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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디자이너] 이영희, `한복 세계화' 일등공신

      입력 : 1998.01.04 19:18






      이영희(61)씨는 늘 "세계 모든 이들에게 한복을 입히고 싶다"고 말
      해왔다.

      그 평생 노력이 결실을 맺는지 파리 이영희부티크에서는 요즘 긴
      저고리에 통치마, 생활한복이 인기품목이 됐다. 한국 전통문양을 새긴
      파자마를 집안에서만 입기는 아깝다며 거리에 입고 나오고, 안개꽃 그
      린 새하얀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프랑스 여성도 있다고 한다.

      평범한 군인의 아내에서 솜장수, 이불장수, 그리고 한복 디자이너
      로 변신, 파리 진출…. 그의 생애 자체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를 구현했다. 세계 내로라 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파리컬렉션에 진출한 지 벌써 5년. 때로 아주 전통적인 한복으
      로, 때로 현대적으로 변형한 양장으로 그의 옷은 '엘르' '마리클레르'
      등 세계적 패션잡지 화보를 숱하게 장식해왔다.

      여전히 그는 스스로를 '패션디자이너'라기보다 '한복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어차피 93년 파리로 나선 게 한복의 세계화를 위한 것이었
      고, 어느 작품이건 한복 고유 선과 색상을 살리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
      문이다. 프랑스언론들이 한국전통의상이니 하는 용어혼란에서 벗어나
      '한복'을 고유명사로 쓰게된 데에는 이씨 공이 크다.

      아울러 그는 그저 '전통'으로 굳어있던 한복 세계에 변화와 새로움
      을 불어넣은 선구자다. 그는 80년대 초중반 파격적으로 반두루마기와
      검정두루마기를 만들고, 저고리 고름을 없애 큰 호응을 모았다. 요즘
      부쩍 대중화한 생활한복의 효시인 셈이다.

      그가 동서를 넘나들며 성공을 거두는 으뜸 비결은 색상이다. 깊고
      은은한 중간톤이다. 70년대 한복 디자이너들이 밝고 현란한 색상과 자
      수, 프린트로 한복을 지을 때, 그는 가라앉았지만 품위있는 색깔로 각
      광받았다. 서양인들이 반하는 것도 우선은 옷의 오묘한 색깔이다. 그
      는 "색깔이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옷을 지을 때 색깔부터 생각한다.

      그는 자연에서 색깔을 익혔다. 36년 대구 출생. 부잣집 무남독녀로
      태어난 그의 집 널따란 뜰에는 늘 많은 꽃들이 피고 졌다. 봉숭아 채
      송화 맨드라미 해바라기…. 바느질 솜씨가 뛰어났던 어머니는 즐겨 꽃
      과 풀로 옷감에 물을 들였다. 자연은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걸 일찍부터 깨달았다. 경북여중-고를 거친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돌아간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운영하던 공장과 창고에
      불이 나면서였다. 그는 21살때 결혼해 딸 하나 아들 둘을 낳았다.

      10년 넘게 살림에 전념하던 그는 74년 우연히 대구에서 솜공장을
      하던 사촌언니 권유로 솜장수를 시작했다. 품질이 워낙 좋아 물건은
      날개돋친듯 팔려나갔다. 자신이 붙은 그는 '뉴똥' 옷감에 물을 들여
      이불을 만들어 팔았다. 역시 대성공. 77년 서울 서교동 의류상가 '레
      이디스'타운에 문을 연 '이영희한국의상'에는 개점 첫날부터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80년대 한복 패션쇼를 활발하게 열면서 명성은 높아만 갔
      다. 고 석주선박사를 찾아가 한복에 대한 가르침을 얻고 옛날 옷과 장
      신구들을 모으고 연구하면서 영감을 찾았다.

      그가 세계에 눈을 돌린 것은 86년 파리에서 열린 한불수교 1백주년
      을 기념한 패션쇼에서였다. 프랑스 기자들이 "우리도 이런 아름다운
      옷을 입고 싶다"고 말한 데서 결심을 굳혔다. 7년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쳐 93년 3월 파리컬렉션에 첫 쇼를 올렸다.

      "10여년전만 해도 생활한복을 만들더라도 전통에서 벗어나지 말아
      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더 생각이 자유롭지요.
      파리감각으로 생활한복을 만들 겁니다." 그는 직장인들이 출퇴근용으
      로도 입을 수 있게 싸고 실용적이면서도 품위있는 생활한복을 4월쯤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멀잖아 파리와 서울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생활한복을 즐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 이미경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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