만 있으면 새어나오는 연탄가스", 김덕룡 의원은
      "백두흑심" 등으로 공격했다. 민주당 분당 후 민주당이 김대중 국민회
      의 총재를 공격하자 "여당의 2중대"론으로 민주당의 야당성을 흔들었다.

      박 대변인은 95년 7월 김대중 당시 아태재단 이사장이 민주당을 분
      당하고 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는 본격적인 'DJ 입' 역할을 했다. 그때
      까지는 김대중 이사장과 민주당 이기택 총재 사이를 연결하는 파이프
      라인이었다. 양측이 긴장 관계일 때는 '친정(김대중)과 시댁(이기택)'
      사이에서 곤욕스런 일도 많았지만 늘 친정쪽에 마음을 두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다만 국민회의 창당 뒤에도 이기택 민주당 총재를 직접 공격
      하는 일은 삼갔다. "그래도 한때 시아버지였는데…"라곤 했다.

      그는 96년 4·26 총선 당시 부천에서 신한국당 김문수 의원에게 패
      했다. 점술가의 말이 또 한번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박 대변인은 "집권
      당을 너무 비판하다 '괘씸죄'에 걸려 낙선 표적의 대상이 된 것 같다"
      며 "이제 대변인이라면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보를 거치면서도 늘 그는 'DJ의 최측근'이었다.

      당내 갈등이나 혼선이 일 때는 '총재의 뜻'이라며 지침을 전달하는 '악
      역'을 담당했다. 이 때문에 일부 당직자들로부터 '건방지다' '권세 등
      등하다'는 말도 숱하게 들었다.

      지난해 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되자 그는 '어김없이' 인수위
      대변인으로 발표됐다. 이에 박 대변인은 김대중 당선자를 찾아가 "제발
      봐주십시오" 하고 대변인직을 고사했고, 당선자 공보팀장으로 있던 김
      한길의원에게 인수위 대변인직이 넘어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지난 1월6일 다시 당선자 대변인에 임명
      됐다. 'DJ의 입'으로 컴백한 것이다. 정동영 국민회의 대변인, 김한길
      인수위 대변인과 함께 3대변인 체제이지만 김 당선자 주변에서는 박 대
      변인을 '유권 해석' 대변인이라고 부른다. 인수위, 비상경제대책위 등
      등이 혼선을 빚을 때마다 박 대변인이 김 당선자의 의중을 반영해 교통
      정리를 하기 때문이다.

      경제 청문회 시기와 방식으로 혼란스러울 때 박 대변인이 나서 "지
      금은 경제 청문회를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때이
      다"고 한 것 등이 예이다. 김 당선자가 박 대변인을 임명한 것은 바로
      이런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한 고려라는 얘기들이 많다.

      박 대변인은 차기 청와대 공보수석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는 부지런
      하기로도 유명하다. 언론인 등 각계 인사들을 만나 여론과 아이디어를
      수집, 김당선자에게 보고한다. 1월12일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김 당선자
      의 만찬, 13일 5대 재벌 회장과 김 당선자의 회동 등은 모두 박 대변인
      이 구해온 아이디어였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이런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
      다. 김당선자가 바깥 세상 돌아가는 기류를 정확히 파악하고 국정 운영
      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받도록 하는 역할이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에 들어가면 일상적인 일은 부대변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밤낮으로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외신 기자들도 두루 접촉할 생각이라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비서 정치' '측근 정치'를 배제하고 민심을 직접 살피
      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그런 창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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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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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대변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가.

      "대통령의 모든 정황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이다. 일방적인 대
      통령선전이나 홍보에 역점을 두지 않고 경제 문제 등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을 국민들이 그대로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다.".

      -- 이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밤낮으로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과 만나겠다. 시중의 이런저런 사
      람들을 다양하게 만날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소리나지 않게 조용히 하
      겠다. 당선자도 조용한 가운데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고 있으니 이를 본
      받아야 한다.".

      -- 주로 어떤 얘기를 들을 것인가.

      "한마디로 민심의 흐름이다. 특히 IMF 사태로 경제가 어려우니 국민
      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통스러움은 물론, 그들이 정책으로 해주길 바라
      는 건의나 제안들을 듣고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할 생각이다.".

      -- 김대중 당선자는 그런 얘기들을 경청하나.

      "한 중견 언론인이 '김영삼 대통령은 무슨 얘기를 해도 자기 생각과
      안맞으면 듣거나 참고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대중 당선자는 아무
      리 쓴 소리라도 약이 될 것 같은 얘기들은 듣고 소화해 내는 것 같다'
      고 말하더라.".

      -- 요즘 하루 일과는.

      "매일 아침 6시30분까지 일산 자택으로 가 당선자를 찾아뵙는다. 당
      선자가 이동할 때는 차에 같이 타고 많은 얘기들을 나눈다. 중요한 얘
      기는 그때그때 수첩에 메모한다.". '김낭기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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