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24시간 도시’ 필요하다 생각”

뉴스 도쿄=차학봉 기자
입력 2007.05.28 23:04

야마모토 모리빌딩 부사장이 정춘보 신영 회장에게 밝힌
도쿄 랜드마크 롯폰기힐스 성공비결

롯폰기힐스를 개발한 모리빌딩은 아크힐스, 오모테산도힐스 등 일본의 대표적인 ‘도심 복합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으며 중국 상하이에 진출, 상하이 파이낸싱 센터의 완공(2007년 상반기, 101층)을 앞두고 있다. 롯폰기힐스를 수십 차례 방문, 벤치마킹했던 신영 정춘보 회장이 야마모토 카즈히코 모리빌딩 부사장(60)을 만나 롯폰기힐스의 성공요인과 도심 재개발에 대해 들어봤다. 정 회장은 청주에 지웰시티를 복합개발하고 있다. 야마모토 카즈히코 부사장은 교토대학 건축학부 출신으로, 롯폰기힐스 개발을 주도했다. 인터뷰는 최근 도쿄 롯폰기힐스에 있는 모리빌딩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롯폰기힐스는 주거·문화·쇼핑 복합개발이다.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나
“롯폰기힐스를 개발하기 전에 우리는 아크힐스를 통해 복합개발의 성공경험을 갖고 있다. 롯폰기힐스의 절반 규모인 아크힐스는 1970년 개발을 시작, 17년 만에 완성했다. 아크힐스는 규모는 작아도 아파트·업무·호텔·문화시설(산토리 컨서트홀)을 갖춘 복합개발로 일본의 첫 도심 복합개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아크힐스가 성공하자 아사히TV (롯폰기힐스의 지주로, 아사히 TV는 롯폰기힐스 본사건물을 갖고 있다)가 아크힐스처럼 개발해보자고 제안했다”
―복합개발을 구상하게 된 동기는
“80년대 들어 일본의 무역 흑자가 급증하면서 외국과 무역마찰이 심화됐다. 미국·영국 등이 시장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곧 외국 금융기관이나 다국적 기업들이 도쿄로 대거 진출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외국기업들이 뉴욕과 정반대 시간인 도쿄로 진출 하면 ‘일하고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24시간 도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착안, 오피스와 주거·호텔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롯폰기 힐스 개발을 주도한 야마모토 카즈히코 모리빌딩 부사장(왼쪽)이 신영 정춘보 회장과 도심재개발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크힐스·롯폰기힐스 개발에 17년이나 걸렸다. 왜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나

“2000년에 건물착공이 이뤄진 롯폰기힐스 개발은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500여명의 지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심재개발사업이다. 오랜 기간 주민들을 차근 차근 설득, 재개발 사업에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 냈다. 주민들은 아파트에 입주했으며 아파트 입주를 하지 않은 주민들에게는 이익배당의 형태로 보상을 해줬다. 이해관계가 다른 지주를 설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롯폰기힐스에는 다양한 문화시설이 있다. 왜 그런 시설을 배치했는가

“도심 개발은 단순한 건물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일하고 잠잘 뿐만 아니라 즐기고 생활하려면 다양한 문화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크힐스에는 산토리 컨서트홀, 롯폰기힐스에는 모리미술관을 배치했다. 과거 일본 사람들은 ‘일 벌레’라고 할 정도로, 즐기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문화와 쇼핑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고 있다. 롯폰기힐스에 문화시설을 배치한 것도 그런 측면을 고려한 전략이다. 우리는 부동산을 개발해서 분양하지 않고 소유하면서 임대료를 받는 구조이다. 임대료를 높게 받으려면 이용객들이 많아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문화시설도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모리빌딩이 롯폰기힐스에 다양한 문화시설을 배치한 것은 다른 개발사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쓰이 부동산이 지난 3월 30일 문을 연 미드타운도 롯폰기힐스처럼 주거·아파트·호텔·쇼핑·문화시설이 함께 들어선 복합개발이다. 미쓰이 부동산은 롯폰기힐스를 의식, 산토리미술관, 디자인 전시실 등 문화시설과 공원을 대규모로 배치했다.

―일본에서는 교외주거지보다 도심 주거지의 인기 높아지고 있다는데

“직장과 주거 분리를 전제로 했던 산업사회와 달리, 지식사회에서는 주거·직장·문화시설·교육·쇼핑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도심이 주거지로 각광 받을 것이다. 일본은 주택지가 교외에 널리 펴져 있다. 때문에 주거와 직장이 너무 떨어져 있어 통근에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지역에 직장·주거·놀이·배움·음식·휴식·문화 등의 도시기능이 모여져 있으면 장거리 통근에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 시간을 가족이나 자원봉사에 사용할 수 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공부에도 활용할 수 있다.”

―롯폰기힐스는 도쿄의 랜드마크(상징건물)가 됐다. 랜드마크의 조건은

“건물이 아니라 거리 전체가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 뉴욕의 록펠러 센터 자체가 랜드마크가 아니라 주변 지역이 하나의 랜드마크이다. 랜드마크가 되려면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도쿄의 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오모테산도도 부유층을 위한 고급브랜드 점포, 젊은이를 위한 스트리트(거리) 패션 전문점, 고급 주택가로 구성된 다양성으로 랜드마크 지역이 됐다.”

모리빌딩은 지난해 오모데산도에 오모데산도힐스를 오픈, 롯폰기힐스의 명성을 이어갔다. 오모데산도힐스는 일본의 대표적 건축가인 안도다다오가 설계했다. 1927년 세운 ‘도준카이(同潤會) 아오야마 아파트’를 재개발해 만든 지하 3층, 지상 6층의 낮으막한 주상복합 건물. 지하 3층부터 지상 6층까지 중앙을 비워두고, 그 주변을 계단이 없는 나선형의 통로를 만들어 점포를 찾도록 구성돼 있다. 대지면적은 2000여평에 불과하지만 오픈 첫날 10만여명이 찾았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대형건물 뿐만 아니라 소형건물도 복합개발 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버블 붕괴로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도산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

“모리빌딩은 빚을 거의 내지 않는 회사이다. 회사 자금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한꺼번에 사업을 하지는 않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 회사는 개발한 빌딩을 팔지 않고 임대료 수입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이다. 버블 붕괴 이후 빌딩 가격은 크게 떨어졌지만 임대료는 그렇게 폭락하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했다.”

―한국도 도심 재개발사업이 활발하다. 조언을 해준다면

“금융·IT 등 지식산업사회에서는 직장과 주거가 일체가 되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걸어서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에 직장, 주거, 놀기, 휴식, 배움 등의 시설이 집약된 거리를 만드는 것이 좋다.”

―최근 일본의 땅값도 치솟으면서 다시 버블 논쟁이 벌어지는데

“일본에도 인구가 많고 번화한 지역의 토지가격의 상승경향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이 밀집하는 지역의 토지가격은 어느 정도 오름세를 탈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일반의 부동산 시장은 안정돼 있다고 본다. 과거와 달리, 시세차익이 아니라 임대수익률에 기반한 투자가 일반화돼 있다. 현재 임대 수익율이 금리보다 여전히 높아 부동산 버블은 없다고 본다.”

―최근 도쿄의 도심 재개발이 활발하고 도쿄권에 대한 규제가 풀렸다. 이 때문에 도쿄 집중이 강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세계의 국가 경쟁은 각국의 수도인 각 도시의 경쟁으로 집약된다. 도쿄가 서울, 베이징, 상해,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우위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일본의 경쟁력 자체가 하락할 것이다.도시에 세계의 상품, 자금, 인재, 정보가 몰리지 않으면 국가경쟁력을 상실 할 수 있다. 정부는 도쿄를 보다 매력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도쿄권의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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