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1997.11.24 19:06
현대는 부부가 오래도록 해로하기 좋은 시대다. 무엇보다 평균수명
이 길어졌다. 기원전 4000년 인간 평균수명은 16살. 19세기 말 30세이
던 것이 장티푸스와 결핵균 발견, 예방접종, 페니실린 발명에 힘입어
20세기 중반에는 50세쯤으로 늘어났다. 95년 현재 한국 남자 평균수명
은 69.6세, 여자는 77.4세다. 30세 남자와 25세 여자가 결혼하면 39.6
년동안 해로가 보장되는 셈이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졌다고 누구나 해로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해로하고 있는 노부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우선 신기하리만큼 사
이가좋다.
부인은 악착같아도 남편은 호인인 경우가 많다. 부부싸움을 하면
아드레날린이 더 많이 나오는 쪽은 여성이다. 남자들은 도망치는 경향
이 있고 빠른 결과를 바라는 여자는 안절부절 건강이 더 상하기 쉽다.
부부싸움을 할 때 아내 맥박이 빨라질수록 부부가 파경을 맞을 확률은
높아진다. 성질 좋은 사람이란 공격심이 덜한 사람이라고도 바꾸어 말
할 수 있다. 아드레날린은 '전염성'이 강하다. 서로 기분좋게 살기는
해로에 중요한 요건이다.
오래 사는 이들은 또 욕심이 많지 않다. 화목하고 욕심부리지 않고
맡은 일을 성의껏 하는 부부는 자식들에게도 공경을 받게 마련이다. 존
경과 보람은 삶의 의욕을 솟구치게 하는 또 다른 원동력이다. 면역력도
당연히 높아지고 마음이 젊어진다.
수명은 원래 유전적으로 결정돼있다. 장수할 소질을 타고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겠지만 식생활을 비롯한 일상생활을 어떻게 하느
냐에 따라 타고난 수명을 지키느냐 못지키느냐가 결정된다. 술, 담배와
너무 짠 음식, 과식, 비만은 스트레스와 아울러 3대 성인병인 암, 뇌졸
중,심장병에 원인이 된다.
부부의 최대 위기는 보통 중년에 찾아온다. 중년에는 내분비를 비롯
해 모든 것이 쇠퇴하고 젊은 시절 꿈과 기력을 잃어 움츠리기 쉽다. 40
대에는 부부 만족도도 가장 낮을 때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보살피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웬만큼 키워놓고 시간 여유를 갖게 된 중년 부인중에 파트
타임으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지만, 꼭 바람직하다고는 하기 어렵
다. 차별대우와 낮은 임금 떠문에 갈등을 겪기 쉽다. 일찍부터 평생 할
수 있는 전문직을 개발해둘 것을 권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20∼30년
씩 남아 있으니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부
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레저-봉사활동도 노년 전에 개발해둔다. 중
년은 삶의 새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자녀들이 출가하고 부부 둘만 남는 시기는 신방을 차린다는 기분으
로 되돌아가 보자. "내 남편, 내 아내가 최고"라고 외칠 수 있다면 비
길 데 없이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어려울 때 서로 마음을 읽고 다독
거려준다면 죽을래야 죽을 수 없지 않겠는가.
<황준식 · 한국건강가족실천운동본부 총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